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재벌' 최등규 보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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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재벌' 최등규 보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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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범죄'라면서 결론은 유전무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에 대해 법원이 1심에서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일부 자금을 관급공사 로비에 사용한 혐의다. 그러나 최 회장은 교도소에 있지 않다. 최근까지 병원에서 회사 창립기념식을 챙겼다. 법원은 "피고인(최 회장)이 2009년 심장수술을 받은 후 치료를 받아 온 점 등을 고려해 보석 허가를 취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했다. 어찌된 일일까.

  지난해 기준 대보그룹의 연매출은 1조원대로 확인된다.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은 '고속도로 휴게소 재벌'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해 12월 최 회장은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최 회장이 회사돈 200억원가량을 횡령하고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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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당초 대보그룹과 국방부 간의 유착 여부에 주목했다. 대보그룹에 대한 수사 착수 사실이 알려지자 군 안팎에선 수사의 주체가 누군지를 묻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앞서 정부는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을 발족해 '군피아'와 관련한 연결고리를 찾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대보그룹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당시 부장검사 서영민)가 맡았다. 수사의 초점이 대보그룹 계열사인 대보정보통신에 모아졌기 때문이다. 대보정보통신은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인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을 인수하면서 성장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얼마 전까지 대보정보통신의 지분 19%를 소유했다. 대성정보통신 역시 매출의 약 40%를 한국도로공사에서 올렸다.

지난해 11월 기자와 만났던 전직 군 관계자는 "대보그룹의 관(정부)쪽 인맥이 상당하다. 국정원과도 친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보그룹은 1981년 대보실업을 시작으로 건설업에 뛰어들며 사세를 확장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굵직한 관급공사를 대거 수주했다. IMF를 전후로는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권을 싹쓸이했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9곳, 주유소 17곳 등 고속도로 관련 사업자 가운데는 단연 1위였다.

검찰은 지난 1월 최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2008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하도급업체의 거래 대금을 부풀려 결제한 뒤 일부 대금을 현금으로 회수하거나 직원들에게 지급된 상여금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211억8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였다. 검찰은 최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일부가 본인 자신과 자녀들의 대출금을 갚는 용도로 사용된 정황도 확인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엄상필)는 최 회장에 대해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검찰의 공소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 27억여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 소득세 21억여원을 회사돈으로 대납한 혐의, 군 관사 건립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평가위원들에게 1000만∼3000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모두 사실로 판단했다.

200억대 횡령·로비 혐의…1심 징역 3년6월형
심장수술로 허가…과거 인터뷰선 '건강하다'

이날 재판부는 "그룹 회장이란 지배권을 이용해 계열사 법인자금을 비자금으로 조성하고, 그 과정에서 배임 및 조세포탈 범행을 저질렀다"라며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중대 범죄"라고 판시했다. 관급공사 수주 로비에 대해선 "준법경영에 관한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 회사들에게 34억원 이상을 반환했고, 피고인(최 회장)이 보유한 대보유통 등 주식에 관해 대보건설과 대보실업 등을 채권자로 (선정하여) 피담보채권액 229억원 상당의 질권을 설정한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2009년 심장수술을 받은 후 계속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해 보석 허가 결정을 취소하지 않기로 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최 회장은 1심 선고공판이 열리기 전부터 병원에 있었다. 그곳에서 회사와 관련한 각종 내부 보고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회사 창립기념일을 맞아 매년 열려온 마라톤 대회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 등의 이유로 마라톤 대회에 난색을 표했으며, 대보그룹은 올해 창립 기념식을 서울 송파청소년수련원에서 열었다.


 


                                                  ▲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최 회장의 건강 상태에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그는 2009년 이후 1년에 한 차례 이상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고, 직원들과 함께 무박으로 지리산에 등반하는 등 건강에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 마라톤 대회에선 이른바 '회초리'를 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는 것이 언론에 소개된 일화다. 2014년 7월 <매경이코노미>와의 인터뷰를 보면 최 회장은 18홀 골프 라운딩에서 카트에 일절 타지 않는 부지런함도 과시했다.

2014년 5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와 2013년 10월 <골프한국>과의 인터뷰에서도 최 회장은 건강에 무리가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서해안고속도로 화성휴게소 등 전국 각지 휴게소에서 경광봉을 들고 직접 야외에서 차량 안내를 도맡았다. 휴가철이나 명절이면 휴게소 옥상에서 무전기를 들고 교통 통제에 나섰다.

2012년에는 아예 자신의 건강비결을 밝히기도 했다. <주간동아>와의 같은 해 6월 인터뷰를 보면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고 등산과 달리기를 즐기는 것'이 그의 건강비결로 소개됐다. 물론 최 회장이 고의로 병력을 숨겼거나 언론사 기자들이 거짓 인터뷰를 실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대보그룹 측은 "(회장님이) 지병이 있던 것은 사실이며, 현재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건강이 나빠져 매년 열리는 산행도 함께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2심 결과는?

그간 사법당국은 유독 재벌 총수의 건강을 챙겼다. 정해진 형량대로 수감생활을 한 '회장님'은 찾기 어렵다. 이들은 대개 구속집행정지(혹은 형집행정지)를 요청하며 건강 악화를 이유로 들었다. 실제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모두 2달 만에 지병을 이유로 풀려났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신부전증,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폐혈증으로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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