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낸 'KY 호위무사들'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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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드러낸 'KY 호위무사들'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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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친박이 찰흙이면 우리는 콘크리트"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박계의 공세가 비박계의 결집을 불러왔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후 단체행동에 나선 친박계가 연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외치고 나서자 그간 숨죽이고 있던 비박계가 들고 일어선 것이다. 그들은 친박계의 공세에 대해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김무성·유승민’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내 친박-비박 양 진영의 싸움이 뜨거워지고 있다. 친박계는 연일 비박계 지도부를 흔들고 있는 반면, 비박계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친박계의 처사가 “부당하다”고 외치며 맞서고 있다. 양쪽이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첨예한 의견대립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념적 대립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의견도 있다.

친박 VS 비박
계파싸움 발발

갈등 양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 원내대표 구명에 적극적으로 나선 새누리당 의원 20명이 있어 화제가 됐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긴급 최고위 개최에 앞서 성명을 발표하고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무리한 처사에 반기를 들었다.

성명서 전문 중 핵심내용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이를 존중하고 당·청 화합에 대해 강력하게 주문했고, 당 지도부는 이미 원내대표의 사과를 비롯해 앞으로의 긴밀한 협의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의총 결과에도 일부에선 이를 무색하게 하면서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해 당내 분란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비박계 의원 20명은 이미 사과를 했음에도 계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친박계 때문에 당이 분열되고 있다고 보고 전면에 나선 셈이다.

최고위원·정무특보 비박계 지도부 압박
재선의원 20명 단체성명 "부당하다!"

이들 20명을 분석해 보면 모두 19대 총선 때 재선에 성공한 의원들로 당내 소장파로 분류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중 대외적으로 비박계 지도부, 즉 K·Y라인과 인연이 있는 인물은 약 7명 정도, 즉 최근에 정가에서 얘기가 나오고 있는 ‘김무성계’ ‘유승민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

인물 간 관계를 명확히 구분 지을 순 없지만 7명 중 일반적으로 김 대표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분류되는 인물은 김성태, 김영우, 김학용, 정미경 의원 등 총 4명, 유 원내대표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김세연, 홍일표 의원 등 총 2명, 나머지 1명인 김용태 의원은 이재오·김문수 등 비박계 핵심인사들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김성태 의원은 ‘무대의 오른팔’로 잘 알려진 정치인으로 김 대표의 최측근 중 한명이다. 김 대표가 지난 2010년 원내대표직에 있을 때부터 원내부대표를 역임하며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둘은 당시 당을 이끌어오며 서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의원은 당내 비주류로서 친박계를 견제하는 역할을 김 대표와 함께 수행하게 된다.

재선의원 20명
K·Y라인 핵심

결정적으로 김 의원은 ‘김무성 대 서청원’이라는 빅매치로 주목받은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김 대표가 선출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일등공신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전당대회 이후에는 최근 20대 총선과 맞물려 화제가 되고 있는 당 사무총장직 하마평에 올랐으나, 본인이 “지근거리에서 대표를 도운 사람들은 2선으로 물러나 당의 화합을 위해 길을 터줘야 한다”며 뜻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당내 조직·정무통으로 불리는 김 의원은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며 승부를 걸어야 할 때를 감각적으로 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성명 발표를 통해 뭉친 비박계 내에서도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우 의원 또한 당내 비주류 핵심인물로 꼽힌다. 지난 2014년 8월경 김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김 의원을 대변인에서 수석대변인으로 승격시키면서 당내 위치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새누리당 초재선 중심의 소장파 의원모임인 ‘아침소리’에도 참가하고 있는 그는 함께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조해진 의원과 ‘호형호제’할 정도로 각별히 친한 사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김학용 의원은 새누리당 내에서 ‘장자방’에 비유될 정도로 최고의 전략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한때 김 대표가 당권을 잡기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냐는 말을 들은 적 있는 ‘근현대사 역사교실’ ‘통일경제교실’의 간사와 사회를 맡아 김무성 대세론을 지피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로 알려졌다. 지금은 대표비서실장을 맡아 김 대표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정미경 의원은 당내 최고의 이미지 메이커로서 김 대표 체제에서 성공적인 새누리당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듣는 인물이다. 새누리당의 홍보기획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정 의원은 지난 4·29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 맞서 ‘새줌마’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파격적 이미지 쇄신으로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최근 ‘친기업 이미지’에서 ‘친서민 이미지’로 탈바꿈 할 수 있었던 것도 정 의원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친무성계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맞고 있는 인물로 손꼽힌다.

 



▲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

유 원내대표와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로 알려진 김세연 의원은 새누리당 내에서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대표에 맞설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항마로 분류되는 정치인이다. 김 의원은 부산 금정구에서 당선된 만큼 김 대표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지는 등 K·Y라인과 모두 가까운 사이로 전해진다.

홍일표 의원은 유 원내대표와 지난 2014년 1월경 ‘사회적경제특위’가 출범하면서부터 함께 활동하며 인연을 쌓아온 ‘유승민 사단’의 대표인물로 꼽힌다. 유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전 사회적경제특위 위원장을 맡아왔으며 홍 의원과 함께 사회적경제기본법 발의를 주도해왔다.

이들 인물들 이외에도 비박계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는 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 중 친이계 중진들의 적극적 지원 덕에 비박계가 내실을 다지게 됐다는 평이 많다. 일례로 대표적인 친이계 좌장이며 비박계 맏형 역할을 맡고 있는 이재오 의원이 적극 지원에 나섬에 따라 김용태 의원 등 평소 이 의원과 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의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오·원유철
유승민 구원투수

이 의원은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이 앞장서서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이 문제의 본질인데 유 원내대표의 거취로 옮겨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 ‘사퇴 불가론’을 강조하며 친박계에 맞섰다.

더 나아가 이 의원은 지난 2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각 수반과 국가원수가 권력은 제왕적으로 행사를 하는데 책임은 제왕적으로 안 진다. 이게 문제”라며 “70년 동안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나라를 이끌어 왔으니까, 이제는 개헌을 할 때가 됐다”고 말하는 등 일련의 문제가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으므로 이를 바꿔야 된다는 평소 소신에 충실했다.


 


이병석·정두언·정병국 등 중진의원들도 함께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금의 갈등이 정파적인 작동을 하는 것은 안 된다”며 “대통령의 거부권은 존중해야 하지만 유 원내대표 사퇴 문제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의사와 의견도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두언 의원은 “여당 의원이 뽑은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사퇴하라는 것은 과거 군사독재 정부 시절 때의 얘기 같다”며 “우리 손으로 뽑은 우리 원내대표를 쫓아내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은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고 부끄럽다.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인데 이를 어떤 한 사람에게 책임을 지워선 안 된다”며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친이계 합세, 이재오 중심으로 헤쳐모여
계파갈등 폭발 일로, 중도파 누가 먹나?

유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지난 2월 함께 당선된 원유철 정책위의장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원 의장은 지난 2일 유 원내대표 사퇴를 적극 외치는 김태호 최고위원 등 일부 강성 친박계 의원들을 향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해도 너무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고위 자리에서는 김 최고위원과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등 유 원내대표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듯 비박계가 평소완 다르게 갈등 전면에 나선 이유는 친박계의 목소리가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서청원·이정현·이인제로 이어지는 최고위원진을 필두로, 청와대에서는 윤상현·김재원을 앞세운 정무특보 라인이 비박계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신호로 일제히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친박계는 행동으로 먼저 나섰다. 박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등이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면서 지도부를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당·청간 소통의 가교역할을 해야 할 정무특보까지 비박계 지도부를 공격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의원총회를 통해 유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았음에도 다시 군불을 지피는 듯한 모습을 보여 비박계는 더욱 불쾌해 하고 있다.

윤상현 정부특보는 지난 달 26일 “진정한 리더라는 것은 거취를 누구에게 묻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최고위원
정무특보

계파 간 정쟁으로 이어진 이번 사태를 두고 정치전문가들은 결국 중도파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당에서 1/3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도파를 어느 쪽에서 움직일 수 있냐가 이번 정쟁의 승패를 가를 중요한 요소라는 분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간 친박-비박을 구분하는 것을 두고 ‘무의미한 짓’이라 단정해 왔다. 새누리당 비박계 중진의원 한 명은 기자에게 “친박-비박이라는 말은 결국 기자들이 만든 말 아니냐”며 은근슬쩍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새누리당 내 갈등이 새정치연합 못지않다는 점이 온 국민에게 알려지게 됐다. 20대 총선을 향한 정치인들의 밥그릇 싸움은 그렇게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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