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농락 대성그룹 채용사기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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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농락 대성그룹 채용사기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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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성그룹 사옥

“모든 것은 하나님 뜻”

[일요시사 사회팀] 박호민 기자 = 청년 실업자 100만명 시대다. 정부와 기업들은 앞 다투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청년 고용을 늘려달라고 주문을 했고 대기업들은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밝히면서 정부의 요구에 화답했다. 그러나 대성그룹은 찬물을 끼얹었다. 청년구직자에 ‘채용사기’를 쳤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경북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대성에너지가 ‘채용사기’ 논란에 휘말렸다. 3개월간의 긴 채용 기간을 끝에 지원자 전원을 탈락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지원자들 사이에서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숨기려다 들통

지난 3일 대성에너지 및 지원자들에 따르면 지난 4월말 대성에너지는 상경계열 및 이공계열 졸업자를 뽑기 위해 온라인으로 대졸 신규직원 채용 공고를 냈으며, 최종 118명이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당초 대성에너지가 채용하기로 계획했던 인원은 10명 내외. 그러나 대성에너지는 단 한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채용과정을 살펴보면 5월15일 서류전형을 시작으로 6월26일 최종 면접을 치렀다. 서류전형을 걸치고 면접을 통과한 19명은 대성홀딩스 서울본사에서 치러진 최종 면접에 참여했는데 이 자리에서 영어 면접을 실시하기도 해 지원자들을 당황시켰다. 특히, 영어 면접장에는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이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다리를 꼬고 눈을 감고 있는 등 시종일관 불성실한 태도로 면접심사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채용 과정에서 창업주 고 김수근 명예회장과 창업주 부인의 자서전을 읽고 감상문을 쓰게 했다. 아울러 김영훈 회장의 작은 누나인 김정주 대성홀딩스 대표는 ‘하나님은 위대하시고 모든 뜻은 하나님 뜻이다’라고 말하고, 성경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등 종교적 편향성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면접을 마친 지원자들은 1주일 후 합격여부를 알려주겠다고 담당자로부터 들었지만 최종면접 2주 후인 7월8일까지 기다린 후에야 전원 탈락 통보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도 지원자들의 문의가 회사에 빗발치자 뒤늦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합격 통보를 위해 보낸 문자 역시 ‘채용사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성그룹은 최종 면접에 올라온 지원자에게 “귀하의 뛰어난 자질과 역량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한정된 채용규모로 인하여 아쉽게도 선발되지 못했다”고 문자를 일괄 발송했다. 그러나 ‘한정된 채용 규모’라는 문구는 누군가 채용됐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차까지 해놓고 지원자 전원 탈락
오너 참석한 이상한 면접도 도마

대성에너지측은 “산업환경이나 국제환경이 안 좋아져서 채용을 않기로 결정됐을 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또 “창업주와 관련된 자서전을 읽게 했고 종교적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도 맞지만 기독교를 강요하진 않았다”며 “실제 직원 가운데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예정에 없던 영어 면접에 대해선 “자기소개와 관련해 영어로 3∼5분 정도 말해보라고 했는데 면접 과정에서 충분히 가능한 주문 아니냐”고 밝혔다. 


 


▲ 면접 중인 취업 준비생들

대성에너지 관계자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김 회장이 다리를 꼰 것은 평소 다리가 불편해 다리를 책상위에 올려 놓은 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지원자 전원이 탈락한 것과 관련해서는 “채용 과정에 김 회장이 참석한 것은 맞지만 채용 결정은 그 외 경영진들의 판단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회사 측은 급히 사과문을 올렸다. 대성에너지는 지난 6일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과 강석기 대성에너지 대표이사 공동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앞선 채용 과정에서 유가 폭락에 따른 경영여건이 급격히 변화해 뜻하지 않게 채용을 취소했다. 당사의 불찰로 인해 지원자들과 지역사회에 큰 실망을 안겨 죄송하다”고 밝혔다.

대성에너지는 올 하반기 특별채용을 통해 10명 안팎의 신입 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가 최근 5년간 연평균 4명을 선발했던 만큼, 이번 채용 규모는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아울러 상반기 공채 지원자들이 이번 채용에 지원해도 전혀 불이익을 주지 않을 방침이다.

대성에너지 관계자는 “이번 실수를 계기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과 지역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시 한 번 통감하게 됐다. 지역사회의 여론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겸허한 자세로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과문의 내용에 구직자들이 분노하는 상황이다. 유가 폭락이라는 회사측의 설명과 달리 채용과정이 시작된 4월27일부터 최종 면접을 본 6월26일까지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기준 56.99달러에서 59.63달러로 2.64달러 상승했다.

6월26일부터 최종탈락 통보를 한 7월 8일까지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51.65달러로 7.98달러 내렸다. 유가 폭락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반기 매출규모도 예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사 측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어설픈 해명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경실련)은 7일 성명을 내고 “대성에너지의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은 단순한 ‘갑질’이 아니라 ‘막장드라마’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donky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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