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카드 꺼낸 손학규의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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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카드 꺼낸 손학규의 '마이웨이'

일요시사 0 2269 0 0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한 희망버스 탑승을 거부해 당 안팎에서 비판이 잇따랐다. 하지만 탑승 시 자신의 소신과 상관없이 질질 끌려 다닌다는 비판도 면키 어렵다. 손 대표는 딜레마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심상찮은 지지율까지 손 대표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문 이사장이 통합전도사를 자처하며 본격 정치행보를 보이자 지지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에 초조해진 손 대표가 칼을 빼들었다. ‘원칙’이라는 이미지로 무장하고 말이다.
 
 
거센 ‘대망론’ 문재인 위력에 주춤
‘이래도 흥 저래도 흥’에 딜레마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노풍(盧風)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5월부터 감지되기 시작한 이 기운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말로에 힘입은 ‘솔바람’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불과 두 달여 만에 노풍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까지 올려놓는 괴력을 발휘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모노리서치와 한 통신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 문 이사장이 11.8%로 11.3%에 그친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앞질렀다. 문 이사장은 야권 대선레이스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며 손 대표 뒤를 이어 맹추격하다 급기야 추월한 것.

쓰나미급 노풍
문재인 대망론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출범 이후 늘 세트메뉴처럼 비리가 따라붙는 현 정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청렴하다고 평가받는 문 이사장을 주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문 이사장은 역할론을 넘어 이제는 대망론의 주역으로 떠오른 상태다.

물론 문 이사장은 아직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권도전 여부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대망론을 거부할수록 지지율은 솟구치고 있어 정계에서는 문 이사장의 대망론이 더욱 거세질 경우 국민의 요구를 묵살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문 이사장의 보폭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도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야권통합의 전도사’를 자처한 그는 지난달 26일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에 참석해 야권대통합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는 그가 드디어 정치적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손 대표의 모습에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자신의 지지율이 하락과 답보상태를 반복하는 동안 어느덧 문 이사장에게 추월당했기 때문이다. 현재 손 대표의 지지율은 마의 15% 벽을 넘지 못한 채 오히려 ‘분당대첩’ 효과 이전으로 회귀하며 떨어진 상태이다.

또 당 내에서조차 손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정체성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민생행보를 강조하는 손 대표가 정작 노동현안과 직결된 희망버스 탑승은 거부하자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졌다.

정동영 최고위원 등 당내 강경파들은 손 대표에게 희망버스 탑승을 요구했다. 정 최고위원과 가까운 이종걸 의원은 지난달 25일 성명서를 통해 “모든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결집하고 있는 이때, 제1야당의 대표인 손학규 대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으며 희망버스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손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차영 전 대변인 역시 지난달 21일 트위터를 통해 “희망버스가 야권통합의 징검다리이고, 희망버스가 민생진보이고, 희망버스가 균형과 절제다”며 “희망버스로 이명박 정권과 대화하는 손학규가 아니고 피 흘리는 손학규의 분당정신을 기대한다”고 손 대표를 압박했다.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단식농성중인 심상정 진보신당 고문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 대표는 최근에 민생실천 희망대장정을 하고 있는데 한진사태보다 더 중요하고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민생이 어디 있느냐”며 “그렇기 때문에 희망 대장정을 한다면 그 첫번째 장소가 바로 희망버스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원칙 햇볕정책
균형 있는 투쟁

이처럼 거리정치에 선을 그은 손 대표에게 최근 자신의 신념과 다른 행보를 강권하는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결국 그는 이같은 난국을 헤어나가기 위해 특단의 카드를 빼들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신뢰’로 무장했듯이 손 대표는 ‘원칙’을 강조하고 나선 것.

손 대표는 지난달 햇볕정책 논쟁부터 만지작거리던 ‘원칙카드’를 한진중공업 사태에서 확실하게 빼들었다. 더 이상 여기저기 눈치 보며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다.

지난달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원칙 있는 햇볕정책’을 강조하며 원칙 없는 정책에 대해 ‘종북 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때문에 당내 진보개혁세력과 논쟁이 오갔고 특히 그의 맞수 정(동영) 최고위원과 파열음이 빚어졌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보다 명확히 밝히며 대북정책기조에 관해 밀리지 않겠다는 듯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원칙’ 카드로 마이웨이 행보 중
한진사태 두고 ‘해결사’ 자처해

그는 또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방법으로도 ‘선명하지만 균형감 잃지 않은 투쟁’을 주장하며 다시 한 번 원칙을 내세웠다. 손 대표는 야당 대표가 희망버스에 올라탈 경우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잃을 수 있다며 희망버스 탑승을 거부했다. 하지만 희망버스 불참을 대신해 제도권적인 방법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지난달 25일은 이채필 노동부장관을, 26일에는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을 연달아 국회로 불러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손 대표는 또 이명박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축은행에는 청와대 측근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반값등록금 인하는 온데간데없다. 일자리창출 약속도 사라졌다. 가계부채 대책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민생을 위해 한-미FTA 재재협상을 요구했더니 오히려 강행처리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한진중공업 문제 역시 진전 없이 사태만 악화돼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과 민생 회담이 한 달이 되는 지금 도대체 무능한 것인지 아니면 신의가 없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손 대표는 또 “지도자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국민이 지도자를 믿지 못하고 정치를 믿지 못하면 거리로 광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경고까지 덧붙였다.

손 대표는 한진중공업 사태를 매개로 ‘국제 연대’까지 꾀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운영하는 필리핀 수빅조선소 역시 열악한 작업환경과 노조탄압 문제가 필리핀에서 사회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빅조선소 노동지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노조가 결성된 이후 한진중공업 측의 노조 탈퇴 종용이 이어졌고, 실제 '안전규칙 위반'이란 명목으로 노조 간부 등 63명이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손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이 수빅조선소를 방문해 현지 실태를 살펴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필리핀의 석학이자 상원의원인 월든 벨로우와 함께 수빅조선소 노동자 2명을 8월 초쯤 초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어 손 대표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청문회 성사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청문회 개최 의지를 갖고 조남호 회장을 청문회장에 서게 할 것이다”며 “향후 민주당은 청문회를 국회 운영과 관련해 양보할 수 없는 최우선의 과제로 삼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중도‧진보 아우를
투트랙 전략 구사

이처럼 손 대표는 대북ㆍ노동 정책에 대해 자신의 방식대로 원칙을 세우며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그의 이같은 ‘마이웨이’ 행보는 어떤 문제든 제도권 내에서 해결하겠다는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지키면서도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방법론을 구사하는 등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중도 이미지를 지키면서도 노동 현안의 해결사 역할로 진보까지 껴안아 꿩 먹고 알까지 챙기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현재 가장 첨예한 시국 이슈인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 노력이 또 하나의 지지율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과연 손 대표의 전방위적인 사태 해결 노력이 어떠한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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