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사업체 3곳 중 2곳 '적자'… 숙박·음식업 직격탄, 회복 지연 우려
관광 회복 늦고 금리 부담 겹쳐…
“인력 유지도 한계”
뉴질랜드 전역에서 한인 교민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상당수가 수익성 악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교민사업체의 약 3분의 2가 적자를 기록 중이며, 특히 숙박·음식업과 예술·오락 서비스업 등 교민 밀집 업종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관광 회복 지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기지표보다 훨씬 심각한 체감경기
국세청(Inland Revenue) 집계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 전체 기업의 적자 비율은 22.6%였으나, 2024년에는 34.6%로 급등했다. 그러나 교민 사회에서는 이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경제 분석기관 인포메트릭스의 가레스 키어넌 수석 예측가는 “적자 기업 비율은 경기 체감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며 “표면적으로는 완만한 회복세처럼 보이지만, 실제 소규모 사업체들은 매출 회복이 비용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숙박·음식 서비스업의 경우 적자율이 40%를 넘어섰다. 팬데믹 기간 관광객 급감과 외식 수요 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은 레스토랑·카페·모텔·여행사 등 교민 운영 업종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의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예술·오락 서비스업 역시 흑자를 내는 기업이 전체의 25%에 불과해, 공연·문화·여가 관련 한인 사업체들이 장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중고’에 시달리는 교민 경제
관광 회복 지연과 고금리 장기화는 이들 업종에 이중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비중이 높은 교민 외식·숙박업체는 매출 증가 속도보다 비용 상승이 훨씬 빠르다. ANZ은행 마일즈 워크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명목 GDP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영세·소상공인들의 체감 경기는 악화되고 있다”며 “부실채권 비율이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기업 청산 건수도 증가 추세”라고 전했다.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은 교민 자영업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압박이다.
오클랜드에서 한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모 씨(48)는 “작년부터 단골손님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지만 정작 통장에는 돈이 안 남는다”며 “매출이 조금 늘어도 은행 대출 이자와 인건비가 훨씬 더 빠르게 올라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을 줄이면 서비스 질이 떨어질까 걱정이고, 유지하면 매달 적자를 보는 딜레마”라며 “정부가 금리나 임대료 안정 대책 같은 ‘버팀목’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인력 보유 전략의 ‘부메랑’ 가능성
코로나19 당시 정부 지원금 덕분에 인력을 유지해 왔던 일부 사업체는 이제 그 완충 효과가 사라졌다. 회복을 기대하며 감원을 미루는 ‘인력 보유’ 전략이 장기화되면, 매출 부진이 지속될 경우 결국 대규모 감원으로 이어져 교민 고용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숙련된 인력이 한 번 빠져나가면 다시 채용하기 어려운 업종 특성상, 인력 유출은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향후 전망과 대응책
뉴질랜드 전체 산업 통계에 따르면 숙박·음식업은 전체 평균보다 높은 적자율과 낮은 생존율을 보이고 있으며, 예술·오락 서비스업은 GDP 기여도가 감소하고 매출 성장세도 정체 상태다. 교민 사회에서 이 두 업종의 비중이 높은 만큼, 경제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교민사업체가 경기 하강 국면에서 살아남으려면 비용 구조를 재점검하고, 금융권과 정부의 맞춤형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무·회계 전문가들은 “매출 부진 상황에서는 대출 재조정, 임대료 협상, 세금 감면 제도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시장 변화에 맞춘 사업 모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민 음식업체 대표는 “지금은 회복이 아니라 ‘버티기’의 시간”이라며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교민 네트워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