뿌리 깊은 공직사회 비리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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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공직사회 비리 실태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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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세금 받아먹고 잘~들 노십니다"

공직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에 고위공직자가 대거 연루된 데 이어 국토해양부 등 공무원 술 접대·향응까지 공직자 비리가 잇따르자 사정기관들이 대대적인 공직기강 확립의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뒤늦은 사정바람이 레임덕을 막고 공정사회 기조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구조화된 부패 현실만 드러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임덕 막고 공정사회 기조 부각시키는 계기
부패 실상만 알려 민심 이반 커질 수도 있어

속속 도드라지는 공직사회의 부패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통해 금융감독기관의 부패 고리가 드러났고,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의 공직자 비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그중 국토부는 한마디로 ‘초상집’ 분위기다. 최근 국토부 공무원 10여명이 제주에서 열린 연찬회에 참석한 뒤 한국수자원공사 및 용역업체 직원들로부터 저녁식사와 술 접대를 받은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현직 과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기 때문이다.

국토부 공무원들은 외부인과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림은 물론, 미리 잡아놨던 저녁약속을 취소하고 점심식사도 직원들끼리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있는 양상이다.

‘초상집’ 된 국토부

이번 공직비리의 중심이 되고 있는 국토부가 비리·부패 천국이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업무 특성상 부패 고리와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관할하는 건설업계는 공사 수주를 위해 향응과 접대, 뇌물의 유혹이 많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금융위기 이후 더 심해졌다고 한다.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공공사업 발주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국토부의 올해 예산은 21조5300억원이나 된다. 교육과학기술부·행정안전부·국방부에 이어 넷째로 많은 부처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경기 불황으로 민간부문의 공사가 자취를 감추면서 건설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정부 관급공사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비대해진 조직도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국토부는 옛 건설부와 교통부를 합친 건설교통부에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해양수산부까지 인수 합병했다. 본부에만 1400명, 각 지방청과 산하기관까지 합치면 6100여 명에 이르는 비대한 조직이다. 이들이 관할하는 현장은 전국에 산재해있고 감찰팀까지 두고 있지만 모든 비리 감찰에는 역부족이다.

또 다른 이유로 정종환 전 장관이 3년 재임 기간 동안 4대강 사업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던 게 내부감시 소홀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가 많은 사업을 강행하다 보니 외부에서 문제점을 지적해도 “그런 일 없다”고 덮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가 잦았던 것이다.

때문에 정권 후반기 국토부 수장을 맡게 된 권도엽 장관은 흐트러진 조직을 다잡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총력을 다 할 각오다. 권 장관은 “이번 사건이 국토부 전 직원의 뼈를 깎는 자성의 계기가 되도록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하며 “(향응을 받은) 해당 공무원들의 징계 수위를 재검토하라고 감사관실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직사회 비리는 비단 국토부 뿐만 아니다. 환경부도 지난해 10월 말 제주에서 열린 ‘하수도 연찬회’에서 산하기관인 환경관리공단의 식사비용을 관련 기업체가 대신 납부한 데다 상하수도국 간부 1명과 직원 5명의 숙박비를 대신 결제한 것으로 확인되자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다른 부처들도 ‘집안단속’에 나섰다. 자체적으로 감사를 실시하는 부처가 있는 반면, 공직기강 확립에 안간힘을 쏟으며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비리척결 ‘양날의 검’

국무총리실이 지난 15일 공개한 공직비위 사례를 보면 금품·향응 수수, 공금 횡령, 근무기강 해이 등이 올해만 60여건에 이른다.

총리실에 따르면 국립 A기관 경북지역 소재 직원은 다른 기관 공무원들과 수시로 어울려 소속 기관 청사의 사무실에서 카드도박 행위를 하다 적발됐고, 지방공무원 가운데 일부는 3년 넘게 평일 근무시간 중에 근무지를 무단이탈하거나 허위 출장 처리하는 방법으로 근무지 인근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겼다. 한 중앙행정기관 과장급 간부는 2008년 편의제공과 생활비 명목으로 2년간 수천만원을 받다가 적발됐으며, 수도권의 한 지자체 과장급 공무원 등은 허위로 출장 처리를 하거나 직원 출장비 중 일부를 환수하고 관련업체 등에서 받은 금품으로 공동경비를 조성해 과 회식비 등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공직기강 해이에 정부는 대대적 사정에 나설 태세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16일 공직자 비리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대응책을) 고민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한계에 왔다는 생각”이라며 공직자 비리 척결을 지시했다. 정부는 다음날 총리실과 감사원을 중심으로 1만명의 인력을 동원해 7월부터 감찰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무총리실은 선거철 ‘정치권 줄서기’나 기관장 교체시기의 ‘인사 청탁’ 등 공무원 비리가 적발될 경우 해당부처와 기관에 강도 높은 인사 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총리실은 또 하반기(7~12월) 공공기관 기관장 교체시기와 맞물려 각종 인사청탁 비리가 횡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오는 30일 처음으로 ‘공공기관 감사관 회의’를 직접 주관키로 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당장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공직사회 감시기구부터 불신 받고 있다.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로비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은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고, 김장호 전 금감원 부원장보도 금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지방국세청 소속 직원 3명도 이날 세무조사 관련 편의를 봐주고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대통령 임기 말 공직사회에 대한 사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그간 추진해온 정책과제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고 국정기조인 ‘공정사회론’의 공감대를 확산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시적 성과 없이 구호로 끝난다면 정부의 부패실상만 드러낸 채 공정사회는 무력화되고 민심 이반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치부를 건드리기 쉽지 않아 보이지만 국민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공직자들이니 만큼 엄중한 감사로 공정사회 만들기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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