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레슬링협회 30억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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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한레슬링협회 30억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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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감사까지 했지만…수십억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레슬링협회가 극심한 내홍을 앓고 있다. 지난해 연말결산 결과 약 30억원 가량이 비정상적으로 회계처리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자체 감사까지 벌였지만, 누구도 그럴듯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임 관계자들이 횡령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단체나 마찬가지인데 횡령과 내부 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3월, 대한레슬링협회(이하 레슬링협회)가 연말결산에서 ‘30억원 정도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이후 지난달 25일 협회 고위직을 지냈던 관계자로부터 ‘대한레슬링협회 감사 소명 요구 내용’이라는 감사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레슬링협회에서 비정상적으로 처리된 금액은 32억4225여만원이었다.

감사보고서 보니…
문제 덮기 급급

레슬링협회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레슬링협회는 대한체육회에서 지원 받는 국고보조금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기금,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10억원을 지원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지난 5일 어린이날 올림픽 테니스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레슬링협회 자체 감사보고회가 열렸기 때문이었다. 전국 각지에 있는 레슬링협회 관계자 60여명이 감사보고회에 참석했는데 하나 같이 “연휴에 무슨 감사보고회를 하느냐”는 반응이었다.

이날 오후 2시에 감사보고회가 시작됐다. 취재기자는 신분을 밝히고 회의장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협회 관계자들은 “취재하면 안 된다”면서 제재했다. 회의장 복도에 머물며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귀를 기울였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다만 시작한지 20분도 안 돼 회의장에서 오가는 고성은 들을 수 있었다.

회의장에서 고성이 오가며 시끄러워지자 협회 관계자들은 취재기자를 건물 밖으로 쫓아냈다. 감사에서 지적된 '문제의 30억원'에 대해 묻자 협회 관계자는 “나중에 감사보고 결과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것”이라며 “일부 레슬링인들이 보고서를 조작해 유언비어를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수한 감사보고서가 마냥 조작됐다고 보기에는 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레슬링협회에서 비정상적으로 처리된 32억원에 대해 14개 항목으로 나눠 소명을 요구했다.

첫 항목을 보면 ‘이월금 및 보급 사업비’에는 ①2013년 결산서상 차기 이월금이 5010만원에서 2014년 결산 시 전기 이월금이 5억3626만원으로 4억8615만원이 증가한 사유서 제출(누락 통장 내역과 결산서에 반영하지 않은 사유 등 구체적으로 서술) ②2014년 결산서상 차기 이월금 1억1530만원과 실제 이월금 1억4064만원으로 2억5344만원 차이 발생 사유 ③결산서 누락 보급사업비계좌에서 2011∼2015년 경비로 출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2억293만원에 대한 회계처리내역과 지출증빙 관련서류.

이 항목에서만 약 7억1443만원이 회계장부와 결산이 맞지 않다.

지난해 연말결산 결과 32억원 증발
누구도 그럴듯한 해명 내놓지 못해

네 번째 ‘대회비’ 항목은 내부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①일부 대회 대회비 및 파견비 사용 정산내역서 작성하지 않은 사유. 2013년 9개(1억3473만원) 대회, 2014년 15개(2억5791만원), 2015년 모든 대회 전액 미작성 ②2013년 대회 결산서와 정산내역 금액 차이 ▲ 정산서 과다계산 8369만원(결산서 계상 누락 혐의) ▲ 정산서 과소계산 8240만원 ▲ 홍보섭외비 2건 770만원 ③2014년 대회 결산서와 정산내역 금액 차이 ▲정산서 과다계산 485만원 ▲정산서 과소계산 1억1708만원(결산서 과다 허위 작성 혐의) ④정산서 세부작성 집계 오류 ▲ 정산서내역서상 지출금 집계에 오류가 발견됨. 


 


▲ 레슬링협회 내부 관계자가 작성한 32억원에 대한 감사소명 요구서

이 항목에서는 총 3억344만원이 회계장부와 결산이 맞지 않다.

이 문제는 지난 2월4일 김영남 레슬링협회 회장에 의해 이사회에서 보고됐다. 당시 김 회장은 ‘레슬링협회 자체감사 실시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2015년도 협회 연말결산을 준비하면서 2013년도 결산 잔액 5000만원에서 2014년도 이월금 2억5000만원이 뜨는 엄청난 오류가 드러나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 (협회)직원 누구도 해명이 없고 이로 인한 2015년 결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2016년 총회 준비가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회계법상 있을 수 없는 큰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 문제를 그냥 덮고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사안으로 봤다. 이 때문에 지난 2월11일 감사단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자체감사를 시작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올림픽 앞두고
협회 내부 발칵

그런데 레슬링협회는 이런 문제를 덮기에 급급한 듯 보인다. 기자는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김 회장은 “브라질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이 문제에 대해 발표하기 조심스럽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입이 간지러워서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참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감사보고회 직전에도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이사회에서 격렬한 언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보고회를 하기 전 이사회에서 먼저 결의해야 한다”는 의견과 “감사보고회를 먼저 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감사보고회를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이를 막으려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감사보고회에서는 소명을 요구한 14개 항목 중 단 2개만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보고회에 참석한 A 이사는 “감사보고회가 흐지부지 끝났다”고 했다. 이어 “함께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에서는 파워포인트까지 준비한 것 같은데 그걸 쓰지 않고 ‘이월금 및 보급사업비’ ‘수익사업부문’(레슬링화)에 대해서만 구두 발표하고 끝났다”며 “보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에게 제대로 된 페이퍼 한 장 나눠주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기자가 왔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서 보고회를 흐지부지 끝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감사단에서 레슬링협회 관계자들을 형사고소해 수사의뢰를 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고소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사람은 레슬링협회의 전 사무국장인 B씨와 전 전무이사 C씨, 그리고 현 경리담당 D씨다.

비정상적 회계 처리
일각에선 횡령 의혹

앞서 B씨는 지난해 1월 레슬링협회 공금횡령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B씨는 지난해 레슬링협회를 그만뒀지만 10년 동안 근무하며 협회 내에서 ‘실세 중 실세’로 불렸다. 이 때문에 공공연하게 레슬링협회의 법인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으로 꼽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2014년 레슬링협회 자금횡령혐의로 김혜진 전 회장을 기소했을 때 B씨의 혐의까지 덮어 씌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몇몇 레슬링 관계자들은 B씨가 어떻게 집행유예에 그쳤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횡령혐의로 유죄를 받은 것에 대해 여전히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내가 왜 (감옥에) 들어갔는지 모른다. 당시 검찰 조사에서 B와 C가 짜고 위증했다. 모든 것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B의 횡령혐의로 나를 참고인으로 불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며 “검찰이 B에 대한 일부 혐의를 덮어줬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재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서울 송파구에서 커피숍과 마사지숍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자녀와 와이프를 캐나다 유학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세간에서는 ‘월급 500만원 받던 사람이 돈이 어디서 나 호사를 누리고 있느냐’라고 말할 정도다.

B씨는 이런 의혹에 대해 결백하다는 입장이다. B씨는 “이번 레슬링협회 감사단을 허위사실로 고소했다”며 “집행부가 눈뜬 장님이 아니다. 내가 단 1%라도 횡령이 있다면 처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가 난 부분에 대해 다시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만약에 문제가 있다면 현 레슬링협회 회장도 책임을 져야한다. 지금 집행부에서 빼다 쓴 돈은 이야기 안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슬링협회는 역시 자체감사 내용을 부인하는 형국이다. 레슬링협회 관계자는 “물어봐도 답변해줄 수 없다. 이 감사가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지금 누굴 고소 고발할 때가 아니다. 기사가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스포츠 단체를 관리 감독하는 대한체육회는 이번 레슬링협회의 자체감사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분위기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레슬링협회가 자체감사를 한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여건상 특정 스포츠 단체를 감사하기는 어렵다. 자체적으로 감사를 하니깐. 회장이 보고 받고 해명해 조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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