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홈플러스 인수전 '관전포인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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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홈플러스 인수전 '관전포인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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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에 팔릴까’ 자욱한 먹튀 그림자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홈플러스가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M&A가 성사된다면 국내 최대 M&A로 기록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누구의 품에 안길까. 매각을 둘러싼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홈플러스 인수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예비 입찰 참여 여부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인수후보들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매각 신호탄을 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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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팔긴 파나]

그동안 홈플러스는 수많은 매각설이 나돌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국내 유통업계 2위라는 무게감에 7조원(최대 10조)이 넘는 매각 예상가까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에 충분했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쥐고 있는 영국 테스코가 과거 M&A 성사 직전 매각을 포기한 전례가 있어 M&A 성사여부는 상황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봐야할 듯 싶다.

앞서 지난해 테스코는 미국 카알라일의 40억 파운드(6조5561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M&A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테스코가 6조5000억원 이하에는 홈플러스를 매각할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매각가격이 최소 7조원 이상으로 형성되지 않을 경우 M&A 협상 자체가 무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홈플러스의 모회사 테스코의 유동성이 여의치 않은 만큼 매각을 미루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테스코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10조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또,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2억 5000만 파운드(약 4000억원)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은행들로부터 차입금 상환 압박을 받고 있다. 게다가 분식회계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때문에 테스코의 입장에서 무리하게 가격을 협상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점도 이들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발표된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홈플러스는 보유하고 있던 회사채 1조9008억원 가운데 4550억원을 조기에 상환했다. 2008년 체스헌트 오버시즈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이래 처음으로 상환한 것이다. 이는 홈플러스의 매각을 앞두고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테스코의 매각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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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업이 먹나]

홈플러스가 해외 기업에 인수될지 여부도 시장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가능성이 있는 자금은 중국계 자본이다. 테스코와 중국 테스코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중국 유통업체 뱅가드가 홈플러스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뱅가드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길 원한다면 지금이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뱅가드는 테스코 본사로부터 중국 테스코를 인수했다. 다만, 테스코는 중국 테스코의 지분율을 20%로 유지하며 뱅가드와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 진출한 해외 대형 할인매장이 현지화 실패로 사업을 접은 사례가 많아 뱅가드가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프랑스 까르푸의 경우 대형마트 부문 세계 2위라는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기 위해 1996년 중동점을 열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전국 32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현지화를 배제한 글로벌 스탠다드 경영전략으로 일관하다 실패를 맛봐야 했다.

M&A 시장 최대 매물로…성사 여부 주목
‘누구 품에 안길까’ 돌발 변수에 관심↑

월마트 역시 까르푸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월마트는 1998년 네덜란드 합작법인 한국마크로 점포의 인수를 통해 한국시장에 들어왔다. 전국 16개 매장을 운영했다. 따라서 외국계 기업이 인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외국계 사모펀드(PEF)가 유입될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홈플러스를 매입한 후 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려는 세력들로 KKR, 칼라일, CVC 파트너스, TPG, MBK파트너스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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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가능성은?]

시장이 특히 집중해서 지켜보고 있는 부분은 국내 기업의 인수전 참여 여부다. 국내업계 2위의 지위를 갖고 있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단번에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7조원을 상회하는 높은 매각 예상가는 국내 기업인수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섣부른 인수가 ‘승자의 저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비싼 홈플러스 매각가격 때문에 국내 기업이 단독으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국내 기업이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동종업계 1위 이마트나 3위 롯데마트는 공정거래법 독점규제에 걸릴 수 있어 아예 입찰 참여를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오리온이 슬며시 관심을 드러냈다. 오리온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홈플러스 인수 관련,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입찰참여 여부 등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향후 홈플러스 입찰과 관련해 구체적 상황이 확정되는 대로 공시하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오리온의 인수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다. 오리온의 자금 사정이 넉넉치 않기 때문이다.

박찬은 IBK 연구원은 “오리온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900억원 수준으로 홈플러스 인수 시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매각대금 대비 현금과 현금성 자산 규모가 매우 작고 2000년대 중반 이후 오리온이 비제과 사업부문을 매각했기 때문에 인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의 존재감이 인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허 부회장은 2006년 신세계그룹의 월마트코리아(현재 이마트)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신세계 사장, 이마트 사장을 지낸 허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신세계그룹에서 퇴사해 그해 7월 오리온에 입사했다.


 


현대백화점도 홈플러스 인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내 유통업체 가운데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유일하게 “제안이 온다면 검토할 것”이라면서 인수 경쟁에 참여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현대백화점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동원 가능한 현금은 2조원에 2조원을 대출받아 예상 인수가 7조원 가운데 4조원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나머지 지분은 사모펀드에게 넘긴다면 자금 마련이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시너지 효과도 있다. 현대백화점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현대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 리바트, 한섬 등이 140여개의 홈플러스 유통망을 통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최근 현대백화점이 백화점 빅3(롯데, 신세계, 현대) 구도에서 밀려나는 양상이라는 점도 깜짝 인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현대백화점이 사업을 확장하는데 있어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전향적인 태도가 나오지 않는 이상 적극적으로 인수입찰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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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 쪼개 팔수도?

홈플러스 인수 주체만큼 매각 방식도 시장의 주요 관심 포인트다. 업계에서는 유동성(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테스코가 분할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최대 10조원에 이르는 매각 대금을 마련할 기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테스코는 지난해말 분리매각을 시도한 적이 있다. 지난해 12월 홈플러스는 부산 경남을 기반으로 13곳의 대형마트를 운영 중인 메가마트에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마트 모회사인 농심 관계자는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은 적이 있지만 협상한 사실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기업 vs 해외기업
속속 드러나는 도전자
먹으면 승자의 저주?

현재 홈플러스는 분할매각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일단은 일괄매각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적극적인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분할매각 가능성은 다시 고개를 들 전망이다. 분할매각은 인수자를 찾는 데는 용이하지만 결국 처치 곤란한 사업(또는 점포)만 남을 가능성이 커 매각사 측에서는 꺼리는 것이 통상적이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주)와 홈플러스테스코(주), 홈플러스베이커리(주)로 구성돼 있다. 홈플러스는 테스코홀딩스 B.V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테스코는 지난 2008년 이랜드가 운영하던 홈에버를 인수한 것이다. 현재 홈플러스테스코의 지분은 홈플러스와 테스코스토어리미티드가 절반씩 갖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의 반발도 M&A 과정에서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노조는 고용 불안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M&A 과정에 노조가 참여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사모펀드의 유입과 분할매각을 경계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홈플러스 매각과 관련 17일 “분할매각이나 투기자본인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홈플러스 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홈플러스는 1999년 창립이후 임직원의 헌신과 희생, 한국소비자의 관심과 사랑으로 성장해온 기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분할매각과 투기자본으로의 매각이 시도된다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전체 직원들과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노동단체, 시민사회단체, 정당, 소비자와 연대해 전면적인 사회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유력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사모펀드 KKR과 칼라일그룹, MBK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 노조는 “언론보도, 현장제보, 업계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테스코와 홈플러스 경영진은 비밀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달 중에만 두 차례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테스코와 경영진은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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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노조

노조는 “홈플러스는 임직원 2만5000여명, 협력업체 2000여개와 수만명 직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고 수백만 한국소비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업체”라며 “매각과정 또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매각과정에 노동조합과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며 M&A 과정에 노조의 의견 반영을 주장했다. 이날 노조는 전 직원에게 힘을 모아 스스로를 지키자는 호소문을 보내기도 했다. 호소문은 이날부터 전국 홈플러스 매장에 배포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노조 달래기’에 들어갔으나, 원론적인 해명에 그치며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홈플러스는 노조의 기자회견에 대해 “테스코는 지난 1월 ‘당분간 해외자산 매각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이후 별다른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며 “모두가 하나 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조가 큰 힘이 돼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침체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모든 유통업체들이 매출이 급락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당사는 매각설까지 불거져 더 험한 길을 걷고 있고 지금은 어느 때보다 단결된 모습이 필요한 시기”라고 전했다.

<donky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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