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제3지대’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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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제3지대’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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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복 전 국정원장

새누리? 더민주? 내 갈길 가련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제3지대>란 타이틀의 영화가 있었다. 1968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자유주의자인 의석(최무룡)이 일본에서 공산주의자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당시 반공법이 없던 일본에서 갈등이 벌어진다고 해서 ‘제3지대’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KBS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현장르포 제3지대>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사람들의 삶을 다룬다. 정가에서 제3지대는 흔히 무소속 또는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 있는 자 또는 그 성질의 것을 의미한다.

‘제3지대’는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한쪽 정당과 계파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성을 상징하다가도 이도저도 아닌 모호성으로 변질된다. 또한 가변성이 있어 기준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제3지대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제3지대 인사들은 이내 마녀사냥식 흑백논리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일요시사>는 4·13 총선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중 제3지대 후보들만 모아봤다.

무소속 후보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유명한 무소속 예비후보를 꼽으라면 다수가 박지원 의원을 꼽을 것이다.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를 탈당한 박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가지회견을 갖고 “무소속으로 제3지대에 머물며 야권 통합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며 자신의 거취를 밝힌 바 있다. 최근 대법원 무죄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박 의원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 때문에 총선 전 입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존 전남 목포 출마가 확실시 된다.

“나는 장발장이 되기를 거부한다”는 말을 남기고 더민주를 떠난 신기남 의원은 무소속 신분으로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아들의 로스쿨 졸업시험 구제를 위해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던 그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탈당했고 기존 서울 강서갑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한때 ‘팩스입당’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 또한 제3지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새누리당 입당이 무산된 그는 당초 출마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지난해 12월24일 부산 해운대기장을 예비후보자로 등록을 마치고 활동 중이다. 지역에 더민주 후보가 없어 새누리당·정의당 후보와 함께 3자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이한 선거운동으로 지역에서 주목받는 제3지대 후보도 있다. 대구 중·남의 박창달 예비후보는 복면을 쓰고 유권자들을 찾아 관심의 대상이 됐다.

MBC 인기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나온 가면과 같은 디자인으로 제작해 젊은층 공략에 나선 것. 박 후보는 지난달 23일 <매일신문>을 통해 “총선이 코앞이지만 청년들은 선거에 관심이 별로 없다. 인기 프로그램에 나온 가면을 이용해 젊은이들 관심을 끌려고 한 것”이라며 “앞으로 인기 가면이 있으면 시기를 봐가며 선거운동에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무소속 박지원 의원

옛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소속이었던 전직 의원들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상규 전 의원은 한때 자신의 지역이었던 서울 관악을에서 활동 중이다. 민주당·한국국민당 등 군소정당의 후보들이 많아 다자구도가 예상된다.

김미희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28일 경기 성남중원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활동하고 있다. 김재연 전 의원은 경기 의정부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에 출마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관악을에는 오신환 의원, 성남중원에는 신상진 의원, 의정부을에는 홍문종 의원이 현역이다.

총선 뛰는 무소속 후보들 “날 좀 보소”
국민의당 ‘제3지대론’ 총선에서 통할까?

지난달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내란음모·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상고심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점을 지역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3명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대법원은 내란선동 혐의가 인정된 이 전 의원에게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5대 총선에서는 신한국당, 16대에서는 새천년민주당, 18대에서는 무소속으로 강원 속초고성양양 국회의원을 지낸 송훈석 전 의원이 이번에도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무소속 출마가 예견된 일은 아니었다.

지난해 12월30일 속초시청 브리핑룸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더민주는 혁신을 통한 변화로 국민의 지지를 되찾기를 갈망했지만 무망한 일이었다”라며 “선거에 패배해도 반성할 줄 모르고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도 혁신할 줄 모르고 야당역할을 수행하지 못해도 책임질 줄 모르는 희한한 정당이 돼 버린 지 오래됐다”고 지적하고 탈당을 선언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선 송 전 의원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에게 패했다.

전북에는 두 명의 무소속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국민의정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고문이었으며 제29·30대 전북도지사를 지낸 유종근 예비후보는 전주 완산갑 출마를 선언했고, 함운경 예비후보는 군산에 출마한 상태다.

그러나 함 후보의 경우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로의 복당이 예상돼 계속 제3지대에 머물지는 미지수다. 그는 지난해 12월18일 더민주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으며, 3일이 지난 21일 전북 군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군산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 무소속 신기남 의원

정당 내 모임에도 제3지대가 있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내에는 ‘합리적 보수’를 추구하는 원내·외 인사 100여명이 모여 ‘정치연대 플러스’를 결성했다. ‘새로운 가치의 정치 패러다임 창출’을 기치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당내 제3지대 모임으로 분류된다. 내부 인사들 중 총선에 출마하는 이는 현역인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창녕)을 포함해 서울 성북갑에 권신일 예비후보, 서울 양천갑에 이기재 예비후보, 경기 안산 단원을에 허숭 예비후보가 있다.

국민의당

정체성에서 제3지대를 표방하는 정당이 있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에서 제3당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진행된 입당식에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김한길 선대위원장 등과 제3지대, 제3당이라는 험난한 작은 길을 가기로 했다”며 “고식적 이념과 진영논리에서 탈피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실현되기 위해선 건전한 제3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동참한다”고 말했다.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안철수 공동대표의 노선은 대표적인 제3지대론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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