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년 전으로 가는 여행 -교민 권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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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년 전으로 가는 여행 -교민 권정철

일요시사 0 80 0 0

다들 알다시피 어디를 가나 비슷비슷한 뉴질랜드지만 한동안 여행이란 걸 못하고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이번 여행은 나에게 다소의 설레임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행이란 게일정을 짜고 부킹을 하고 가고자 하는 동네에 대해서 공부도 하면서 시작이 되는 법, 주관자가 아니라 그냥 따라만 간다고 해도 여행가는 동네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데 내가 주관을 한다고 하면 더욱 그러한 것이다.


우리 부부와 함께하는 동행자는 이곳을 1년에 한 번씩은 방문하시는 퇴직한 선생님 부부이다. 이 분들과 어디를 가야 하나?…고민하다가 예전에 점 찍어둔 Tirau 라는 동네로 가기로 했다. 로토루아를 다녀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해밀턴 쪽에서 로토루아를 가다 보면 도착 1시간 전쯤 해서 나타나는 함석으로 만들어진 큰 양과 큰 개가 있는 동네를…이곳이 Tirau 인데 나름대로 고풍스러운 Okonoire 라는 호텔이 하나 있다. 몇몇 유튜버 분들이 소개를 했고 또 홍길동 여행사, 사장님의 여행기로도 설명이 잘되어 있어서 선정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남들이 다녀온 이야기를 참고로 해서 가게 되면 훨씬 긴장감도 덜하고 어느정도 여유로운 여행을 하게 된다.


1박2일의 여행인데 갈 때는Hamilton쪽으로 그리고 올 때는Matamata 쪽으로 오기로 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Hamilton Gardens을 여유 있게 구경하고 Tirau 에 도착하면 다른 것 없이 바로 숙소로 가면 되기 때문이다. 아침에 오클을 출발해서 해밀턴 가든에 도착한 시간이 얼추 점심 무렵이 되어서 가든에 있는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시니어 할머니들 말고는 손님이 없다.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 감자웨지등 입맛대로 주문을 했다. 감자웨지는 술집에서 안주로 많이 팔린다고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해밀턴 가든은 우리가 갔을 때는 무료입장이었는데 올해 9월 18일부터 유료입장으로 바뀌었다. 한번 들어가는 데만 20불이 되었고 39불에 MYGardens Passes 라는 것을 만들면 1년간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이 패스는 해밀턴 시민들은 무료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집값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고 모든 관광지의 입장료도 올랐다. 모든 것이 Up, Up, Up 되었고 시간당 최저 임금도 23.15불로 올랐지만 우리네 서민들의 마음은 Up 되지 못하고 오히려 Down 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으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가든엔 공사가 한창이었다. 입장료를 받으니 창구부터 확장이 되어야 할 것이고 아마도 추가적안 다른 공사도 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 해밀턴 가든을 그냥 획 하고 둘러볼 수도 있지만 가든에 마음이 꽂힌 사람에게는 하루 종일도 즐길 수 있으리라…우리는 목표로 한 Tirau 에서 오늘 특별히 들러야 할 곳이 없어서 여기서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가 있었다. 아마도 꽃이 활짝 피는 봄철이나 여름에 이곳에 오게 되면 더욱 제격이겠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여행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거기에 따른 행복감과 만족감을 준다. 덧붙여서 맛있는 음식과 쇼핑까지 겸하면 우리 모두는 마음의 부자가 된다.


전에도 이곳에 몇 번 왔지만 마오리 가든이 있었다는 기억은 나지 않는데 이번에 보니 새롭게 Te Parapara Garden 이란 이름으로 조성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원래 있는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의 꽃 위주의 가든과는 다르게 마오리 회당인 Marae 를 중심으로 그들이 추운 기후에서 쿠마라고구마와 기타 열대 작물을 어떻게 재배하고 보관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마치 공부하는 실습장에 온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 해밀턴 가든이 예전에 비해 많이 확장되어 있었고 여기 저기 볼거리가 많았다. Surrealist Garden (초현실주의 가든) 이란 곳에서는 마치 우리가 해리 포터의 영화 속의 꿈의 세계에 온듯한 착각을 주기에 충분했다. 거대한 도구, 움직이는 나무, 이상한 모양의 독특한 여러가지로 아이들에게 아주 흥미 있는 곳이었다. 그리하여 주말이나 방학철에 부모님들이 자라나는 아이들과 함께 꼭 한 번 방문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정원이었다.


슬금슬금 비가 오는 가운데 우리는 티라우로 출발했다. 티라우의 인포메이션 센터가 Big Dog 모양으로 된 함석 건물안에 있었다. 거기서 나무로 만든 마오리 문양의 접시를 하나 샀다. 이곳의 구조가 어느정도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되어 있어서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바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카운터에 앉아있는 마오리 아주머니께 자동차를 여기 파킹 했는데 다른 가게 좀 다니고 와도 되느냐고 했더니 흔쾌히 오케이를 한다. 우리는 이번에는 바로 앞의 Big Sheep 함석 집으로 갔다. 거기서 손녀에게 줄 티셔츠를 하나 사고 이래저래 구경하다가 깜짝 놀란 것이 있었다. 그 흔한 마누카 꿀이 100불도 아니고 1,000불 2,000불짜리가 있는 것이었다.


종업원의 말로는 이건 꿀이 아니고 약이라고…저걸 먹으면 불로장수라도 하는 걸까?...그러고 보니 꿀이 아니더래도 비싼 상품들이 더러 보였다. 아마도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다 보니까 그쪽 부자들을 겨냥해서 전시해 놓은 것인가 보다. 우리는 쇼핑을 마치고 바로 숙소로 향했다. 이쯤해서 비도 그치고 약 5-10분정도 티라우 타운을 벗어나 시골길을 달리니 Okonoire Hot Springs Hotel 이라는 팻말과 함께 오래된 흰색 목조 건물이 나타났다. 


주차장은 맨땅이다. 시골 호텔인 만큼 현대적이진 않지만 많은 이용객들이 뉴질랜드에서도 오래된 135년 전통의 클래식 호텔이란 이미지를 보고 오는 곳이다. 때문에 여기선 구식일수록 더 진가가 있는 법. 체크인을 하러 가니 사무실에 두사람이나 있었지만 아무도 눈길을 안 주길래 선반에 있는 작은 종을 흔들었더니 그제서야 몸을 일으킨다. 이 양반이 매니저인가 보다. 이름은 Derek, 방을 배정받으면서 와이파이 비번을 물어보니 오피스 앞에서만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여기 오면 스마트폰 없이 생활해야 한다고 면박을 준다. 이런 매니저는 처음이네…다들 공손하게 보일려하고 손님 기분을 맞춰 줄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사람도 있구나. 물론 농담이겠지만 아마도 매니저 짠밥이 많은, 아주 노련한 그런 사람…나는 그 말을 믿었는데 집사람은 인터넷이 오피스 앞에서만 된다는 것도 조크라고 그런다. 아이고…


귀신 나올 거 같은 고풍스러운 복도를 지나 제일 끝에 위치한 두 방이 우리 일행들의 방이다. 방은 큼지막 했다. 먼지 쌓인 창을 열어보니 차가 달리는 도로와 건너편의 9홀 골프장이 보였다. 저것도 호텔 소유라고 나와있던데 원래는 오랜만에 라운딩을 계획했지만 교장선생님 무릎이 좋지 않아서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그렇게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옆방의 교장선생님이 창문이 안 잠긴다고 연락이 왔다. 내가 가서 이렇게 저렇게 해도안 되길래 오피스로 가서 매니저한테 얘기했더니 자기가 와서 창문을 잠그면서 한국사람들이지요? 라고 그런다. 아마도 많은 한국사람들이 똑 같은 컴플레인을 했나 보다.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가 있던 방은 화장실 변기 쪽이 물이 새서 항상 흥건한 상황이었다. 아마도 방 바꾸어 달라고 했던 한국인들도 있었으리라. 우리는 재뉴 한국인이니까 그냥 지나갔지만…하하 


조금 일찍 저녁 식사를 했다. 티라우 타운에 갈 수도 있지만 시골호텔의 식사가 어떤가 궁금하기도 하고 호텔을 다룬 글이나 이곳에 묵었던 유튜버 들이 나름대로 좋은 평을 해서 우리도 여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인디안 들이었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음식은 좀 짜다는 느낌이었지만 가성비로 봐서는 훌륭했다. 에피타이저로 토마토와 마늘 소스가 들어간 Green Lip Mussels 을 하나 주문해서 나누어 먹었는데 맛이 훌륭했다. 메인으로는 다들 스테이크 위주로 주문을 했고 나는 양고기 Leg Shank 로 그리고 다른 분들은 소고기 Sirloin 스테이크, 그리고 새우가 들어간 홍합요리를 주문한 분도 있었다.


식사후에 이 호텔이 내세우는 남다른 특별 코스인 핫스프링스로 갔다. 우리도 이게 없었다면 아마도 오지 않았으리라. 온천은 주차장 쪽의 오래된 나무 사이로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우리는 호텔 룸에서 수영복을 이미 입고 그 위에 호텔측에서 방마다 구비해 둔 큰 타올을 걸치고 캄캄한 밤에 온천으로 내려갔다. 5분정도 걸었을까? 대나무문으로 이루어진 온천에 다다랐고 호텔키를 대면 문이 열리게 되어있었다. 우리가 갈 때 마지막 한사람이 온천을 마치고 올라가서 그곳 온천탕 3개가 전부 우리 차지가 되었다. 온천의 구조는 제일위의 탕에 물이 차게 되면 그 물이 넘치면서 차례차례 아래쪽 탕이 채워지는 구조였는데 아무래도 제일 위에 위치한 곳이 크기는 작지만 물은 가장 뜨거웠다.


소개에 의하면 이 온천은 투숙객에게는 무료이며 (매니저 아저씨가 이야기했다. 수십번을다녀도 괜찮다고…하하) 물의 온도는 섭씨 37-38도인데 호텔측에서는 온도를 통제하지 않는다, 이것은 휴식을 취하기에 가장 적절한 온도이다, 위치가 푸른 숲 사이에 있어 자연속에서 일상으로부터의 몸과 마음의 해방감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등등…캄캄한 밤중에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몸을 담그고 있는 온천탕 위로 실버펀이 마치 우산 같은 형태로 우리를 덮어주고 있고 달빛에 의해서 그 실버펀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 호텔에서의 밤을 보내고 다음 날은 다시 티라우로 나왔다. 호텔에서의 조식은 요리를 주문하면 해준다는데 아침을 그렇게 거하게 먹는 사람들은 없었고 그냥 콘티넨탈 스타일로 다들 먹고 있었다. 왜 식빵과 시리얼, 우유, 머핀, 과일과 내린 커피가 나오는 간단한 아침. 첫 행선지로 Pamela Castle 이라는 곳으로 갔다. 2000 년에 문을 연 이곳은 뉴질랜드 장난감 역사를 보여주는 장난감 전문 박물관이라고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었는데 우리가여기 티라우에서 딱히 가 볼만한 곳이 없어 선정을 했고 골목을 빙빙 돌아 찾아갔지만 바리케이드가 내려져 있었다.


아쉬움에 그냥 돌아갈 수는 없어 차를 세워놓고 들어가 이웃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문을 닫았다고 한다. 남섬 더니든에 가면 Lanark Castle 이라고 뉴질랜드 유일의 성이 있는데 이것 또한 진짜 성이 아니지만 성으로 쳐주는 형편이다. 그런데 여기 Pamela Castle 은 거기에 비하면 헐렁하기가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되어 있었다. 하기야 이 성의 주인이었던 부부 두사람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건축했다고 하니 오죽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Pamela 는 부부 중에 그 안주인의 이름이라고 한다. 나중에 팔려고 내놓았다가정부 건축 규정 위반으로여기 성 자체가 폐쇄가 되었다고 하니 그냥 조금 벌어서 먹고사는 것에 만족했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첫 방문지에서 우리는 입장도 못해보고 두번째 행선지인 티라우 뮤즘으로 향했는데 신기하게도 뮤즘이 티라우 타운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웬걸, 가보니 여기도 Closed 라는 팻말이 도로 가에있지 않은가! 이 무슨 해괴한…여기는 게이트가 있질 않아서 차로 들어가서 한바퀴를 돌고 나왔다. 그냥 농가처럼 되어 있었는데 곧 쓰러져갈 것 같은 옛날 자동차와 함께 녹슨 여러가지 기계류가 정원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웬만한 뉴질랜드 시골 마을에도 뮤즘이 있고 항상 그곳엔 지역의 시니어 노인분들이 자리하고 있으면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그랬는데 이젠 그런 것이 뉴질랜드에서도 아련한 추억으로 되어감을 느꼈다.


남은 곳이 이제 하나, 그것은 이 지역의 유명한 Blue Springs 인데 이건 일찌감치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서 알았지만 그 입구 주차장에서 흘러가는 물이라도 보기로 했던 것이었다. 아주 예전에 나는 이곳을 한번 걸었었다. 왕복 3시간인데 적당히 걷다가 다시 되돌아왔지만 그 아름답고 깨끗한 시냇물을 잊을 수 없다. 우리는 걸어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주차장에 파킹 후 흘러가는 시냇물을 여기도 저기도 가보면서 그리고 사진도 찍으면서 마지막 남았던 방문지를 그나마 찐하게 즐겼다. 이곳이 Closed 가 된 이유로는 안전상의 문제라는데…그리고 곧 다시 개장을 한다고 하니 기대하시라.


우리는 다시 티라우로 돌아왔다. 그리고 잠시 쉴 겸 Cabbage Tree Café 로 들어갔다. 티라우는 이쁜 카페가 많고또 골동품 가게로도 유명하다. 골동품 가게를 가보자는 사람은 없어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카페로 갔는데 마치 한국의 카페에 간 것처럼 분위기가 여타 뉴질랜드 카페와 달랐다. 벽면이 웬통 방문자의 낙서에 심지어 천장, 화장실까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빽빽했다. 또 여행자들이 지나가는 동네가 티라우인만큼 아무도 우리한테 눈길을 주지 않는 편안함이 있었다. 익숙한 얼굴의 동료들과 함께한 여행지에서 진한커피향과 함께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가 있다면 이것만큼 낭만적인 것은 없으리라.


귀로에는근처에 있는Kaimai 산맥으로 가서 그곳의 유명한 Wairere 폭포를 볼려고 했는데 이것 역시 교장선생님의 무릎으로 인해서 다음으로 미루어졌다. 우리는 Matamata 를 경유하는 27번 국도를 이용해서 오클랜드로 향했다. 약 20분을 달려 도착한 마타마타에서 늦은 점심으로스시와 라면을 먹으면서 우리들의 여행은 끝이났다.이번 여행은 이상하게도 계획했던 여러 곳이 문을 닫아서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인생살이가 그리고 세상살이가 아쉬움의 연속이었기에 결코 실패는 아니었다고 자부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읽어 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2024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오클랜드 교민분들 나아가 뉴질랜드 교민분들 다들 파이팅 하시라!



-교민 권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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