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촬영장 잦은 사고 ‘왜’

한국뉴스


 

드라마 촬영장 잦은 사고 ‘왜’

일요시사 0 2459 0 0

찢기고 터지고 ‘스타는 괴로워’

최근 드라마 촬영 중 연예인들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촬영장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와 함께 전반적인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의 문제점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류의 영향과 영상 콘텐츠의 수요 폭발로 외주제작사가 급증하면서 방송 인력과 인프라 확충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은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한국 드라마의 질을 저하시키고 방송제작 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멜로드라마의 대가이자 스타 PD로 각광받는 A PD는 “드라마 제작 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어 안타깝다”는 탄식 섞인 말을 했다.

이민호 차량반파 사고…주차해 있던 트럭 들이받아
천정명 두 차례 낙마사고…마지막까지 진통제 투혼

탤런트 이민호는 지난 13일 SBS 수목극 <시티헌터>를 촬영하던 중 차량이 반파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소속사 스타우스에 따르면 이민호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 경기 고양 일산 호수공원 인근에서 차를 운전하며 이동하는 신을 찍다가 옆에 주차해 있던 트럭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그가 타고 있던 차량은 운전석 쪽이 반파됐지만 이민호는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차에 동승해 이민호를 찍던 PD는 눈가가 찢어져 치료를 받았다.

방송 불과 몇 시간 남기고
끝나는 촬영도 태반

소속사는 “이민호가 사고 직후 인근 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 등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귀가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배우 이태곤은 KBS1 대하사극 <광개토태왕> 촬영 중 발목을 다치는 부상을 입었다. 홍보대행사 블리스미디어는 “이태곤이 지난 10일 경북 문경의 촬영장에서 달리는 장면을 찍던 도중 왼쪽 발목을 접질려 인대를 다쳤다”며 “이태곤은 부상 직후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태곤은 현재 다친 발목에 깁스를 한 상태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월화극 <짝패>로 파란만장한 첫 사극 신고식을 마친 배우 천정명은 두 차례 낙마사고로 경추부상을 당해 마지막까지 진통제를 맞으며 카메라 앞에 섰다. 막바지 촬영을 일주일 앞두고 병원 측으로부터 ‘즉각 입원치료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천정명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촬영을 강행했다는 후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천정명은 독한 진통제를 일주일 넘게 맞아 식욕을 잃고 소변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최악의 상태에서 정신력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제작진이 대역을 쓰려했지만 천정명이 투혼을 발휘해 액션연기까지 강행했다고 한다.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로 인해 드라마 촬영의 안전 불감증과 함께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의 문제점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영화배우 A씨 ‘하루 15신
이상 촬영 안 하기‘ 조건

촬영현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 중 상당수는 안전 불감증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배우들은 액션신 촬영에 앞서 리허설에서 몇 차례 합을 맞춰보지만 실제 촬영에 들어가서 리얼한 액션을 하다보면 부상을 당하기 일쑤다. 배우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촉박한 촬영일정으로 인해 충분한 리허설 시간을 주지 못하는 제작진에도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현재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전 제작 시스템이라기보다는 거의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대본은 최소 일주일 전에 나오는 게 정상이다. 정상적인 드라마 제작을 위해서는 연출자, 출연자들이 준비를 위해서도 최소한의 사전 제작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심지어 촬영 직전에야 연기자가 대본을 받아드는 당일치기 제작이 오히려 심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방송을 불과 몇 시간 남겨두고 끝나는 촬영도 태반이다. 한류열풍을 이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가 태어나는 촬영현장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전쟁터에 가깝다. 방송을 불과 하루 앞두고 진행되는 드라마 촬영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리허설 등이 필요한 액션 장면 역시 쫓기는 시간에 못 이겨 콘티를 확인 한 뒤 한두 번 호흡을 맞춰본 후 진행되는 게 대부분이다”며 “그러다 보니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은 졸음, 시간과 싸우다 사고를 낸다. 너무나 빡빡한 일정 탓에 자신이 무슨 연기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찍는 경우도 다반사다”고 밝혔다.

외주제작사의 경우 사전 제작을 하고 싶어도 편성이 확정되기 전 제작을 시작할 수 없는 게 대부분 현실이다. 편성과 캐스팅, 작가 섭외를 끝내면 첫 방송이 채 2주도 안 남아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쪽대본' 넘어 휴대폰으로 불러주는 '줄대본'까지 성행
사전제작제 정착이 콘텐츠 질 향상과 안전예방 지름길

또 다른 드라마 제작 관계자도 “안전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여유도 시간도 없다. 작가들의 대본이 ‘쪽대본’을 넘어 휴대폰으로 불러주는 ‘줄대본’까지 나올 정도로 너무 늦게 전달된다”며 시간에 쫓겨 안전 등 다른 부분에 소홀할 수 없는 드라마 제작환경을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기본적인 자동차 운전까지 전문적인 스턴트 숙련자가 맡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밤샘 촬영에 피로에 치진 스태프 중 한 명이 운전을 하는 경우도 허다해 사고 위험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 드라마는 한류열풍을 이끌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진출하고 있지만 많은 스타급 배우들이 드라마 출연을 회피하고 있다. 특히 영화배우 A씨의 경우 드라마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높은 개런티가 아닌 ‘하루 15신 이상 촬영 안 하기’ 등 제작환경 개선을 요구해 열악한 드라마 제작실태 개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출연자 투혼에만 의지
제도적 장치 뒷받침 되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외주제작 드라마의 문제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 그 외면의 결과는 한국 드라마의 질적 저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며 “연기자뿐 아니라 제작진도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배우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촬영 현실은 개탄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안전 불감증 문제는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 촬영장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배우 이나영은 영화촬영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경찰이 밝힌 사고 원인은 촬영 현장 주변 안전조치 미비. 지난 15일 오후 9시 17분께 청원군 강외면 연제리 인근 편도 2차선 도로에서 J씨가 몰던 카렌스 차량이 영화촬영을 하던 650㏄ BMW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영화 <하울링> 촬영을 위해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이나영이 가벼운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뒤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병원으로 옮겨질 당시 이나영은 구급대원들에게 “크게 아픈 곳이 없다”며 자신의 증상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는 연제리 방죽 방면에서 옥산 쪽으로 향하던 운전자 J씨가 영화촬영 현장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촬영 현장 주변에 적절한 안전조치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지 않은 배우들이 부상에도 불구, 촬영을 강행하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촬영장의 사고를 책임지는 보험이 있어 배우가 부상을 입어 촬영이 지연되면 추가 지출 비용을 부담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제도적 장치의 뒷받침이 없어 연예인의 ‘투혼’으로만 마무리하려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의 질은 출연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는 데서 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