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가 청와대 거수기?' 지금이 어떤 시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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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내대표가 청와대 거수기?' 지금이 어떤 시댄데…

일요시사 0 1309 0 0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석상에서의 원색적인 발언이 새누리당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총 16분간의 발언 중에서 12분 동안 '배신' '탐욕' '구태' 등의 작심한 듯한 발언으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등 입법부 전체를 싸잡아 비판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유례없는 이번 박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그 발언의 수위나 강도 등을 감안할 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이번 발언은 그대로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불똥이 튀었고, 당내 친박(친 박근혜), 비박(비 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격한 갑론을박으로 어수선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의 부재과 계파 인사들의 아전인수식 주장들로 인해 당이 더 혼란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사퇴 시그널'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유례없는 작심발언을 한 배경에는 최근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났던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 부족, 낮아진 지지도 등의 비난여론을 국회로 돌리기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무회의 발언에서는 국회에 대해 배신과 탐욕의 이익집단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흔히들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라고들 말한다. 대통령이 국가의 수장이라고는 하나, 대통령 자신이 본인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 등으로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거취를 운운해선 안 된다. 원내대표 자리는 당 의원들이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만큼 당 대표나 특정 계파 또는 대통령 역시 '감 내놓아라 배 내놓아라' 할 수가 없다. '집권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냐'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당내 재선의원들의 성명서 발표도 이채롭다. 상당수 친박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결정하려고 하자, 김성태·박민식 의원 등 재선 의원들은 최고위원회가 아닌 의원총회로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해선 그 어느 누구도 반박의 여지가 없다. 당내 화합을 주도해야 할 최고위원회가 당내 분란의 빌미를 제공하면 안 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현재 상황에서 '인터뷰 금지령'을 내리는 등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최대한 당의 와해를 막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물론, 이번 사태의 발단이 유 원내대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청와대가 이미 반대했던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했을 뿐만 아니라, 합의 과정에서도 공무원연금 개정안 처리 시한에 쫓겨 '빅딜'로 하룻밤 사이에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이전부터 정치권에서 비슷한 개정안을 입법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위헌 논란에 부딪혀 유야무야돼 왔다.

박 대통령의 비난에 국회 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법안의 문구 중 국회의 '요구'를 '요청'이라고 살짝 바꾼 것을 중재안이라고 내놔 '눈 가리고 아웅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미 물은 엎질러져 버렸다. 대통령의 작심 발언 이후 유 원내대표가 공개석상을 통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국회와 청와대가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민생 관련 법안들은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메르스 공포가 잠잠해질 만하자, 원내대표 논란으로 정치권이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들어 가뭄까지 지속되고 있고 상황에서 정치가 국민의 민생을 돌봐야 하는데도 오히려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는 작금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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