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졸업식을 가다…

교민뉴스


 

초등학교 졸업식을 가다…

일요시사 0 777 0 0

나의 초등학교 졸업식은 1973년 2월이었다.졸업식은 항상 운동장에서 했고 모든 의식이 그랬듯이 애국가,교장 선생님 축사,재학생의 송사와 졸업생의 답사와 함께 마지막으로 졸업식 노래가 불리워졌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며

우리들은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이렇게 재학생들이 졸업식 노래 1절을 부르고 나면,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우리나라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그러면 이번에 졸업하는 6학년들이 2절을 부른다.그러면 첫 소절부터 졸업하는 6학년 사이에선 울음이 나온다. 1973년 2월의 나도 울었을 것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3절에 들어가면 학교 전체가 울면서 노래를 한다.이를 보고 선생님들도 눈시울을 붉힌다.내기 졸업하던 73년에도 대한민국은 근대화 과정을 겪고 있었고 다들 교과서를 물려받아서 학교를 다녔었다.가사의 꽃다발을 선사한다로 인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졸업식이란 졸업식에는 꽃다발이 난무한다.동요 작사자로 유명한 윤석중에 의해서1946년에 만들어진 이 졸업식 노래는 꽤나 오랫동안 우리들의 심금을 울렸었다.요새는 졸업식 노래가 바뀌었다고 한다.


잠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손녀가 졸업하는 학교로 들어섰다.요샌 한국에도 졸업식을 강당에서 하겠지만 이곳도 학교의 강당인지 체육관인지 아님 겸해서도 사용할 것 같은 School Hall에서 졸업생들은 단상 옆의 의자에 앉아있고 재학생들은 바닥에 앉아서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첫 순서는 뉴질랜드 국가 제창.

이제는 이곳도 내 나라가 되어 그런지 국가를 부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그리고 졸업식이 종업식도 겸하고 있는지라 저학년 아이들의 상장 수여식도 있었다.이름이 불리워지면 바닥에 앉아 있다가 쪼르르 나가서 담인 선생님이랑 악수도 하고 자랑스럽게 상장을 들고 기념촬영 후 다시 단상에 올라가서 상장을 가슴에 안고 포즈를 취하면 다시 박수를 친다.이거 이름이 불리워질 때 박수, 나가서 상장 받을 때 박수 그리고 단상에서 포즈 취할 때 박수,이렇게 한사람당 3번을 치다 보니 박수소리가 끊어지질 않는다.


이어서 뉴질랜드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그것,Haka 공연이 시작되었다.졸업생 중에서 덩치 큰 백인 아이 하나와 마오리 여자 애가 나와서 구령을 선창하면서 인도를 하고 졸업하는 6학년 애들이 모두 나와서 의식을 시작한다.우렁찬 올블랙의 하카를 듣다가 변성기도 지나지 않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색다른 느낌이 든다.이젠 하도 봐서 좀 식상하기도 하지만 이걸 볼 때마다 뉴질랜드는 마오리의 땅이구나…를 생각하게 만든다.그리고 전투적인 하카 의식과 더불어 오늘이 졸업식인 만큼 스코틀랜드 민요인 ‘Auld Lang Syne’ (한국명:석별의 정)도 불리워졌다.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아이들에게는 이 노래의 의미를 가르쳐주진 않았다고…한국 같으면 당연히 가르쳐주었을 텐데 말이다.


다음으로5-6학년 아이들 중에 학교 교육관에일치한 학생들에게 주는 상장 수여식이 마찬가지 3번의 박수속에 치러지고 이윽고 졸업하는 6학년 아이들 중에서 문학상,수학상,스포츠걸 상,말 잘하기 상,Toki 상,스포츠 보이 상,그리고 지역 국회의원이 나와서 상을 주는 커뮤니티 상,아마도 유학생들 중에서 주는 ESOL 상, Haka 상,환경보전을 잘한 아이에게 주는 상,로터리 클럽 회장이 주는 상,그리고 학년들끼리 묶어둔 하우스 쉴드 상,시티즌쉽커미트먼트 상이 있었다.

이건 트로피까지 수여가 되니 아이들이 더 큰 자부심을 느낄 만하였다.


- 참고1: Toki 는 용기와 강인함을 상징하는 마오리의 조각 도구임.

- 참고 2: Citizenship Commitment상은 마지막 상인 만큼 타의 모범이 되는 최고의 상으로 보여 짐.


특이한 건 한국과 다르게 후보자들을 호명해서 자리에서 세워놓고 마지막에 수상자를 지명해서 긴장감이 들었다.또 사전에 너는 무슨 상을 받는다…뭐 이런 통보는 없었다고 하니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졸업하는 아이들이 3 클라스인데 그래 받자 한 반이 10명 조금 더되니 후보자들 중에는 상을 2개이상 받는 애들도 있고 또 어떤 애들은 계속 호명만 되고 받질 못했는데 사람들 마음이 다 인지상정이라 후보자로 일어서기만 하다가 하나라도 나중에 받게 되면 더 큰 박수가 나왔다.


우리 손녀가 시상식 첫번째로 문학상을 받게 되어 우리집 식구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이 눔이 그렇게 책읽기를 좋아하더니 글을 잘 쓰는구나…마음 속으로 할아버지를 닮았구나(?) 음…그럼 그렇지 그러면서 슬그머니 웃었다.이 날 우리 가족만 꽃을 사가지고 와서 좀 쑥스럽기도 했지만 졸업식 후 손녀의 말에 의하면 자기 반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워했다는 소리를 듣고 우리 가족이 초등학교 졸업식의 새 지평을 열었구나 그랬다.여러분들도 앞으로 집안 졸업식마다 꽃을 사가지고 가시라.하하…


그리고나서 졸업하는 6학년 아이들의 마지막 Farewell Song 이 있었다.아주 어린 저학년 아이들은 졸업식 중간에 교실로 다 들어가서 남은 저학년 아이들은 Year 4와 5 였는데 특이한 건단상 플로어에 6학년 졸업생들이 서면서 처음 앉아있던 6학년 자리에는 바닥에 있던4, 5 학년 아이들이 가서 다 함께 노래를 하더라.그리고 이 장면이 얼마나 훈훈하던지…한국도 요새는 졸업식이 축제의 장이라고 들었는데 여기 뉴질랜드는 정말 그랬다.노래마저 그룹 Queen 의 흥겹고 행복한 노래, ‘Don’t Stop Me Now’…


4-5 학년 아이들 중에는 친구들끼리 춤을 추면서 노래하는 애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는 딱 봐도 아…한국 애들이구나 싶은 여학생들이 가장 흥겹게 춤을 추면서 노래를 하고 있었다.이것이 한국의 힘, 지금 전세계에 한국의 문화가 넘쳐나고 있지 않은가!우리 때 가슴 먹먹하게 울면서 노래하고 울면서 떠나보내던 시대에서 저렇게 웃고 떠들고 발랄하고 상큼한 졸업식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러지 못했던 나의 시절 때문에 가슴이 조금 아려 왔다.나는 생각한다.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다고…두가지를 모두 경험한 우리는, 나는 황금세대다.아이고 하하…


정말 마지막으로 6학년 졸업생 하나하나를 단상으로 나오게 해서 졸업장이 있는 봉투를 주는데 화면에 그들의 뜻깊은 사진들을 띄워 주었다.우리 손녀도 아주 어릴 적 모습이랑 최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나왔는데 옆에 앉아 있던 집사람은 그걸 보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우리는 또 박수를 3번씩 치고…그 졸업장 봉투속에는 4, 5 학년 아이들이 적은 인사말과 졸업하는 자기반 친구들이 적은 소감 같은 게 들어있었다고 한다.


이윽고 졸업식이 끝났다.마침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는데 학교에서는 교정에서 부모님들과 학생들 그리고 친구들이 같이 사진 찍는 시간을 주었고 그것이 끝나고는 학교에서 제공한 런치 쉐어로간단한 핑거푸드의 시간이 있었다.옥에 티라면 우리 부부는 시간 관계로인해 사진 촬영 후 귀가했다는 거…가만 있어라 우리 둘째 손주가 언제 졸업하는 겨…그때는 핑거푸드 먹을 수 있는게지?



<오클랜드 권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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