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인용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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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선고 임박> 탄핵 인용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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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서 촛불집회 갖는 시민들

박근혜 망명·소요 사태·황교안 출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달 27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를 끝냄에 따라, 이제 ‘최종결론’만 남겨두게 됐다. 법조계는 3월10일 또는 13일을 최종 선고일로 예상하고 있다. 본지는 탄핵 인용 후 박 대통령의 신변과 대선 구도에 일어날 변화를 진단해봤다.

끝내 주인공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헌재에서의 최종 변론을 거부했다. 국회와 대통령 측은 6시간 반 동안 마라톤 공방을 펼쳤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국회.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과 3명의 변호사는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탄핵의 정당성을 부각시켰다.

주인공 없는
최종 변론장

권 위원장은 최후진술서 “국민이 만들어온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적으로부터 지켜달라”며 “실망한 국민들이 다시 털고 일어나 ‘우리나라가 살 만한 나라’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함께 힘을 모아 통합의 길을 가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세월호 7시간 의혹’ 부분은 따로 시간을 할애해 강조했다. 이용구 변호사는 “세월호 침몰 당일 승객들을 구조할 골든타임이 있었고, 그 시간에 박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다”며 “이 사유 하나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취지다.

이명웅 변호사는 국정 농단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최순실과 같은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개입 사태는 우리 헌법시스템의 내부에 숨어 있던 암적 존재”라며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얻기 어렵다. 대통령 직무 수행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을 훨씬 뛰어넘는 손상된 근본적 헌법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측은 물량전을 펼쳤다. 변호사 15명이서 5시간 넘게 탄핵의 부당함을 피력했다. 변론 과정서 서로 합의되지 않은 듯 어수선한 모습도 보였다. 재판부가 몇 차례 중복된 변론을 자제하라고 주문했을 정도. 변론 순서도 서로 합의되지 않아 재판부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대통령 측은 각하와 기각 모두를 주장했다. 각하는 과정상에 하자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이고, 기각은 원고의 청구를 이유 없다고(타당성이 없다고) 해 물리치는 결정을 뜻한다. 둘 모두 박 대통령이 직위를 유지하게 된다.

 


▲ 직무정지 중인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 법률대리인 중 한 명인 이중환 변호사는 “각하가 먼저 성립되면 각하하는 게 맞고, 각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본안에 들어가서 기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이 지적하는 부분은 크게 2가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에 하자가 있다는 것 ▲8인 재판관 체제에서 내리는 결론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의결에 대해선 7개의 탄핵 사유를 개별 표결하지 않고 한꺼번에 표결했기 때문에 하자가 있다는 논리다. 8인 체제의 위헌 소지에 대해 정기승 변호사는 “(1월 말 퇴임한) 박한철 전 헌재소장은 대통령 추천 재판관인데, 대통령 추천 재판관이 결원인 상태서 심판하면 대통령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뚫으려는 자
막으려는 자

박 대통령은 의견서를 통해 탄핵 사유를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주변을 제대로 살피고 관리하지 못한 불찰로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면서도 “단 한 번도 스스로의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을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헌재는 최종 선고일 발표를 미뤘다. 다만, 헌재가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 전 선고 방침을 수차례 밝힌 만큼, 법조계는 3월10일 내지 13일을 유력 선고일로 보고 있다. 그중 이 재판관 퇴임 전 마지막 평일인 10일에 특별 기일을 잡아 선고할 것이란 예상이 중론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그에 따른 파장은 불가피하다. 촛불 집회와 맞불 집회, 둘 중 한쪽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정치권은 급속히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탄핵 인용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24∼25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47명 대상으로 실시, 지난 26일 발표한 2월 4주차 박 대통령 탄핵 관련 여론조사 결과 탄핵 인용 의견은 78.3%, 기각 의견은 15.9%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이 때문에 인용 후 탄핵 무효를 외치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원성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야권 주요 대선주자, 특별검사, 헌재 재판관을 겨냥한 테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를 암시하는 사건·사고가 벌써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 이정미 재판관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자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달 25일 서울 대한문서 열린 맞불 집회에서 연단에 선 정광용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은 “탄핵되면 아스팔트에 피를 흘릴 것이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이 혁명을 말했는데, 우린 혁명 넘어 참극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 한복판서 소요(騷擾) 사태가 일어나는 사상 초유의 일도 예상 가능하다.

10일 선고 유력, 고조되는 긴장감
야권·특검·헌재 겨냥한 테러 비상

박 대통령의 신병처리라는 난제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3가지 선택지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첫 번째는 검찰의 구속수사다. 탄핵은 곧 대통령 직위 해제를 의미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처럼 인용 후 곧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이는 극심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에게 큰 부담을 주는 카드다. 재판부의 판단과 별개로 박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순간 보수단체가 무력행사에 들어갈 수 있다.

두 번째는 불구속 수사다. 검찰의 부담감을 고려한다면 불구속 수사가 현실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서도 구속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실제 정치권 및 법조계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구속 수사에 비해 국론분열의 가능성은 낮으면서 국정 농단 사태 수사는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야권 입장서도 보수결집에 따른 역풍 가능성을 낮출 수 있어 매력적인 카드다.

박 대통령도 구속이라는 치욕을 피해 재판을 대비할 수 있다. 아울러 수사에 저항하며 보수결집 시도가 가능하다. 여러모로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에 칩거하면 검찰이 강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난감하다는 점도 불구속 수사가 주목받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인용이 결정되는 즉시 청와대 관저서 퇴거해야 한다.

인용 가능성↑
갈등 최고조

세 번째는 대선 후로 수사를 유보하는 것이다. 인용 후 정치권은 조기 대선 모드로 빠르게 전환할 것이고, 국민들의 관심은 대선에 맞춰질 게 자명하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대선기간 중 지난 정권에 대한 수사는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데 정치권의 의견이 모아진다면 충분히 현실화도 가능하다. 


 


▲ 광화문 일대를 뒤덮은 촛불 집회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997년 10월경 15대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이른바 ‘DJ 비자금 의혹사건’ 수사를 유보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수사 유보는 박 대통령의 해외 망명·도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도 인용 후 윤곽을 드러낼 사항이다. 황 대행은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거부, 사실상 박 대통령과 공동운명체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황 대행은 지난달 27일 홍권희 국무총리 공보실장을 통해 “특검법의 주요 목적과 취지가 달성됐다”며 “헌재 결정에 따라 대선이 조기에 행해질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특검 수사가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초 세간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결정이었다. 보수층을 의식한다면 특검 영장은 어불성설이다. 국정 2인자가 1인자의 신병을 다른 이에게 넘겨준다면 감당할 수 없는 역풍을 맞을 게 분명했다. 앞서 황 대행은 지난달 10일 국회에 출석해 특검 연장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구속·불구속·유보 3가지 검찰 카드 
황교안 ‘복수’ 프레임 걸고 출마하나

황 대행은 국정을 운영하는 기간 동안 지지율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여권 1위는 물론이고 전체 2위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박사모 등 보수단체에선 황 대행을 차기 대통령으로 이미 낙점했다. 황사모·황대모 등 지지 세력은 연일 황 대행의 출마 결정을 독려하고 있다.

정치권서도 황 대행 출마 여부가 초유의 관심사다. 황 대행은 현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정 안정화의 책임이 있는 자가 대선을 운운하는 순간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권한대행이 국정을 팽개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그 순간 야권에 공격 포인트를 제공하는 꼴이 된다. 종합해봤을 때 보수의 기대치가 최고치로 오르며, 국정 안정화의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탄핵 후 출마 선언이 예상된다.


 


▲ 황교안 대통령 관한대행

만약 황 대행이 본격적인 대선주자로 나설 경우 반문연대를 구축할지 여부도 관심이 모아진다. 명분은 충분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매주 광화문 광장서 박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탄핵을 주도한 문 전 대표를 국정 2인자였던 자가 나서 복수하겠다는 프레임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사면도 탄핵 후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새로이 집권한 정부가 출범 초 극심한 좌우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박근혜 특별사면’을 단행할 수 있다. 당장은 여론에 밀려 불가능하더라도 광복절 때 특별사면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교안 중심
반문연대는?

사면 카드는 취임 초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사법적 단죄를 내린 뒤 광복절(8월15일)을 전후로 특별사면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한 뒤 임기 말 특별사면을 한 방식과 유사하다. 실제 범여권에선 ‘사면 불가피론’이 제기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활동 시작한 ‘황대만’ 실체

‘황교안 통일 대통령 만들기’(이하 황대만)이 지난 1일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촉구하기로 했다. 이날 약 60명의 황대만 회원은 서울 종로의 한 식당서 국내외 지부 결성, 향후 활동 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 중 상당수는 서울 도심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SNS를 통해 모인 황대만 구성원은 1만8000여명.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된 후 회원 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대만에는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도 상당수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백도한 황대만 대표는 “지난해 봄 모임이 결성됐다. 황 대행이 법무부장관이던 시절부터 나라의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우성제 황대만 간사는 “법과 원칙이 바로 서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황 대행이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며 “조만간 지역별 지부와 해외 지부까지 결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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