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가동’한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액션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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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가동’한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액션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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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털어 정치인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출범 넉 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미니 중수부’로 불리는 이들의 첫번째 화살이 어디로 향할지 법조계와 재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진다. 아직까지는 폭풍전야 분위기를 띄고 있지만 조만간 범정부 차원의 ‘부패척결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검찰·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이 일제히 재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접근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지향점은 분명하다. 바로 부패행위 처단이다. 이상하리만치 비상한 움직임은 놀랍기까지 하다. 찍히면 어떤 처방이 내려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최악의 경우 엄청난 후폭풍을 감내해야 한다. 특히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을 출범한 검찰의 움직임은 요주의 대상이다.

검찰은 폭풍전야
국회 개원 후 사정

전국 단위의 대형 비리 수사 전담을 위해 지난 1월27일 정식 출범한 특수단은 30여명 규모의 조직으로 편성됐다. ‘미니 중수부’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대형 수사가 시작되면 옛 중앙수사부처럼 전국에서 검사와 수사관 등을 추가 투입할 수 있다.

김기동 단장을 필두로 1, 2팀장인 주영환·한동훈 부장검사, 각 팀의 부팀장인 이주형·정희도 부부장검사에 평검사 6명 등 총 11명의 검사를 포함한다. 김 단장은 지난해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으로서 방산 비리 수사를 총괄 지휘했던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원전비리 수사단장을 맡는 등 검찰 내에서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검사 이외에도 수사관과 실무관 20여명이 파견되는 등 일선 검찰청 특수부서 2개를 합친 것과 비슷한 외형을 갖췄다.

특수단은 여러모로 3년 전 폐지됐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닮았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직접 받는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단장-대검 반부패부장-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보고라인 중간에 대검 반부패부장이 끼어 있지만 사실상 과거 중수부처럼 총장의 지휘를 직접 받는 셈이다.

전국 단위의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삼은 점도 중수부와 비슷하다. 중수부는 일선 지검이 수사하기 어려운 권력층의 비리는 물론 불법 정치자금과 연계된 대기업 총수들의 비자금 등을 주로 수사해왔다. 중수부가 한때 성역 없는 수사의 대명사로 불리며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제2의 중수부…이름값 할까
첫 타깃 누구? 전운 감돌아

특수단은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나 관할에 구애받지 않고 광범위하게 자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수사가 시작될 경우 전국에서 검사와 수사관 등을 파견형식으로 지원받아 신속하고 정밀한 수사를 벌이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특수단은 본격적인 행보를 밟지 않고 있다. 당초 법조계는 4월 총선 전까지 특수단이 어떻게든 ‘과실’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지만 시간이 생각 이상으로 지체되는 듯한 인상이다. 대신 국회개원 후 본격적인 활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단기적인 사건이 아닌 장기적인 수사가 필요한 대규모 부정부패 사건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다는 뜻이다.

 


▲ 김기동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첫 수사 대상은 ‘대규모 예산이 낭비된 국책사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공공부문의 구조적 부패 관행 근절’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단장은 출범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대상이 한정돼 있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피할 수 없는
사정의 칼날

최근에는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직접 나서 특수단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지난달 25일 열린 ‘법의 날’ 기념식에서 김 장관은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시장경제질서를 훼손할 경우 엄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검찰이 부정부패수사와 관련해 기업주의 전횡, 사익추구 등 기업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국가경제에 해악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치밀하게 수사할 것임을 강조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는 검찰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일부 몰지각한 재벌 기업의 행태에는 강도 높은 사정수사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김 장관은 부패범죄 수사에서 방점을 두는 분야로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증권 비리 ▲입찰 담합이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불공정 행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방위사업 비리 ▲보조금·공공부문 비리 등을 거론한 상황이다. 



 

▲ 김현웅 법무부장관

거액의 세금을 포탈하거나 담합을 일으킨 재벌기업을 주시하던 검찰의 최근 수사 흐름과도 연관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특수단의 활동을 위해 공공부문의 고질적인 적폐와 구조적인 사회전반의 비리 의혹 등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그동안 주요 비리에 대한 내사활동이 충분히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인원을 많이 투입해 뿌리 뽑아야 할 고질적 비리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수사하고 한두 군데로 범위를 좁힐 수 있는 비리는 신속하게 문제점을 드러내야 할 것”이라며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 결과 확인된 잘못된 관행이나 구조적 문제점을 제도적 개선과 사전 예방으로 연결시켜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남 검찰총장 역시 특수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12월2일 취임한 김 총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사실상 중수부 부활’이라는 비판에도 특수단 공식 출범에 앞장섰고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중앙지검 내 핵심 조직으로 분리되는 3차장 산하에 직제화했다. 특수단의 첫 수사대상 결정에 따라 김 총장의 숙원사업 성공 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단의 움직임이 가시화될수록 재계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총선이 끝난 뒤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는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특수단이 쥐고 있는 사정 칼날이 어느 곳을 겨눌지가 가장 큰 관심사.

일각에서는 4·13 총선 결과와 함께 조기 레임덕 방지를 위해 현 정부가 사정의 고삐를 바짝 조일 거라고 분석한다. 검찰과 국세청이 올해 초부터 대기업에 대한 수사와 조사 수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은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형 부정부패사건 검토
비리 첩보 분석 마무리

실제로 최근 검찰의 수사력은 재계를 정조준 하는 양상을 띄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국세청으로부터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부영주택 법인 등의 탈세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 받아 대형 부정부패 사건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검사 산하에 배당했다. 이 회장 개인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의 탈세 규모는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부영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여 이 회장과 부영주택 법인 등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정황을 포착했다. 국세청은 특히 부영주택이 2007∼2014년 캄보디아 현지 법인 2곳에 총 2750억원을 송금한 것과 관련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현지 법인 2곳의 대주주는 이 회장이며, 부영주택은 당시 아무런 담보도 설정하지 않았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국세청이 추징키로 한 세금 규모만 1000억원 이상”이라고 전했다.

재계는 이미
긴장국면 돌입

국회 개원을 시점으로 특수단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그동안 검찰이 묵혀둔 재계 총수들의 검은 행각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 박근혜 대통령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1월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돼 있던 차명 주식 37만7000여주를 회장 이름으로 실명 전환했다.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1000억원 규모의 차명 주식이 드러난 데 대한 후속 조치였다.

국세청 역시 2000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했지만, 논란이 됐던 차명 주식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줬다. 차명 주식의 거래가 없고, 차명 주주 역시 실소유자와 동일한 세율로 세금을 납부한 만큼 탈루가 아니라고 국세청은 판단했다. 검찰 수사는 미온적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사건을 배당하고도 몇 년째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문제는 특수단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느냐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특수단의 활동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검찰 조직 스스로 중립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이들 수사 자체가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부패 척결 의지가 대표적으로 반영된 특수단의 경우 기대보다는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출발한 조직”이라며 “검찰이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부패 척결이 더 큰 힘을 얻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한 조직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수부의 경우 정권 입맞에 맞춘 표적 사정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지난 대선 때 여야 모두 검찰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현 정부는 집권 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중수부를 폐지했다. ‘성역없는 수사’라는 중수부의 장점보다 ‘정치 검찰’이라는 중수부의 단점을 더 크게 봤던 것이다.

여전히 의심받는 
정치적 중립성

정치적 중립성 문제와 관련 김 단장은 “특수단이 외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를 불식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유념하고 수사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누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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