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국발 북폭설’ 소문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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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미국발 북폭설’ 소문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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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핵항공모함 칼빈슨호

김정은 미 망명하고 트럼프 북 공습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선을 앞두고 지난주 북폭설이 돌면서 한반도가 긴장했다. SNS를 통해 미국의 북폭설 시나리오가 유포되면서 국민의 불안한 민심을 자극했다. 이 와중 정부 당국은 북폭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전문가들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입 모았다. 북폭설의 소문과 실체는 무엇일까.

최근 며칠 사이 한반도 위기설을 증폭시킨 가짜뉴스는 미군의 북한 폭격설, 미·중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망명 유도설 등이다. 북폭설은 “미국이 4월27일 그믐을 맞아 스텔스기를 보내 북한을 폭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정은 망명설은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김정은의 망명을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이들 가짜뉴스는 북폭이든 김정은 망명이든 미국과 중국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회담서 합의했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최근 정세를 담은 그럴듯한 시나리오다.

진짜 전쟁나나?

지난 10일 급속도록 유포된 북폭설 관련 지라시에는 미군 항공모함이 속속 한국 주위로 배치되는 등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티벳이나 신장 위구르, 동중국해 문제 등에 대해 미국이 중국에 선물로 주고 북한을 폭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외에도 김정은의 망명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적었다. 유포된 지라시에 따르면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망명을 유도한다고 했다. 망명처로 시진핑 주석과 관계가 깊은 화교 재벌이 많은 인도네시아가 유력하며, 망명 기간을 오는 4월 말로 점쳤다.

지라시에는 그때까지, 김정은이 망명하지 않고 핵과 탄도 미사일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이 북한을 폭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정은의 망명을 설득할 중국 측 인사(장더장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망명 자금(약 40억달러)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미군의 북폭설은 지난달 15일 <재팬 비즈>라는 일본의 온라인 매체서 ‘미군의 북한 공격은 4월27일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운영하는지 알 수 없고 사이트 첫 화면엔 ‘경제부터 관광 정보까지 분석’이라고 선전해놓았다.

게시물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내용을 짜깁기한 게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정세 관련 내용은 대부분 출처나 근거가 빈약하고 필자가 자의적으로 서술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들 위기설은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이 이달 말까지 지속되는 상황서 북한에 김일성 주석 생일(15일), 인민군 창건일(25일) 등 굵직한 정치 행사가 잇따르는 점, 최근 미-중 정상회담서 한반도 관련 합의가 뾰족한 게 없었던 정황,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시리아 폭격을 지시한 일, 오스트레일리아를 향하던 미 항모 칼빈슨호가 한반도 쪽으로 항로를 바꾼 일 등이 맞물리며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SNS로 폭격 유포…한반도 긴장 국면
가짜뉴스까지 속출하면서 안보 비상

최근 재미교포들을 중심으로 또 다른 한반도 위기설이 돌고 있다. 이 지라시에 따르면 현재 미국 주요 항구서 한반도로 가는 전쟁 물자가 엄청나게 실리고 있다. 실제 전쟁을 하려면 대규모 군수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이는 한미 양국군이 지난 10일부터 경북 포항 일대서 시작한 군수지원훈련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군과 한미연합사령부는 이날부터 오는 4월21일까지 포항 도구 해안서 ‘퍼시픽 리치 작전’이라는 연합훈련을 한다. 한·미 양국은 전에도 이 같은 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했고, 이번 훈련도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전해진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최근 미국 NBC의 간판 앵커가 오산 미군기지서 생방송으로 8분간 북폭 가능성 방송을 하고 떠났다는 이야기도 거짓이었다.

미국 NBC 앵커 레스터 홀트가 지난 3일과 4일(현지시각) 메인 뉴스를 한국 오산기지서 생방송으로 진행한 것은 맞지만 북폭 관련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오산기지 일부를 독점 공개하는 등 북한의 폭격에 대비한 방어적 성격의 훈련 장면을 다수 공개했다.

정부는 이런 북폭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4월 한반도 위기설은 근거 없다”고 말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한반도 안보 상황의 과장된 평가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부 관계자는 “확인해봤지만 트럼프 행정부서 사전에 북폭을 계획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북폭설 등을 근거 없는 가짜뉴스로 보고 있다. 복수의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의 동의 없이 북폭을 감행하기는 어렵다”고 입 모았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도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다.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은 11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치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의 조치들은) 북한 주민들을, 아마도 중국인들에게 조금 더 긴장을 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평양서 영국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유안 그레이엄도 “대북 선제공격은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라며 “칼빈슨 항모전단 배치는 전통적인 강압외교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대니얼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 소속 밴 잭슨도 “항모전단 이동이 북한 타격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99%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근거 없는 북폭설에 국내·외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들 한반도 위기설은 최근 며칠 사이 SNS를 뜨겁게 달궜고, 급기야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가 등에는 최근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투자금을 빼기 시작했다거나 아예 서울서 철수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즐비하다. ‘코리아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의 1분기 국내 직접투자 신고액은 33.5%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현실성 떨어져

위기설은 일단 꺾인 듯 보이지만, 실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무엇보다 미 항모 칼빈슨호가 한반도 주변 해역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미국이 이번에 또다시 칼빈슨호 핵 항공모함 타격단을 조선반도 수역에 들이밀고 있는 것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무모한 침략책동이 엄중한 실천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력 반발한 바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 외교위 부활, 왜?

북한이 지난 1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5주년을 맞아 열린 중앙보고대회에서 ‘핵강국 위력’ 강화를 다짐했다. 같은 날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선 1998년에 폐지된 김일성 시대의 ‘외교위원회’를 19년 만에 부활시켰다. 대미·북핵 외교 주역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으로 기용함으로써 북한이 핵 능력 강화뿐만 아니라 핵 협상에 있어서도 공세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북한 <노동신문>은 전날 개최된 김정은 추대 5돌 중앙보고대회 및 최고인민회의 제13기 5차 회의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중앙보고대회 보고를 맡은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철저히 관철해 핵강국·군사강국의 위력을 끊임없이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고인민회의에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의 차기 정부 등을 겨냥한 특별한 대외 메시지가 나오지는 않았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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