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 1년' 불륜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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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폐지 1년' 불륜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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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녀 자유이용권 사고판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간통죄가 가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측면과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의 첨예한 대립 속에 결국 폐지됐다. 간통죄가 폐지된 지 어느덧 1년, 간통죄 이후 한국사회의 현실을 살펴봤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26일 간통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241조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간통죄가 제정된 지 6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헌재는 간통죄에 대해 1990년부터 2008년까지 4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다.

흥신소는 지금…

2008년도에는 합헌 의견이 위헌 의견보다 한 명 더 많았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6명)를 채우지 못해 살아남았다. 지난해의 결정으로 2008년 이후 기소된 5466명이 재심 대상자로 죄인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 간통죄 폐지로 불륜 피해 배우자가 경찰과 함께 불륜을 급습해 불륜 증거를 수집해 간통 행위를 적발, 처벌할 수 없게 됐다.

간통죄 폐지로 이혼 소송에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흥신소가 성행할 것이라는 견해와 어차피 형사 합의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굳이 돈을 들여서 까지 흥신소를 찾을 필요성은 적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팽팽했다. 간통죄가 폐지됐지만 불륜 조사 수요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오히려 법적 근거가 사라져 경찰의 개입이 불가능해지면서 민간조사업체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간통죄 폐지 후 가장 눈에 띄게 는 점은 불륜 알선 사이트의 등장이다. 기혼자 만남 사이트는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에슐리 메디슨’과 국내에서 만들어진 ‘기혼자닷컴’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기혼자 매칭 사이트에 대해 불륜을 조장하고 사회풍속을 해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기혼자닷컴은 지난해 3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간단한 프로필을 작성한 뒤 성인인증을 거치면 비슷한 성향의 파트너를 추천해준다. 남성의 경우 ‘자유이용권’을 구입하면 2주 동안 매칭을 할 수 있고 기혼 여성의 경우 무료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지난해 3월 “간통죄 폐지로 법적 단속 근거가 사라져 가정 해체를 조장하는 내용의 정보가 정보통신망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혼자닷컴 윤석민 대표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법안이 실제 통과될 거라고 생각지 않고,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반박했다. 이어 “선정적인 이미지는 모니터링으로 걸러내고 있으며 성관계를 전제로 만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간통죄 폐지로 불륜사이트가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간통죄 폐지 이후 불륜을 저지르고도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배우자에 대해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일각에서는 간통죄의 폐지로 위자료 액수를 늘려 경제적 수단을 통해서라도 간통을 징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위자료 액수는 커지지 않고 통상 3000만∼4000만원 사이를 형성하고 있다.

배우자의 간통죄 폐지 전에는 경찰을 대동한 현장 적발, 통신내역조회 등을 통해 증거를 수집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혼 소송이 까다로워져 확실한 증거 제시와 빈틈없는 변호사의 변론력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배우자의 외도가 있는 경우, 피해자는 이혼 소송을 하며 이와는 별도로 상간자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이는 외도를 한 당사자에게 가정 파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놓고 연결…중년 알선 사이트 활개
사설 민간조사업체 의존도 더 높아져

지난해 9월에는 대법원에서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15년 전 집을 나가 동거녀 사이에서 자식을 낳은 A씨가 아내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이혼 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유책주의는 이혼 원인을 엄격하게 제한해 혼인을 유지하고 파탄에 책임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자는 주의다.

반면 파탄주의는 부부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이미 파탄되어 회복가능성이 없는 혼인관계를 해소하자는 주의다. 우리나라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6대7의 근소한 차이로 유책주의가 유지됐다. 기존 판례를 고수한 것은 아직 한국 사회에 파탄주의를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하지만 대법원은 민법상 협의 이혼 제도가 이미 파탄주의적 기능을 하고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여러 나라는 협의상 이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은 유책 배우자라 하더라도 상대방 배우자와 협의를 통해 이혼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면서 “유책 배우자라도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으로 상대방을 설득함으로써 이혼할 수 있는 방도가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유책 배우자의 행복추구권을 위하여 재판상 이혼 원인에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태의 변호사는 “간통죄가 폐지됐어도 여전히 민법상 부부는 정조 의무와 협력 의무가 있다”며 “이를 위반한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줄 것인지는 형사 처벌인 간통죄와 별개 문제”라고 언론을 통해 말했다.

간통죄 폐지 이후 남편의 불륜을 폭로하는 글을 올린 임산부가 명예훼손으로 맞소송을 당한 일도 있었다. 이에 이인철 변호사는 매체를 통해 “남편이나 아내가 바람을 피우면 상당히 화가난다”며 “법으로 해결하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직장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그런 사실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강원도 모 대학교에 함께 근무하는 남녀 교수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며 A여자교수의 남편B씨가 C남자교수를 주거침입죄로 고소했다. C교수는 같은 대학 A교수의 집에 수차례 들어가 머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제 이혼 폭증?

지난해 12월4일 전주지법 제1행정부는 40대 유부녀의 집에 들어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목사 E씨에 대한 재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간통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대신 주거침입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100만원 선고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결정에 따라서 원심판결의 유죄부분은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간통죄로 더 이상 처벌할 수 없자 주거침입으로 고소한 모양새다. 법조계에 따르면 주거침입죄가 보호하려는 것은 주거자 모두가 갖는 ‘사실상의 평온’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판례는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면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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