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저승사자' 공정위 과징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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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저승사자' 공정위 과징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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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쌩’…국고로 '쏙'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1998년 IMF 시절, 국민들만큼 기업들은 힘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쓰러져 가는 기업들이 숱하게 많았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들을 상대로 막대한 과징금을 거뒀다. 전년도보다 무려 100배 많은 과징금을 부과한 것. 이를 두고 기업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과징금으로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기업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17년이 지난 2014년 현재 세수 펑크 규모는 IMF 이후 최대 규모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액도 공정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IMF 시절 기업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오버랩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매년 공정거래법을 어긴 기업들을 대상으로 과징금을 부과한다. 지난해 804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전년대비 92.2% 증가한 것으로 통계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세금이 부족해?

일선 기업들 입장에서는 공정위가 과도하게 과징금을 추징하는 것 아니느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난해 대규모 세수 펑크를 만회하기 위해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과징금 수납액은 전액 국고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과거 1998년에도 공정위가 부족한 세수 때문에 과도한 과징금 부과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있었다. 당시 IMF로 나라 경제가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전년보다 1만1343.4% 많은 과징금을 걷었다. 1998년 세손 결손 규모는 8조6000억원으로 2014년까지 역대 최대 규모였다. 

과징금 부과의 정당성에 대한 의혹의 시각은 IMF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 10조9000억원으로 IMF때 세웠던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쓸 돈은 많은데 나라 곳간은 빈 상황이 과거 IMF때와 유사한 상황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세수 부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과징금 부과 규모가 세수 부족을 메울 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공정위 관계자는 “매년 기업들로부터 걷는 과징금이 1조도 안 되는데 세수 확보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며 “정부의 정책 방향이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으로 정해지면 과징금 부과액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액이 증가하자 기업들의 불만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기업들의 제기 현황을 살펴보면 345곳이 시정조치를 받아 41곳이 이의 제기를 신청했다.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받은 기업 가운데 11.9%가 이의제기를 신청한 것이다.

작년 8043억원 부과 “사상 최대 규모”
소비자엔 ‘0원’…펑크난 세수 메우기?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담합과 관련해 제재를 받은 기업들이 많았다”면서 “이 경우 이의 제기의 건수가 다른 유형의 제재보다 훨씬 많이 계산되기 때문에 이의제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공정위가 무리하게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정황은 과징금 부과 관련 행정 소송에서 패소한 액수를 통해 드러난다. 공정위가 올해 들어 과징금 관련 소송에서 져 기업에 돌려줬거나 앞으로 돌려줘야 할 금액이 2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5년간 과징금 소송 패소액을 합친 액수가 5100억원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공정위가 무리한 조사로 과징금 부과를 남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세부적으로 정부 자료에 따르면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중 올해 들어 지난 2월 16일까지 대법원 및 고등법원의 확정판결로 취소된 금액은 2576억원이었다. 여기에 과징금을 받은 날부터 돌려주는 날까지 기간에 대해 환급가산금(이자)까지 감안하면 실제 공정위가 기업에게 돌려줘야할 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0년 이후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로 피해 기업에 돌려준 가산금은 612억원 수준이다.
다만 올해 과징금 2576억원의 98.9%(2548억원)는 공정위가 지난 2011년 주유소 담합 건으로 정유사들에 부과한 것이 때문에 공정위 측은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소송에서 져 취소당한 과징금(확정판결 기준)은 2010년 417억원, 2011년 423억원, 2012년 111억원, 2013년 111억원 등으로 감소하다 지난해 1479억원으로 급증하면서 무리한 과징금 부과 아니냐라는 지적이 이미 나오기 시작했다. 연도별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액 대비 패소액 비율은 2010년 17.2%, 2011년 17.9%로 17%대에서 2012년 7.6%, 2013년 4.9% 하향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21.0%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렇게 남발한 소송에 따라 피해를 받은 기업에 대한 보상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정위 제재에 대한 소송에 이겨도 불법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남는데 이를 만회할 방법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공정위와의 소송에서 이긴 A기업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고 낸 과징금을 소송을 통해 돌려받았지만 불법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쉽게 회복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과징금 남발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정위에 대한 징벌적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정사회 구현?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과징금이 늘어나는 것은 정부의 불공정 기업에 대한 처벌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면서 “(최근 패소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과징금 관련 소송에 임하고 있지만 공정위 1년 소송예산이 변호사 1명 연봉보다 작아 소송에 이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정위 과징금, 어디 쓰이나?

공정위가 거둔 과징금이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에 피해를 당한 소비자를 위해 쓰이는 돈은 없다. 당연히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한 소송비용도 전부 피해 소비자의 몫이다.

피해는 소비자가 보고 재미는 정부가 본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 전액이 국고로 귀속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얼마나 피해 소비자를 위해 과징금이 쓰이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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