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묻혔던 롯데관광 ‘세금폭탄’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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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묻혔던 롯데관광 ‘세금폭탄’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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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병 회장 두 아들 퇴직 임원 명의로 주식 보유
차명 사실 드러나자 실명전환…국세청 620억 추징

국세청은 지난 12일 올 상반기 부당증여를 통해 편법으로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준 기업 사주 등 204명을 조사해 4595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업체는 대부분 매출액이 1000억∼5000억원에 이르는 중견기업들이다.

국세청은 편법 증여·상속 사례들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롯데관광개발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롯데관광개발) 사주는 2004년 허위소송을 제기해 주식의 임원명의로 다시 명의 신탁했고, 미성년자인 아들이 성년이 된 2008년 이 주식의 실제 주식소유자가 아들인 것처럼 허위주주명부를 작성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735억원어치의 주식을 증여했다”고 지적했다.

“허락없이 도용”

롯데관광개발 오너일가의 차명주식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기병 회장의 자녀들이 계열사 퇴직 임원 명의로 700억원대의 주식을 보유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롯데관광개발에서 약 20년간 근무한 전직 임원 이모씨와 홍모씨가 2008년 7월 회사 측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주주지위 부존재 확인 및 명의개서 이행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1988년 퇴직한 이씨와 홍씨는 2006년 각자 집으로 배달된 수상한 우편물을 받았다. 롯데관광개발 상장과 관련된 ‘보유주식 현황’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주주명부에 자신들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무려 주식 185만5000주(18.55%)를 갖고 있는 대주주로 등재돼 있었다. 각각 98만7000주(9.87%), 86만8000주(8.68%)씩이다. 롯데관광개발의 주가는 이씨와 홍씨가 소송을 제기할 당시 주당 3만9000원대. 둘의 명의로 된 주식은 총 730억원에 달했다.

곧바로 이들은 롯데관광개발 측에 문의했다. 그리고 회사 주주명부에서 자신들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2년이 넘게 롯데관광개발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씨와 홍씨는 막대한 금융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돼 있어 국세청의 조사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롯데관광개발로부터 주주지위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받지 못한 채 거액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두 사람은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결국 직접 수소문 끝에 이 주식의 실제 소유자가 김 회장의 두 아들이란 사실을 알게 됐고, “김 회장의 두 아들 한성씨와 한준씨가 자신들의 이름으로 차명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원래 소유주 명의로 바꿔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이들은 소장에서 “롯데관광개발 오너일가가 자신들의 명의로 차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허락도 없이 명의를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롯데관광개발 측은 오너일가의 차명주식 사실을 인정했다. 이씨와 홍씨가 소송을 낸 다음날 롯데관광개발은 주요주주 변경 공시를 통해 명의 차용했던 주식을 한성·한준씨 명의로 실명 전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김 회장의 아들이 당시 미성년자라 핵심 임원들에게 주식을 맡겨놓은 것”이라며 “관할 세무서에 주주명의 정정신고서를 접수해 이씨 등의 명의차용 주식을 실질소유자 명의로 바로잡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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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2008년 이씨와 홍씨에게 증여세 230억원을 부과했다. 김 회장의 두 자녀가 주식을 이들에게 명의 신탁한 것으로 판단해서다. 이씨와 홍씨는 “명의신탁 과정에서 단순히 명의를 도용당한 것이기 때문에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롯데관광개발도 강하게 반발했다. 회사 측은 회장 비서실이 오래전부터 보관해왔다는 비밀 주주명부를 내놓으면서 “이 주식은 실제로는 회장의 두 아들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1991년 김 회장이 아들들에게 주식을 증여했다. 이미 과세시효인 15년이 지났다”고 항변했다.

국세청은 이를 받아들여 과세를 바로 취소했다. 결국 김 회장은 700억원대의 주식을 세금 한 푼 안내고 두 아들에게 물려준 셈이 됐다.

검찰 수사 주목

그러나 감사원이 국세청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과세 취소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롯데관광개발이 제출한 주주명부를 보면 1999년 주식 현황에 2004년에 취임한 대표의 도장이 찍혀 있는 등 조작 가능성이 높다”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국세청은 전면 재조사에 착수, 김 회장이 두 아들에게 불법 증여한 사실을 밝혀내 증여세 62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에 대해 롯데관광개발은 “주주명부는 진짜”라며 법적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추징뿐만 아니라 롯데관광개발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고의적 조세 회피가 명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제 문제는 검찰의 수사다. 만약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면 ▲차명주식 자금 출처 ▲보유 목적 ▲배당금 행방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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