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김무성 반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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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몰린 김무성 반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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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최고중진회의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사진 왼쪽)과 서청원 최고위원

정공법·우회법? 무대의 선택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궁서(窮鼠)가 고양이를 문다. 궁지에 몰리면 먹이사슬을 뛰어넘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뜻의 옛 속담이다. 복수의 정가 관계자들은 ‘살생부 사태’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코너에 몰리게 됐다고 본다. 대선에 나서려면 가드를 올리든 클린치를 하든 사이드 스텝으로 벗어나든, 그것도 아니면 카운터 펀치를 날리든지 해서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야만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진단해봤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당 내에서 ‘김무성의 30시간 법칙’이라는 풍자적 표현이 다시금 회자되는 것은 대선주자로서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김 대표가 청와대·친박의 압박에 30시간을 채 버텨내지 못한다는 데서 나온 말. 더불어 ‘상하이발 개헌 발언’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건’ ‘안심번호 합의’ 등 백기를 들었던 지난 사건들까지 다시 회자되는 모습이다).

30시간 법칙

당사자 중 한 명인 정두언 의원은 김 대표가 “(정 의원에게) 그런(살생부) 얘기 한 바 없다”고 하자 “논란이 되니까 왜 도망가냐. 김 대표는 일을 저지르면 30시간을 못 버틴다는데 이번에도 그 꼴”이라고 꼬집었다.

일련의 상황을 비유하자면 김 대표는 가드를 올리고 있었다. 서청원·이한구·최경환·유기준·김재원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공세에 최대한 입을 닫고 버텼다. 평소라면 발끈할 수도 있는 수위의 발언들이 쏟아졌지만, 김 대표는 흥분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사과했다. 숨을 돌릴 시간을 번 것이란 관측이 정가의 중론이다. 클린치(Clinch)였다.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살생부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할 게 없다. 어제로 종료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잡음은 있지만, 친박계와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도 더 이상의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공식 사과 직후 김 대표는 부산 지역 의원들과 긴급 만찬을 가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흔들리는 리더십을 바로잡으려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자리를 주재한 부산시당위원장인 박민식 의원 측은 “본회의 대기 중 번개 회동으로, 총선을 앞두고 단합하는 자리였다. 시당위원장으로서 지역 의원들과 식사 자리를 만든 것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당장 김 대표가 사과한 상황에 대해 정가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대체로 정치력에선 승리했지만, 리더십에선 손해를 봤다는 게 사과 직후의 평가였다. 그러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장이 지난 2일 현역 컷오프를 시사하는가 하면, 일정을 두고 김 대표와 마찰을 벌여 정치력에서 승리했다는 분석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공관위 전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역의원 지지율이 당 지지도보다 낮을 경우 집중심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렸다. “무조건 자르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단 집중 심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비박계를 중심으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당내 살생부 사태로 코너 몰려
정치력서 승리, 리더십선 패배

사실상 전략공천에 해당되는 우선추천지역제도(이하 우선추천제)에 대해서도 당초 1~3곳에서 4~5곳으로 늘릴 방침이라고 알렸다. 지난 3일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위원장은 “어떤 데는 (우선추천제에) 해당 사항이 없을 것 같고, 어디는 4∼5군데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도권을 잡은 이 위원장이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게 비박계의 반응이다.

만약 김 대표가 ‘정공법’을 선택한다면 최대한 많은 지역에서 상향식 공천이 관철될 수 있도록 경선 일정을 앞당기는 게 답이다. 그런 전제하에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승리, 더불어 180석에 가까운 많은 수의 의석을 확보해 낸다면, 그 공은 김 대표의 몫이 될 것이다.

단번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안이다. 김 대표가 친박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선거구 획정을 서두른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행보란 해석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일정을 두고 김 대표와 이 위원장 사이에 마찰이 불거져 파장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경선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9일 내지 10일에는 경선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이 위원장은 실무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버티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이 위원장은 “9일부터 경선을 시작하는 것은 희망 사항”이라며 “정상적으로 보면 셋째 주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일정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 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저녁 8시께 회의를 서둘러 마무리했고, 지난 1일 오후 2시에 잡혀있던 공관위 전체회의를 당일 오전에 취소했다. 계파갈등으로 번질 만한 사안이라는 게 정가의 견해다.

만약 김 대표가 우회로를 선택한다면, 방법은 많은 데 반해 위험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계책(計策)에 가까운 안이 여럿 나오고 있다. 일례로 김 대표가 구간마다 친박계와 갈등을 빚어 총선에서 저조한 성적을 낸 후 그 책임을 이 위원장에게 짊어지게 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정가의 관계자들은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만한 생각”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한다.

일각에서는 ‘역(逆) 논개론’을 쓸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항간에 친박계 다선의 이름이 증권가 정보지(찌라시)에 이름을 올리는 모습이 다수 포착되는데 김 대표와 비박계가 이를 역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수에서 앞서는 비박계가 친박계 핵심인사들과 함께 공천에서 탈락하면 결국 살아남는 건 비박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누가?’라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역 논개론

결국 최고의 해법은 총선에서의 ‘압도적’ 승리로 귀결된다. 지난해 4·29재보궐 선거 당시 새누리당이 5곳 중 4곳에서 승리하자 친박계 김태호 최고위원이 “김 대표님이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서 4800km를 다니셨는데, 오늘은 제가 업어드리겠다”며 “‘선거의 여왕’이라고 했는데, 오늘 이름을 붙여드리겠다. ‘선거의 남왕’도 있다”고 말했다(박근혜 대통령이 현역시절 선거만 하면 승리하자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김 최고위원이 이를 빗대어 김 대표를 치켜세운 것).

잠시 계파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은 모습이었다. 과연 김 대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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