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숨기고 결혼한 아내에 법원 ‘결혼취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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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판결> ‘과거’ 숨기고 결혼한 아내에 법원 ‘결혼취소’ 판결

일요시사 0 2482 0 0

14년간 한 이불을 덮고 살며 열심히 가정을 꾸려온 부부. 하지만 어느 날 남편에게 아내가 애가 둘이나 딸린 이혼녀였다는 사실을 알리는 투서가 날라 온다. 믿기지 않았던 남편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족관계등록부를 떼어보고는 경악하게 되는데…. 14년간의 결혼생활을 파경으로 내몬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아내의 ‘사기 결혼극’ 그 사연을 들여다봤다.



전 남편 아이 2명과 이혼 사실 숨긴 채
가명 써 처녀행세 했건만 ‘투서’로 들통

이혼 전력과 출산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40대 여성에 대해 결혼생활 14년이 지났더라도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더불어 재판부는 상대방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이 이혼을 인정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결혼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아내의 과거 담긴 투서

사건은 아내 정모(48)씨가 현재의 남편 박모(45)씨를 만난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씨는 지인의 소개를 받아 3살 연하의 경찰관인 박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이윽고 1997년 혼인신고를 마쳤다. 박씨는 정씨를 처음 만났을 당시 별다른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정씨 역시 자신의 과거를 철저하게 숨기며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정씨는 엄청난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이미 결혼한 전력이 있고, 두 명이나 되는 아이의 엄마였다. 박씨를 만날 당시에는 전남편의 잦은 도박으로 별거 중인 상태였을 뿐이었다.

때문에 박씨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정씨는 전남편과의 협의이혼을 서둘렀고, 박씨와 혼인신고 하기 직전 이혼을 마무리한 이혼녀였던 것이다. 이러한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 위해 정씨는 가명까지 쓰는 철저함을 엿보이며 남편 박씨를 속여 왔다.

그렇게 정씨는 박씨와 결혼하며 새로운 가정에 충실해왔다. 1998년과 2002년에는 박씨와의 사이에 아이까지 낳았으며 보통의 가정과 다를 바 없는 일상적인 부부생활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결혼생활 약 12년이 흐른 2009년 8월 한 장의 편지가 남편 박씨 앞으로 배달됐다. 편지에는 바로 정씨가 전 남편과 1남 1녀의 자식을 버리고 현재 박씨와 결혼한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있었다.

박씨는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고, 정씨에게 편지의 내용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아내 정씨는 “부녀회 일로 이웃여자가 나를 음해하는 것”이라 말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하지만 의심을 지울 수 없던 박씨는 결국 지난해 2월 아내 이름 앞으로 기록된 가족관계등록부를 떼어봤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의 아내가 이미 1984년 결혼했으며 2006년 협의 이혼한 사실을 알게 됐다.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두 명 있었다는 편지의 내용까지 모두 사실임을 확인했다.

게다가 전남편과의 이혼은 자신과 동거 중이던 기간에 이뤄졌음도 알게 됐다. 더 이상 정씨를 믿지 못한 남편은 자신과 동거하는 기간에 여러 차례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점과 자신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가 질식사할 것이 모두 예전의 혼인사실을 숨기려는 의도적인 행동이었다고까지 의심하게 됐다.

박씨는 이에 지난해 3월 협의이혼을 신청했지만, 아내 정씨의 거부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결국 박씨는 정씨를 상대로 혼인의 취소 청구와 위자료 9000만원, 재산분할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정씨도 이에 맞서 박씨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5000만원, 재산분할 등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며 법정앞에 섰다.

남편에 위자료 줘야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한숙희 부장판사)는 “원고가 피고의 기망행위, 즉 속임수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민법상 혼인의 취소사유에 해당되므로 둘의 혼인을 취소한다”고 판결하며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의 이혼전력, 특히 두 명의 자녀까지 두었다는 사정은 혼인의사를 결정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며 “원고가 초혼이고 혼인 당시 28세의 경찰관인 점 등에 비춰 보면 아내가 자신의 본명을 숨기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이혼 및 자녀 출생사실을 숨기지 않았더라면 피고와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더불어 정씨에게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박씨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혼인기간이 14년 정도이고, 정씨가 가사를 전담하면서 아르바이트 등으로 가계를 도운 점, 박씨의 예상 퇴직금 등을 고려해 재산분할 비율은 50대50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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