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집중] 뉴질랜드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 본격화
"그들의 용기를 잊지 않겠습니다"
뉴질랜드 한인사회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 건립에 나섰다. 지난 달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건립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웰링턴 시내 푸케아후 국립 전쟁기념공원(Pukeahu National War Memorial Park)에 설치될 기념비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기념비 건립은 1950년 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킨 유엔군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에 깊이 감사하며, 당시 유엔군의 도움이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중요한 힘이 되었음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뉴질랜드군 16포병여단이 지원한 서울로 가는 길인 가평전투에서의 포병화력 지원은 다섯 배가 넘는 중공군의 침공을 결사적으로 저지하며 대승을 거두었던 역사적 사실을 기리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기념비가 설치될 웰링턴 시내의 푸케아후 국립 전쟁기념공원은 웰링턴 시에서 여러 나라에 부지를 제공한 곳으로 영국, 터키, 캐나다 등 7개국 중 한국도 포함되었다. 당시 재뉴질랜드 대한민국대사관에서 참전용사 기념비를 지을 부지를 신청했고, 이에 웰링턴시에서 전쟁기념공원에 부지를 제공하면서 기념비 건립사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지난 6년간 유보되었던 본 사업은 이번에 대사관 측에서 재뉴질랜드한인총연합회에 추진할 것을 제의, 이후 본격적인 진행이 이뤄지게 되었다.
현재 뉴질랜드 총연합회에 속해 있는 13개 한인회와 그 외 교민들이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하고 있다. 추진위원회는 홍승필 위원장을 중심으로 13개 한인회와 다수의 교민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현장에서 '동판 부착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건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기념비 건립에는 약 80만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약 35%는 한국 보훈처에 요청한 상태로 나머지 65% 정도는 교민 모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34만 달러 정도가 모금 완료된 상태이며, 보훈처로부터 나머지 부분을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립추진위원회와 함께 뉴한총련에서 나머지 건립 기금을 모으는 활동을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재 다수의 교민들과 단체 및 기관에서는 기부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홍승필 위원장은 "부지도 있고 동판식도 한 상황이기에 충분히 모금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5월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교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모금운동은 총 6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기념비 디자인은 오클랜드에서 활동 중인 정영남 화백이 담당했으며, 이미 디자인이 완성된 상태다. 대리석으로 제작될 기념비는 병풍 모양으로 전면 6면에 각각 가로 1m, 세로 2.5m 크기로 구성된다. 네 폭이 타일로 들어가 있으며, 1도부터 6도까지 제작된다.
제1도에는 참전용사 이름이 게시되고, 제2도에는 6·25 전쟁 당시의 가평전투를 상징하는 풍경이 반구상으로 표현된다. 제3도에는 대한민국의 발전된 현재 모습과 평화로운 삶이, 제4도에는 지금의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풍경과 건축물이 그려진다. 제5도에는 양귀비 꽃으로 꽃받이나 꽃다발, 꽃기둥 등을 그려서 참전용사에 대한 추모를 상징하며, 제6도에는 추모의 글이 새겨질 예정이다. 모든 그림은 세라믹 타일에 페인팅 기법으로 작업된다.
교민들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13개 지역 한인회에 문의하거나 계좌번호를 통해 기부할 수 있다. 기부금의 30%는 세금 환급을 받을 수 있다. 기부행사는 각 한인회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11월쯤 참전용사 기념비 디너 행사도 논의 중에 있다.
기념비 건립 후에는 웰링턴시에서 관리할 예정이다. 이 기념비는 한국전과 뉴질랜드군의 참전 역사를 널리 알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우리 후손들에게도 역사적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역사적 사실을 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본 기념비는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상징하는 기념물이 되어 양국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상징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질랜드의 한국전쟁 참여 역사
뉴질랜드는 한국전쟁(1950–1953)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유엔군의 일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투와 평화유지 활동을 통해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했으며, 이는 이후 ANZUS 조약 체결로 이어졌다.
Kayforce는 뉴질랜드의 주력 부대였으며, 1950년 12월 부산에 상륙하여 1953년까지 유엔군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약 6,000명의 병력을 파병했고, 이 중 육군 Kayforce 소속 병력이 약 4,700명, 해군 프리깃함 승조원이 약 1,300명이었다. 전투 중 33명을 포함해 총 45명이 사망했고, 79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한 명은 18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송환되는 등 참전 과정에서 큰 희생을 치렀다.
뉴질랜드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다양한 기념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2010년에는 웰링턴의 국립 전쟁 기념관에서 기념식이 열렸으며, 한국 정부도 뉴질랜드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지만 뉴질랜드의 참여는 양국 간의 우정을 더욱 깊게 만든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
글 박성인 기자
기념비 기부 계좌번호: KSA Inc. ANZ 06 0229 0410200 00
기부에 동참하실 분은 위 계좌로 입금해 주시거나 또는 각 지역 한인회로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