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에서 만난 닷새 간에 평화로움 <최미봉>
수식어 없는 대 자연들
무더웠던 긴 여름을 이겨내던 계절에
아무 말 않고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은
철석거리는 푸른 바다 보러
제주 여행을 가기로 한다
제주에서 국제 학교를 운영하시는 장로님
교장선생님이기도 하고 사모님 하고
조히힐 팬션 여행자들도 받는 곳이기도 하다
4박 5일 머물 기로하고 제주 도착
공항에 나오신 장로님이 반갑게 마중하신다
오전 9시면
공부가 시작하고 3시면 끝나는 국제 학교
기숙사에서 숙식을 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에 모습은 모두들 밝다
뉴질랜드 학교 생각이 날 정도로
자율적으로 편안하게 대학 진로를 정하고
각 과목을 기도로 시작한다
식사 시간은 영어로 예쁜 마음을 주고받던 학생들의 대화
보람도 있었던 여행의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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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강내기 강내기!
추억의 과자 셈비! 양은 냄비!
만물상 트럭에서
옛 추억을 소환하는 웃음울 줬던 배우 이병헌 씨의 대사다
돌담을 돌며 많은 방청객에게 옛 풍경을 선사했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촬영지의 몇 군대를 찾아보기로 하고
제주 애월 바닷가를 바라보며 퍽퍽했던 마음을 풀어놓는다
출판 중인 수필집 가제본 퇴고하다 지쳐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시간들
머리와 가슴을 억압하고 있던 것을 탈피하고픈 시간들이었기에
자연이 준 자유 앞에 머물고 싶었던 생각에
서두르며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돌담길을 걷는다
느긋하게 기다려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경이로운 주님을 찾을 수 있기에
수많은 사람들 틈에 묻혀 감사할 이유를 되뇐다
한참 눈이 올만한 겨울에 기온 탓인지
메밀꽃이 환하게 피웠던 훈훈한 바람과 만난다
제주도 온 지 하룻길 내가 있을 이층 방
아름다운 풍경은
뉴질랜드에 옮겨 놓으면
몇백만 불 하는 고급 펜션에서
4박 5일 머물 기로 하는데
가격은 다른 곳 보다 참 저렴하다
행복의 수치는 감사를 더할 때 오는 거라 했다
분위기 있는 솔솔 한 설렘은 자유롭게 주워 담는 제주도
액자 속에 넣으면 좋겠다며 푸른 바다를 한눈에 담는다
파도는 거세었지만
음식점은 활기차고 담백한 갈치구이와
신선한 늙은 호박과 배추를 넣은 새우젓으로 간을 낸
특별한 갈치 찌개는
주인아줌마의 구수한 손맛
3년 제주도에 살 때 즐겨 먹던 특별한 메뉴
처음은 생소했지만 입맛을 돗구기도 했던 그 맛을 잃을 수가 없다
바람이 없는 날이면
갈치잡이 배들이 칠흑 같은 어둠을 뚫는
서울의 밤거리와 같은 불야성을 방불케 하던 곳
바닷바람을 쐬러 다닌다
몇 십 년 만에 제주에 온 김에
남편하고 즐겨 먹던 담백했던 갈칫국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군침은 엷게 고인다
저녁 식사는 교장 선생님 부부 함께 먹기로 약속하고
동네를 돌아본다
파란 하늘은 수채화 물감을 떨군 듯하고
그린듯한 동네를 돌다 보니
돌담 길섶에 개망초 군데군데 겨울을 알리듯 까뭇까뭇 가스래 졌다
개들 짖는 소리의 음률은 잃어버렸던 어릴 적 꿈을 부르기도 하고
웃음도 들리는 낮은 담 너머엔
한갓지게 페인트 칠하시는 손놀림도 한두 번 하는 솜씨가 아닌 듯
최 저 임금마저 가슴이 뛰던
미국에서 이민 생활 하셨던 분이었다
정원에는 다닥다닥 열려있는 익어가는 귤나무도 수십 수가 있다
인정도 그득한 지긋한 아줌마
익은 귤 따 가지고 가라고 봉지와 가위까지 내주신다
넉살 좋은 웃음은 비닐봉지가 찢어질 정도로 따와
학생들을 나누어주었던
가을이 내려앉은 고즈넉한 11월
아침 이슬에 따라다니며 돌담길 돌다보니
예쁜 장식에 베치카에 불을 지피는
아늑한 애월 카페도 들렀다
커피 한잔에 시 한 수 풍덩 떨구어 마시다 보니
감촉은 두배로 격조가 있어진다
따스한 이야기가 서로 오갈 때
시인의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을 주고받던 참한 마음이
수정 같아 언젠가는 시인의 길을 새롭게 담을
카페 액자에 그의 환한 웃음이 걸릴 듯하다
이민 오기 몇십 년 전 제주에 3년 살았던 향수가
오롯이 떠오르는 시간이 되기도 했던 제주
요즘은 한 움큼 봄향을 담을 소박한 빛깔로 5월을 맞이할 것에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달이 백개가 떠있다는 이야기가 있는
노을이 깔린 바닷가엔 한 척 두척
밤이 깊어 갈수록 은갈치 잡이 배들이 모여
환한 불빛은 보석같이 반짝거렸던 다양한 소리는
건강한 삶에 활력소가 되었을 것 같다
낚시 바늘에 걸리는 상처 없는 매끄러운 은빛이 나는 은갈치
그물망에 잡혀 비늘이 벗겨져 몸이 거뭇해지는 먹갈치
먹방 아저씨에 짤막한 토막말까지 줏어담는다
평생 배우며 살라고 하시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
어르신들 말 한마디도 버릴 것 없는 진리다
귀 기울여 듣는 법도 배우고 일석이조로 즐거운 식사 시간이다
주어진 시간에
주변 사람들과 좋은 만남으로
자신의 가치를 알아가고자 지금도 스스럼없이
글방에 앉아 혼자 엮어가는 글 속에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야 할 소유에
고민도 해보는 시간이 소중하기도 하다
글과 웃음으로
세상을 변화를 줄 수 있다면
꿈을 꾸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며
고마움을 싣고 여행지를 다녔던 4박 5일에
여정을 마치고 서울행 아시아나 비행기
20킬로 귤과 함께 탑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