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진 달 ⓷ 새로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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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스러진 달 ⓷ 새로운 위기

일요시사 0 1073 0 0

시계제로 남북관계, 절정으로 치닫다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인 황천우 작가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신덕수가 말을 흐렸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남조선 아니면 윤대중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크다 이 말이네. 어차피 민단이나 우리는 이런 일에 개입할 여지가 없으니까.”  

“의장님, 어떻게 할까요?”

“지금 당장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보네. 그러니 차 국장은 북조선에 이 사실을 보고토록하게.”

차 국장이 그러마고 자리를 물리자 무거운 침묵이 방안을 채웠다.

“그런데, 의장님.”

“말해보게 문 지부장.”

“저를 호출한 사유를 말씀해주시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사건과 관련해서라네.”

“하면?”

“어차피 우리 조총련의 주력은 오사카 아닌가. 허니 이 사건의 추이를 살펴가며 만반의 준비를 하라 불렀네.”

“그야 당연하지요.”

힘주어 답하는 문상대의 얼굴이 경직되고 있었다.

남북조절위 파행

“각하, 송구합니다.”

이병선 중앙정보부장이 청와대를 방문하여 안중규 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박정희 대통령을 면담하고 있었다.

“북측의 요구는 정확하게 무엇인가.”

“중앙정보부가 윤대중을 납치하였고 아울러 남북조절위 우리 측 위원장인 저와는 대화를 지속할 수 없다 합니다.”

“대화를 중단하겠다?”

“그뿐만 아닙니다. 적십자회담까지도 중단하겠답니다.”

“할 테면 하라지.”

잠시 심각한 표정을 유지하던 박 대통령이 심드렁하니 답하자 두 사람이 마치 답을 구하듯 서로를 주시했다.

“각하, 그렇게 힘들여 이룬 일을 쉽사리 멈출 수는 없습니다.”

“북에서 하지 않겠다는데 별 수 없지 않은가.”

“저쪽에서는 위원장만 교체하면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임자가 자리에서 물러나려고?”

“그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사람아, 그러면 윤대중을 우리 정부가 납치한 꼴이 되는데 정말 물러나겠다는 말인가.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병선의 표정이 곤혹스럽게 변해갔다.

“그나저나 윤대중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일본 경시청에서 특별수사본부까지 설치하고 상당히 깊숙하게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발각될 소지는 없나?” 

“전혀 문제될 바 없습니다.”

“어찌 그리 확신하는가?”

“현지 외교관이 개입되었다면 모를까 작전에 참여했던 모두는 정보부에서 비밀리에 파견된 요원들이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현지에서 도움을 준 사람이 있을 거 아니오?”

잠자코 듣고 있던 안 실장이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나서자 이 부장이 마뜩치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안 실장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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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도움을 준 사람이라. 맞아, 중정에서 파견된 사람들만으로는 그 일이 이루어질 수 없지. 그 문제는 어떤가?”

“물론 있습니다만. 저희 쪽 사람으로 현재 오사카 영사관에 적을 두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혀 발각될 소지는 없습니다.”

이 부장이 비록 힘을 주어 대답했지만 얼굴에 근심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마침 그 순간 노크 소리가 들리고 이어 문이 열리며 장경호 외무부 장관이 들어섰다.    

“장관이 어인 일이십니까?”

“내가 불렀네.”

박 대통령이 짤막하게 답하자 장 장관이 가볍게 밭은기침하며 이 부장 옆에 자리 잡았다.

“외교 라인은 지금 어떻게 가동 중에 있습니까.”

“지금 주일 대사관과 일본의 외무성 그리고 우리 외무부와 주한 일본대사관이 다각도로 접촉하고 있습니다.”

“일본 외무성의 요구는 무엇입니까?”

이병선이 슬그머니 목소리를 높이며 개입했다.

“그쪽에서는 사건 당사자인 윤대중 그리고 당일 그를 접촉했었던 양일영 총재와 김수인 의원을 조사할 수 있도록 일본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그렇다고 보내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이병선의 반문에 장 장관이 말꼬리를 높였다.

“그야 당연합니다만.”

“그래서 그 사람들은 우리의 수사 대상이므로 보내줄 수 없다 하였습니다.”

“잘 대처하셨소. 그런데 장관 생각으로는 일이 어떻게 전개될 것 같소.”

“외람되지만 일본 측 입장이 너무나 강경합니다. 일본의 주권이 강탈당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어떻게든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그 진상을 공개하려는 입장입니다.”

“당연히 그러하겠지요.”

박 대통령이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지으며 이 부장을 주시했다. 이 부장이 슬그머니 고개 숙였다.

“그런데 일본 정부도 그렇지만 일본 의회의 압력이 더욱 거셉니다.”

“의회라면?”

“윤대중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자민당의 우쓰노미야 의원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우쓰노미야라면 북의 김일성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 아니오.”

“그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 윤대중의 후견인인 인물입니다. 하여 정보부에서는 그를 매개로 윤대중이 김일성과 접촉을 시도하리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병선이 슬그머니 고개 들며 대신 말을 받았다. 박 대통령이 그를 살피다 시선을 다시 장 장관에게 주었다.

“그들의 주장은 무엇입니까?”

“의회 내에서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슨 내용으로.”

이 부장이 다시 슬그머니 말을 이었다.

“물론 의회에서 사건 진상규명 관련 결의안을 채택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윤대중이 부당하게 구금되어 한국에 귀환된 일은 일본의 주권에 대한 침해라 강변하고 있습니다.”

“요구사항은 무엇입니까?”

“물론 철저한 사건 규명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의회에서도 윤대중의 일본 행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또 우리 정부에서 범인을 체포할 경우 반드시 일본에 인도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장 장관의 발언이 끝나자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절대 넘겨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 부장.”

“그야 당연합니다.”

“아울러‥‥‥.”

이 부장이 당당하게 말을 받자 다시 장 장관이 나섰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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