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짜리 벤츠 부순 버럭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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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세상> 2억짜리 벤츠 부순 버럭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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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 퍼포먼스? 진짜 열받아서? 속사정 들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억원이 넘는 본인 승용차를 골프채로 부순 한 남성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화제가 됐다.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빠르게 퍼진 가운데 해외 언론들까지 이를 앞다퉈 보도했다.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고가의 자동차를 부순 속사정은 무엇일까. 

벤츠 S63 AMG가 벤츠 판매점 앞에 섰다. 차에서 내린 이 남성은 검은색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모자를 눌러썼다. 손에는 골프장갑을 끼고 있었다. 벤츠 판매점에 들어가려는가 싶었는데, 차에서 야구방망이를 꺼냈다. 그리곤 사정없이 본인 차 곳곳을 내리쳤다. 방망이가 부러지자 이번에는 트렁크에서 골프채를 꺼냈다. 다시 사정없이 차량을 부수기 시작했다. 유리가 깨지고 강판으로 된 문이며, 보닛이 찌그러졌다.

차량교체 거절

2시간 뒤에는 골프채마저 부러지면서 끝이 났다. 차량은 그야말로 걸레가 됐다. 시가 2억원이 넘는 벤츠가 50곳 이상 움푹파이거나 깨지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 길을 가던 시민들은 영문 모를 상황ㅇ[ 어리둥절하게 쳐다만 봤다. 

지난 11일 오후 5시 광주 서구의 벤츠 판매점에서 일어난 일이다. 차량을 부순 사람은 올해 4월 이 차를 2억900만원에 리스로 구입한 유모(34)씨였다. 그러나 4월과 7월에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엔진이 멈췄다고 한다. 시동이 꺼지고 핸들과 브레이크마저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날 뻔했다는 게 유씨의 주장이다. 당시 해당 차량은 각각 20일과 40일 동안 수리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9일 오후 2시 유씨가 부산을 다녀오는 길에 또 엔진이 멈췄다. 임신 6개월째인 아내와 5세 아들이 타고 있었다. 놀란 부인은 실시까지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일어난 후에 그는 벤츠를 판매한 대리점을 찾아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리점은 차일피일 확답을 미루기만 했다. 벤츠 측의 안일한 태도에 참지 못하고 자기 차량을 판매점 바로 앞 도로에서 골프채로 박살냈다.

A씨는 “목숨을 위협하는 결함 차량을 교환해주지 않겠다고 해 차라리 없애는 것이 낫겠다 싶어 부쉈다”며 “보증서상 교환 사유가 되는 만큼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9세 때부터 꿈꿔온 벤츠를 평생 탈 ‘드림카’라고 생각하고 샀다”며 “하루에 두 시 간만 자면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산 차를 이렇게 부수는 심정도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SNS를 통해 퍼지자 전국에서 같은 차종을 가진 운전자 5명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면서 연대 투쟁의사를 밝혀왔다. 이날도 추가로 운전자 1명이 이 대리점에 항의방문했다.

실제로 대구에 사는 박모(34)씨는 지난 7월 벤츠 차량이 주행 중 시동이 꺼져 보안유지서를 쓴 뒤 찻값을 환불받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 차의 결함에 대해 누설 안 하고 원만히 해결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보안유지서에 서명한 뒤 원래 차 값의 10∼20%를 제하고 환불받았다고 한다. 

유씨는 “서울 3명, 경기 시흥 1명, 대구 2명 등 10여명의 벤츠 운전자들이 동일하게 시동 꺼짐 현상을 경험하고 교환을 요구했지만, 벤츠 쪽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며 “벤츠코리아와 판매점에선 차 튜닝이 원인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차를 튜닝하지 않은 피해자가 10여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드림카’ 매장 앞서 직접 골프채로 파손
가족들과 탔는데 고속도로서 시동 꺼져

이에 광주 벤츠 판매점은 “고객이 차량의 소음방지기와 머플러 쪽을 개조했다. 이 부분이 시동꺼짐 현상의 원인이 되는지 확인해봐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유씨에게 대표이사 등 직원이 환불을 약속한 사실이 없다. 최선을 다하려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벤츠의 대응이 논란거리다. 광주 벤츠 판매점은 유씨를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판매점 앞에 대해 집회신고도 냈다. 직원 6명이 16일부터 다음달 13일가지 정문 앞 인도에서 ‘한가위맞이 자사 홍보캠페인’을 펼치기 위함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판매점 측은 영업을 방해했다며, 유씨를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인터넷 여론이 들끓자 벤츠코리아는 지난 15일 고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벤츠코리아는 “해당 고객과 직접 만나 원하는 바를 경청했다”며 “사건 당시 일반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고객을 신고하고 업무방해죄로 고소했지만 보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 고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벤츠 차량을 골프채로 파손하는 동영상은 해외로까지 퍼졌다. 여러 해외 언론들도 이를 앞다퉈 보도했다. 해당 차량을 판매한 판매사는 물론 수입사인 벤츠코리아의 늦장 대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벤츠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훼손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블로그는 'Korean man destroys Mercedes S63 to protest poor customer service(한국인 남성이 형편 없는 고객 서비스에 항의하기 위해 메르세데스 S 63 AMG를 파손했다)'며 해당 동영상을 게재했다.

홧김에 부셔

한편, 벤츠코리아는 올해 수입차 업체 가운데 리콜 대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따르면 올 1∼7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은 수입차는 총 10만4928대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보다 68.2%(4만2692대) 급증한 수치다.

이 가운데 벤츠코리아의 리콜 대수가 3만4756대로 가장 많았다. 전체의 33.1%에 달하는 수치다. 벤츠의 주력 모델인 E250 블루텍 4매틱과 C200 블루텍, CLS250 블루텍 4매틱 등은 충돌 시 뒷좌석 시트 벨트 잠금 장치가 풀릴 수 있다는 결함이 발견됐다. E220 블루텍과 C220 블루텍 등은 엔진 오일 누유에 따른 발화 가능성으로 리콜 조치를 받았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동차 피해구제는? 

자동차를 산 후 품질이나 수리 관련 불만 때문에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한 건수가 지난해 약 1000건에 달했다.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2012년부터 2년간 감소하다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17일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품질보증 기간이 지나지 않은 자동차 관련 피해구제 신청 사건은 2012년 1023건에서 2013년 837건으로 감소했다가 2014년 998건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는 7월까지 426건이 들어와 2012년 이후 3284건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구제 신청 사유로는 수리용 부품이 없는 등 애프터서비스와 품질 관련 불만이 80% 가까이 차지했다. 또 계약 불이행을 비롯한 계약과 관련한 피해와 부당행위 등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지난해 전체 피해구제 신청 건수(998건) 가운데 품질·애프터서비스 관련 불만이 786건이나 됐다. 계약 관련 불만이 86건으로 그다음이었으며 부당행위 57건, 안전 23건, 가격·이자 5건, 표시·광고 4건, 기타 37건 등으로 나타났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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