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살벌한 군기잡기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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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살벌한 군기잡기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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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 공부는 안하고…조폭 따라하기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우리나라 대학가가 도를 넘고 있다. 개강 초반 대학가의 브레이크 없는 막장 행위들이 연일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식을 쌓고 건전한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부푼 꿈을 가지고 입학한 새내기들이 대학가의 각종 추태에 신음하고 있다. 

대학 신입생들이 입학한 지 어느덧 한 달.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각종 폭행, 폭언, 가혹행위 등 도저히 믿기 어려운 사태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OT부터 MT, 학과동아리에 이르기까지 교수들도 동참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막걸리 세례]

부산 동아대의 한 동아리 행사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오물 섞인 막걸리를 뿌리는 가혹행위를 해 학내가 시끄럽다. 지난달 27일 해당 대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화학공학과 내 축구 동아리는 지난달 11일 고사를 지내면서 신입생들을 따로 강의실에 불러 ‘액땜’행사를 진행했다.

‘액땜’ 행사는 선배들이 고사를 지내고 난 뒤 남은 김치와 두부 등 음식물 찌꺼기를 넣은 막걸리를 신입생에게 끼얹는 행사다. 이 같은 가혹행위는 피해를 당한 신입생의 형이 이 학교 SNS에 실태를 고발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밝혀졌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해당 동아리 학생대표는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서는 “절대 신입생들의 군기를 잡거나 억압하려고 했던 취지가 아니다”며 “함께 잘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에서 학회장과 신입생들이 같이 막걸리를 맞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입생들과 가족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원광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원광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는 지난달 4일 신입생 환영회를 열었다. 반팔과 반바지 차림의 신입생들이 파란색 천막을 바닥에 깔고 고개를 숙인 채 도열해 앉았고, 선배들은 이들을 둘러싸고 막걸리를 뿌렸다.

현장에는 교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동아대와 마찬가지로 문제의 환영식은 SNS를 통해 게시돼, 해당 글에는 ‘환영회 행사에 막걸 리가 100병 정도 쓰였고, 행사가 끝난 뒤 씻는 시간을 적게 줘 제대로 씻지도 못해 일부 학생은 옷을 버리기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최 측은 지난 28일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는 “매년 이 학과에서 진행한 행사로 신입생 환영회는 오래전부터 고사의 형식으로 치러왔다”며 “막걸리를 뿌린 행위는 절차의 일부로 행해진 것으로 온라인에서 드러난 대로 아무런 맥락이 없는 가혹행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폭행·강요 다반사]

경북 구미에 위치한 금오공대에서는 선배가 후배에게 침을 뱉은 컵에 술을 마시게 하고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익명의 제보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는 건축학부에 새로 들어온 16학번입니다”라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제보자는 “신입생들이 쓰는 방에 10학번 선배들이 몰려와 자기들이 고기 먹는다고 신입생들을 다른 방으로 내쫒았다”며 “10학번 선배 한 명이 자신의 슬리퍼가 없어졌다고, 방문마다 발로 쾅쾅 차며 찾아내라고 소리치며 사발식을 시켰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OT에 있었던 총학생회 부회장이 10학번 선배들과 술게임을 하며 여학우회 학생에게 “싼티 난다”며 성적인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했다. 총학생회 부회장은 술게임을 거부한 15학번 학생을 베란다로 끌고나가 폭행까지 했다.

제보자는 “총학생회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인데 믿고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첨으로 OT라는 곳을 부푼 기대로 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니 할 말이 없다. 다음에 있을 MT도 가기 싫어진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금오공대는 홈페이지에 총장의 이름으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신입생 및 학부모님과 학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 재발 방지와 건전한 캠퍼스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도넘은 캠퍼스 막장행태 도마 
신학기만 되면 동시다발 발생

전남과학대 대면식에 참석했던 치위생과 한 신입생이 지난달 17일 오후 학교 건물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7일 오후 10시 43분께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치위생과 한 학생이 지나친 선배들의 군기잡기로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그런데 교수들은 조용히 입단속하라고 했다. 제발 많은 곳에 퍼트려 달라”는 내용이 게재됐다.

전남과학대 체육관에서 치위생과 대면식이 진행됐고, 3학년 한 학생이 피해자 이씨의 안 좋은 기억을 많은 학생들 앞에서 들춰내면서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대면식이 끝난 후에도 3학년 학생이 이씨를 쫓아와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이후 다수의 3학년 학생들이 몰려와 이씨에게 심한 말을 해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다행히 화단에 떨어져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혹행위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SNS를 통해 ‘00대 X군기’의 제목으로 강원지역의 한 사립대학교 예비역들의 단합 행사를 포착한 사진이 퍼졌다. 해당 사진에는 예비역 수십 명이 도심 대로에서 군복 상의를 벗고 팬티 차림으로 선 모습이 담겨 있다. 촬영 당시 이들은 회식 후 길거리로 나와 10여분간 고성방가 수준으로 군가를 제창해 현장에 경찰까지 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이 대학의 총학생회는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악·폐습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학생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이 문제점에 대해 상의하고 해당 과에 대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학생들도 현재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자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 넘는 19금]

지난달 26일 건국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대학생은 원래 이렇게 노는 건가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건국대학교 신입생으로 입학한 한 여학생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도중 성추행에 가까운 술자리 게임을 하게 됐다며 온라인상에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 학생은 “OT에서 ‘25금 몸으로 말해요’라는 게임이 진행됐는데 한 선배가 선정적인 단어를 몸으로 설명하는 모습이 충격적이고 민망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펠라XX'라는 성행위 단어도 여학생들 앞에서 직접 언급해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혹시 나만 기분 나빠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거절하기에는 좀 그렇더라”며 “모르는 사람이랑 껴안고 그러는 게 정말 싫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후 단과대학 학생회는 “누구보다 상처받았을 신입생과 학우들에게 죄송하다”며 “사후 재교육을 시행하고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건국대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철저히 진상조사 중”이라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학칙에 따라 관련자들을 엄벌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학생회 등 주관의 교외 행사를 금지하고 오리엔테이션을 교내에서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목원대 페이스북에는 “목원대학교 다니는 친구가 MT 사진”이라는 익명의 제보글이 올라왔다. 공개된 사진에는 16학번 과점퍼를 입은 새내기들이 조 구호가 적힌 깃발을 들고 단상 위에 올라와 있다. 적혀 있는 조 구호는 충격적이다. “오빠 7싸는 안 되조”, “뒷 9멍 xxx” 등 민망한 성적인 표현이 적혀 있다.

목원대 관계자는 “학회장들에게 사전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한 상태였는데, 재미를 위해서 도 넘은 행동을 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한 것 같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해당학과 학회장은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리고 “조장들이 오직 재미만을 위해 좀 더 자극적인 문구를 찾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면서 “MT에 참여한 인원들에게 직접 사과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도 신입생이 대학 게시판에 제보 글을 올리면서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모 학과 선배들과 신입생이 오리엔테이션 직후 가진 술자리에서 과 회장이 술 게임 벌칙으로 신입생들에게 포옹이나 뽀뽀, 러브샷을 요구했다는 것. 벌칙 수위가 점점 높아지다 급기야 남자 신입생에게 동기 여학생의 다리, 심지어 가슴을 만져 보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단 얼차려]

지난달 16일에는 서울의 한 사립대 체육학과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가혹한 얼차려를 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선배들은 신입생 수십 명을 엎드려뻗치기 시키고, 땅 위에 머리를 박는 '원산폭격' 얼차려를 수차례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과 선배들은 신입생이 학과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며 아르바이트를 못 하게 하고 독특한 방식의 인사 강요, 휴대전화 이모티콘 사용 금지 등 각종 이해하기 힘든 ‘군기 잡기’도 여러 차례 했다.

지난달 20일 대형선박을 운항하는 항해사와 기관사를 양육하는 대학교로 알려진 부산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는 체육복을 입은 수십 명의 학생들이 엎드려뻗쳤다가 일어나는 동작을 쉴 새 없이 반복했다. 제복을 입은 선배들은 뒷짐을 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이 학교를 자퇴한 학생은 “50개씩 하면 엄청 힘들다”며 “그런데 또 바로 50개를 시키고 또 50개를 시키고 한다”고 말했다.

당 학과의 학부모는 “군대보다 더하니깐 많이 화가 나더라고요. 아이가 집에 오면 누워만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힘들지 않은 학생들이 있겠어요?”라며 “다 이런 것들이 나중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 견디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들은 그걸 또 즐기기도 해요”라고 말해 학생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발언을 했다.

[집단 따돌림]

얼마 전 수도권 소재 한 대학의 경찰행정학과에서는 학회 모임에 나오지 않거나 활동을 하지 않는 소위 '과탈자'(학과 이탈자)에게 학과 점퍼를 주지 않기로 해 학내에서 큰 논란이 됐다. 과탈자는 같은 과 동료나 동기로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해당 학과의 학생회에서는 과탈자의 기수 배제는 계속 이어져왔던 관행이자 자신들만의 문화라는 입장을 보였다.

부푼 꿈 안고 간 OT·MT
지식보다 폭행 먼저 배워

또 다른 학교의 경찰행정학과에서는 학생회 관계자가 SNS 단체대화창에 과탈자의 명단을 발표해, 과탈자와 어울린 인원에게 제재를 가한다고 대놓고 경고하기도 했다. 배움의 전당인 대학에서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선배들이 집단 따돌림을 조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대 음대 1학년이었던 A씨가 지난해 9월22일 투신해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중앙대 페이스북 익명게시판에 “지난달 22일 세상을 떠난 A씨의 친구들”이란 글이 올라왔다. A씨 친구라고 밝힌 이들은 “A씨가 동기들로부터 무시당하며 선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친구는 같은 과 선배를 남자친구로 사귀었는데 남자친구와 관계된 말도 안 되는 소문이 생기면서 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 피워서 헤어진 것 아니냐는 소문도 나돌아 친구는 힘들어했다”며 “그러던 중 옥상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해당 페이스북에는 숨진 A씨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A씨 어머니는 “이 땅에서 엄마의 딸로 태어나 예쁘게 곱게 자라준 것, 스스로 잘 커준 것이 고맙다”며 “들어주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엄격한 규율]

한 대학의 스튜어디스 관련 학과도 신입생의 교내 엘리베이터 탑승 금지, 스프레이로 고정한 올백 머리 유지 등 자체 규정을 후배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군대를 다녀온 교수와 남학생들에게서 비롯된 군대 문화는 이제 여학생들만의 관계에서도 가장 강력한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11월9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수도권의 한 대학교 체육학부 소속 선배들이 같은 과 후배들에게 명령조의 행동요령 지침을 전달하는 카카오톡 단체방 대화가 공개됐다.

대화 내용을 캡처한 사진은 ‘OO대학교 군기 클라스’, ‘OO대 신입생 군기’ 등의 게시글 제목과 함께 인터넷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선배들의 지시사항을 살펴보면 모든 대화는 ‘다’ ‘나’ ‘까’로 끝내기, 주머니에 손 넣고 다니지 않기, 체육관 내에서 모자 핸드폰 금지, 부르거나 시키면 뛰어다니기, 선배들한테 술 받으러 갈 때 음료수 잔으로 받으러 갈 것 등 지시사항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범위도 넓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온라인에 유포된 게시글이 익명으로 올라와 진상을 확인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현재 학과 내에서 이런 관행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남대 예술대학에서도 일부 학생들이 과도한 군기 잡기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11월11일 전남대 학생들의 커뮤니티 '전남대 대신 전해드려요' 페이스북에 따르면 지난 11월2일 전남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학생은 후배들의 군기를 잡고자 이들에게 폭언, 폭행 등을 행사하는 선배들의 행태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고발했다.

학생은 "현재 예술대학 음악학과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폭행, 폭언 등을 하며 MT란 명목으로 후배들을 모아두고 군기를 주고 신체적 고통을 반강제적으로 강요한다. 이것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학과의 행사 등에서 제외, 제명시킨다고 협박을 한다"고 밝혔다.

전남대 학생처 학생과 측은 “관련전공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일대일 면담을 통해 확인 중에 있다”며 “면담 결과 피해사례가 확인되면 학칙과 규정에 의거해 처벌할 것이며 피해학생들이 납득할 만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예술대학 학생회 측은 “음악학과 군기합 관련 글에 대해서 많은 분들께서 걱정하시고 우려해주신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음악학과 학생회와 예술대학 학생회, 예술대학 학장님 이하 음악학과 교수님들과 본부 학생처에서는 본 사안에 대해 꾸준히 논의하고 사실규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군대식 문화]

전문가들은 잇따른 대학가 가혹행위 논란이 학생의 자체적인 문제와 대학서열화, 인권교육이 부족한 입시위주의 교육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군대식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잔존해 있고 대학가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매년 이런 파문이 반복 된다”며 “대학 서열화와 입시 위주의 교육, 중·고등학교 인권 교육 부족 등에서 이런 문제가 비롯된 것 같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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