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막 검사’ 성행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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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막 검사’ 성행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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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안했다” 인증서 유행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배우자가 될 사람의 과거를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알면 기분 나쁠 것 같고, 모르고 살자니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 최근 젊은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혼전검사는 필수 요소가 됐다. 혼전검사로 인해 헤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각에선 사랑하는 사이에 기어코 과거를 들춰낼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혼전검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불임 가능성이나 갖가지 질병들을 미리 검사하고 예방하자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의미가 변질됐다. 남성의 성병 여부, 여성의 처녀 여부를 알고자 하는 예비부부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본래 취지 변질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여성의 과거로 인해 이별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처녀인 줄 알았던 자신의 예비신부가 혼전검사에서 처녀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 이 남성은 배신감에 결혼을 앞두고 이별을 통보했다. 

이 남성의 글이 올라온 후 비슷한 사례의 경험담이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줄줄이 올라와 논란이 가중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혀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도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하나 둘씩 혼전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추세다.

혼전검사와 관한 괴담까지 떠돌았다.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항정자 항체 반응 검사’에 대한 괴담이 확산되면서 근거 없는 정보가 퍼진 것. 

‘항정자 항체(antisperm antibody, ASA)’란 정자에 대항하는 항체를 말한다. ‘항정자 항체 반응 검사’는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해 불임의 원인을 찾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데, 이런 항정자 항체 반응 검사가 여성의 성관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검사로 둔갑해 인터넷에 퍼졌다.

항 정자 항체 반응 검사를 했다고 밝힌 한 남성의 사연도 올라왔다. 결혼 후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아 불임클리닉을 찾던 사연의 주인공은 항정자 항체 반응에 대해 알게 됐다.

남성은 인터넷 검색 결과 여성이 과거 한 남자와 오랫동안 성관계를 하면 항체 수치가 높아져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여성의 과거 성생활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후 남성은 “비뇨기과 검사 결과 아내의 항체 종류가 총 14개이고 이를 통해 과거 아내가 성관계를 가진 남성의 수가 14명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면서 “아내에 대한 신뢰가 깨져 이제 부부관계를 지속하는 게 쉽지 않다”며 글을 마쳤다. 

우후죽순으로 번지고 있는 남성의 사연에 대해 의학계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이 검사를 통해 여성의 성관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에 따라 생기는 사람도, 생기지 않는 사람도 있고 성관계를 많이 해도 항정자 항체가 반드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잘라  말했다. 

또 그는 “만약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성관계를 많이 할수록 불임의 빈도가 증가한다는 소린데, 우리나라에 비해 성적으로 개방된 유럽 사람들의 불임률을 특별히 높지 않다”며 “결론적으로 여성의 순결유무를 가릴 수 있는 검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괴담으로 일축했다. 

이런 의학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 지식 검색 서비스에는 ‘항정자 검사를 하면 성관계 횟수를 알 수 있나요’ ‘얼마나 오랫동안 성관계를 맺었는지가 나오나요’와 같은 질문이 올라와 있다. 특히 일부 질문에는 근거 없는 답변이 달려있어 누리꾼들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예비부부와 신혼부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사는 부부들 사이에서는 친자검사가 유행이다. 혹시나 지금 키우고 있는 아이가 내 자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신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혼전 필수코스? 재생수술도 늘어나
성관계 횟수도 확인 ‘무서운 세상’

국내 친자 감정회사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하루에도 익명을 요구하는 수십 건의 문의 전화가 쇄도하며 실제 검사 의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문의 내용은 “검사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 “검사비는 어느 정도이며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에서 시작해 “아내 모르게 할 수 있는가” “법적 이혼 효력이 있는가” “며느리의 부정을 입증할 수 있는가” 등 다양하다.

상당수 여성들은 공중전화를 통해 “이 사업을 계속할 것인가” “남편이 친자 검사를 할까 두렵다” “정말 그렇게 간단하게 친자를 판별할 수 있는가”라는 우려 섞인 질문을 해오기도 한다고 귀뜸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DNA 친자 확인 검사를 한 결과 약 80%가 친자이고 20%는 친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했다.

이처럼 배우자의 부정을 의심하는 ‘부정망상’을 ‘오델로 증후군’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의처증과 의부증이다. 흔히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은 연애할 때부터 지나치게 집착을 보인다. 그렇지만 상대자들은 대부분 자기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려니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의처증이나 의부증도 처음에는 겨자씨만한 의심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집착은 상대방의 느낌과 상관없이 소유하고 싶은 자신의 욕망일 뿐이다. 그리고 모든 관계의 뿌리를 흔드는 가장 위험한 시발점은 바로 의심이다. 의심은 상대를 망치고, 자신을 망친다. 

사랑하는 사람의 전부를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사랑하는 사람을 피를 말리며 괴롭히고 질리게 한다.

심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망상장애 질투는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더 많다. 의부증이나 의처증은 자신의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지 않은지 극도로 의심하는 것으로, 주변에서 아무리 ‘아니다’는 이유를 대도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배우자의 부정을 확신하는 ‘잘못된 믿음’이다.

자기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소한 증거들을 모으거나 뒷조사를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합리화시키려 하고 주위 가족들 또한 의심을 받는 배우자가 정말 의심을 받을 만한 행동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부터 내어놓아 배우자는 더욱 고통이 가중된다. 

파·이혼 사유로

불신의 벽은 타인에 의한 어떤 일을 겪으면서 마음에 완고히 세워지기도 하지만 선입견, 사소한 오해 등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겨 지속적인 오해와 소통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관계의 단절을 가져오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심리 전문가는 “대인관계를 악화시키는 불신의 벽이 자신의 마음속에 어느새 자리 잡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고 얽혀 있는 오해의 실타래들을 빠른 시간 내에 홀가분하게 풀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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