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행위 국감, 유대운과 강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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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행위 국감, 유대운과 강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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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 권총을 사용 매뉴얼에 따라 조준부터 격발까지 해 보세요", "주머니에 총을 넣었다가 꺼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격발까지 해 보십시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

지난 14일, 유 의원은 안행위 국정감사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구파발 검문소에서 있었던 총기사고와 관련해 이같이 요구했다.

이날 국감장에는 경찰청 간부들은 물론, 취재기자들까지 모두 지켜보고 있는 공개적인 자리였다. 유 의원이 경찰 총수에게 총기 격발시연을 요구한 것은 이른바 '국회의원의 갑질'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굳이 경찰 수장이 총기 격발을 능수능란하게 할 필요도 없는데다 검문소 총기사고와는 아무런 관련성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제한돼 있는 국정감사 자리에서 격발 시연을 요구할 필요성도 찾기 어렵다.

당시 유 의원의 요구를 들은 여당 안행위원들은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서청원 의원이 "경찰청장에게 그렇게 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청장이... 국정감사가 이런 식이면 안된다"며 퇴장하는가 하면 같은 당 문희상 의원도 "그런 식의 시연을 하게 한다는 것은 너무 부적절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강 청장은 유 의원의 요구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장난감 플라스틱 모형 총을 들고서 총기 격발시연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뒷줄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경찰 간부들의 얼굴이 얼마나 화끈거렸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일 게다.

유 의원 개인에게는 한 마디 요구로 끝났을 일이겠으나 13만 경찰들의 수장인 강 청장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해야 했다.

유 의원은 지적의 목소리가 여야 의원들을 막론하고 일자 "오해가 된다면 오해하지 마시고 그 부분이 유감이었다면 유감을 표명한다"며 한 발 물러섰다.

국감이 끝난 후 유 의원이 강 청장에게 개인적으로 유감의 뜻을 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년 국감 때마다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 사실 국감장에서의 의원들이 피감기관 기관장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호통만 치다 끝나는 '호통국감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이 아니라는 게 결정적인 문제다.

공교롭게도 유 의원과 강 청장 사이에는 몇 달 전,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화제를 뿌린 적이 있다.

유 의원은 지난 5월, 자정이 넘은 시각에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지역구(서울 강북을) 관내 경찰지구대에 들어가 바바리맨을 잡으라고 난동을 피워 물의를 일으켰었다.

그는 이 일로 성북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지역주변에 있는 CCTV와 근처에 주차돼 있던 자동차 블랙박스까지 모두 수사해 결과를 보고하라고 해 '월권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국가조직은 법이 정한 업무와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지휘 보고체계가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술이 취해 경찰 관서에 들어가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는 것은 조직의 룰을 대 놓고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국회의원은 '걸어다니는 입법기관'으로 불린다. 얼마든지 입법을 통해 법적으로 보다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아예 무시됐다.

술 취한 국회의원이 경찰지구대를 수사했다는 논란이 일자 강 청장이 "상대가 지역구 의원이기에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상임위와 관계없이 의원이 적극 수사를 촉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뭇매를 맞았다. 강 청장이 월권을 했던 인물이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수사 촉구' 운운 발언을 하는 것은 경찰 수장으로서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가까운 미래에 국회의원들의 지휘를 받는 소방대원, 군부대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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