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빠진 ‘화이트칼라’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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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에 빠진 ‘화이트칼라’ 실태

일요시사 0 2016 0 0
최근 다시 마약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이번 마약사범으로 검찰에 불려간 이들은 상장사 대표, 기획사 사장, 기업인 등 사회부유층. 소위 말하는 ‘화이트칼라’들이다. 화이트칼라 수십여 명이 마약 사건으로 검찰에 구속 기소되면서 한국사회는 적잖은 충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는 이들이 대체 왜 사회에서 용인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일요시사>는 이들이 왜 마약에 손을 댔으며 유통은 어떻게 했는지, 끝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지 집중 취재했다.

‘마약펀드’ 조성에 부인과 함께 마약
마약, 가볍게 생각하단 인생 망쳐

지난 2005년 부동산 관련 코스피 상장사 대표였던 조모(48)씨는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자 마약에 손을 댔다. 미국에서 귀국한 지인을 통해 필로폰을 처음 접한 것. 심지어 동거녀도 마약 중독자로 만들었다. 집에서 필로폰을 투약하다 동거 중인 내연녀에게 들키자 함께 마약을 즐긴 것이다. 동거녀와 헤어진 뒤 다른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 그는 아내마저도 필로폰 중독자로 만들었다. 조씨는 여러 회사를 운영하며 사업을 확장했지만 마약에 중독되면서 회사 경영권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유명 부유층 마약사범들

유명 탤런트 아내를 둔 연예기획사 사장 이모(44)씨는 2004년 태국 방콕의 유흥주점에서 대마초를 처음 접했다. 그 후 그는 마약에 빠져 들었다. 이 사실은 안 미국의 사업파트너는 지난해 12월 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필로폰과 코카인을 그에게 건넸다. 밀려있는 스케줄 때문에 수면부족에 시달렸던 이씨는 잠을 쫓으려 마약과 코카인을 자신의 몸속으로 투여했다. 이씨는 마약사건을 계기로 탤런트인 아내와 이혼했고, 집행유예 중이던 경제범죄마저 가중처벌 될 위기에 놓였다.

마약 펀드를 만든 부유층 자제들도 검찰에 적발됐다. 모 스포츠협회장 아들 김모(27)씨 등 부유층 자제 유학파들은 자신들이 피울 대마를 구하기 위해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일종의 ‘펀드’를 마련했다. 8명이 100만∼400만원씩, 총 1750만원을 모아 펀드를 만들었고, 그 돈으로 항공료, 숙박비, 대마 구매자금 등에 사용했다. 이들은 2009년부터 작년 말까지 미국에서 3차례에 걸쳐 대마 700g을 밀수해 나눠 피웠다.

미국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에서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던 이모(33)씨. 그는 대부업체에서 빌린 2500만원의 빚 독촉을 받고 고민하다가 중국에서 필로폰을 밀수해 돈을 벌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안모(39)씨에게 필로폰 자금을 빌리고, 올 3월 중국에서 필로폰 5.49g을 속옷에 숨겨 들여오다 당국에 적발됐다. 특히 이씨에게 돈을 빌려준 안씨는 국내 모 은행 창업 멤버의 아들로 이 은행 행원이었다. 이씨는 마약을 접해본 적도 없는 회사원이었지만 영화나 뉴스를 통해 필로폰을 속옷에 숨긴 채 밀수하는 장면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다고 검찰조사에서 진술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희준 부장검사)는 화이트칼라 계층의 마약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마약사범 16명을 구속 기소, 3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화이트칼라 계층은 유학, 관광, 사업차 방문 등 외국에 갈 기회가 잦아 무분별한 유흥으로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했다. 외국에서 범죄를 저질렀던 이들이었기 때문에 적발이 매우 어렵고, 국내에서 마약을 투약한다 해도 보안이 철저히 이루어지는 곳에서 하기 때문에 포착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화이트칼라들은 유창한 외국어실력과 해외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마약류를 밀수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전했다. 달리 얘기하면 기존 마약류 공급 사범들보다 공급, 밀수 면에서 재빨랐다는 것이다.

검찰은 기존 공급사범들은 수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인적네트워크를 확보해놓은 상태여서 범인 검거에 용이했지만, 이번 화이트칼라 마약범죄는 외국방문 시, 외국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강남의 유흥업소 등 마약유통의 경로가 다양했고, 무엇보다 화이트칼라층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져 검거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들도 이런 허술함을 이용해 겉은 남들에게 촉망받는 사회지도층으로, 속은 마약을 통해 법을 경시하고, 일탈을 일삼는 삼류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나?

검찰 관계자는 화이트 계층들에게는 딱히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른 나이에 유학을 가면 한국문화보다 그 나라 문화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한국보다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외국의 특성상 아무런 죄의식 없이 마약을 하게 되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즉, 한국에 담배 팔리듯 외국에 널브러진 마약을 한번이라도 잘못 먹으면 평생 헤어나질 못한다는 것이 검찰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런 맛을 잘못 들인 유학생들이 마약과 익숙하지 않은 한국 토박이들에게 전염시킨다는 데 있다. 외국에 살다온 부유층들이 한국에 거주해도 마약유통이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심각성을 더해준다.

이에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본적인 근절을 위해서 어린나이에 외국유학을 하며 무분별한 유흥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외국유학 시 불법적인 일탈을 자행하지 않는다면 커서도 마약에 손 댈 일이 없다”고 시사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언제든지 마약을 끊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법에 대한 경시 태도에 대해 엄중한 경고가 필요하다”며 “마약류가 만연한 외국 경험을 일반화시켜 마약을 가볍게 생각하는 풍조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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