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교민뉴스


 

제인 에어 <샬럿 브론테>

일요시사 0 956 0 0

독서를 좋아하시는 부모님께서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시간이 선물하는 행복에 대해서 말씀하시고 직접 보여주셨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책들을 접하게 되었고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어린 시절의 독서의 도움으로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양의 책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 시절 자기 전 아빠가 읽어주는 책으로 자장가 삼아 잠들었는데 지금은 길었던 하루의 끝을 혼자만의 시간과 평온함을 위해 어릴 적 기억을 되살리며 독서로 마무리한다. 하루의 모든 피로를 씻겨주는 독서의 여유를 모두가 발견하길 바라며 긴 하루 끝에 책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지길 바란다. 온갖 만물이 새 삶을 시작하려는 희망찬 새 봄, 초목들이 그 푸르름을 더해 가는 여름, 황금 들녘에 풍요로움이 날로 더해 가는 가을과 한해를 정리하는 겨울에도 늘 곁에 책이 함께해 지혜가 더해지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며 지금껏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들을 소개해본다. 



 

좋아하는 소설 속 캐릭터가 있냐고 물어보면 “제인 에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들 말하는 ‘최애캐’로 고전 문학의 주인공을 뽑은 것도 놀랍지만, 왜 하필 그 많은 여성 캐릭터 중에서 제인 에어를 꼽았는지 상당히 궁금했다. 그렇게 읽게 된 제인 에어는 주인공의 이름이 책 제목인 만큼, 그저 제인 에어라는 인물의 말과 생각에 주목하는 것만으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행동이 동시대 (빅토리아) 여성상을 고려했을 때 진취적이라고 하는데, 나는 현대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 느꼈다.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친척의 손에서 자라게 된 제인은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란다. 결국 그녀는 친척들과 마찰을 빚고 고아들을 위한 학교로 들어가는데, 제인은 열심히 공부하여 선생님의 자리에 오른 뒤 스스로 신문에 광고를 내어 가정교사가 되는 기회를 잡는다. 그렇게 손필드 저택에서 일하게 된 그녀는 주인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그의 숨겨진 과거를 알고는 집을 나간다. 우연히 들른 동네에서 에어 가문의 사람들을 만난 제인은 고액의 유산을 물려받는 행운까지 얻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로체스터가 그리워진 그녀는 그를 찾으러 손필드로 돌아가고, 사고로 장애인이 된 그와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이 작품이 그토록 주목받은 이유는 진취적인 여성상 때문으로 알고 있으나, 나는 당시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므로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인이 보인 삶의 형태를 정리하자면 스스로가 주도하는 '주체적인 삶'이라 할 수 있겠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을 추구하고, 정해진 것 없는 앞날을 스스로 개척하는 모습은 행동력이 부족한 내가 원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용기가 부족해서 잡을 수 있는 기회마저 놓치는 나에 비해, 제인은 없는 기회도 만들어낼 정도의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만약 소설을 읽는 행위가 독자를 주인공의 모습에 가깝게 한다면 나는 매일 이 책을 읽을 것이다. 나도 제인처럼 한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제인 에어의 인간상이 빛나던 곳에는 로체스터와의 사랑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본 적이 없기에 두 사람이 보인 사랑의 형태에 확실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겠다. 하지만 수많은 생각의 차이와 하나의 끔찍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걸 보면 분명 둘 자리에는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사랑은 시련과 성장통을 필요로 했기에 흔한 소설에 등장하는 불꽃같은 사랑과 달리 성숙한 느낌을 주었다. 지금까지 사랑은 이해와 존중으로 이루어진다고 여겼으나, 확고한 자아의 만남과 이들 간의 충돌도 포함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제인의 당돌한 모습에 빠져서 그런지 몰라도, 오히려 전자보다 후자가 더 어울린다는 기분마저 들 정도다.앞서 말했듯 나는 이해도의 문제로 제인 에어의 진취적인 여성상을 크게 즐기지 못했다. 인터넷에는 그녀도 동시대의 순종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는 등 독자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나는 제인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장하고, 스스로 앞날을 개척한 점을 높이 산다. 애초에 삶의 형태야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거고, 이를 타인의 시선으로 평가하는 행위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확실한 점은 누구나 시대상에 앞서 자기 자신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으며, 그런 면에서 제인 에어는 성공한 인물축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녀는 독선적이지 않았으며 상대방과 조화를 이룰 줄 알았다. 꼭 자신과 반대되는 인물에게 저항하는 것만이 진취적이라는 생각은 너무 좁은 해석이 아닌가 싶다.만약 여자를 만난다면 제인 에어와 같은 인물도 나쁘지 않겠다. 그녀는 자신을 드러낼 줄 알고 교양이 있으며 나 자신의 부족한 면을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엄격하게 채워줄 수 있는 인물로 보인다. 비록 그녀가 ‘못생겼다’는 표현이 곳곳에 등장했지만, 진정 뛰어난 사람은 내면의 가치만으로도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런 사람을 현실에서 만날 수만 있다면 무척 기쁠 것이다.


안은채 Auckland International College Y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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