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일상톡톡 28; 물은 누가 주나
일요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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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6 14:29
-짹! 짹! 짹~
-푸드덕!
항아리 덮개 모양의 물 쟁반을 남겨놓고 새들이 날아갔다.
대부분 참새였다. 이름 모를 까만 색 새도 몇 마리 섞여 있었다.
비번이라 평일에, 그것도 대낮에 본 신기한 풍경이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를 산책하다 그 집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타샤튜더를 닮은 가든 지기 할머니의 손길에 고개를 끄덕였다.
쟁반만한 하얀 접시 하나와 또 하나의 하늘색 물 쟁반~!!!
물 쟁반 옆 나뭇가지에는 먹다 남은 사과가 달려있었다.
나도 몰래 훈훈해졌다. 나무 판에 못을 박아 사과를 꽂아둔 마음~
새들이 괜히 모여들어 노래를 부르고 놀다 간 게 아니었다.
사과야 그렇다 쳐도 물 쟁반에 찰랑찰랑 물을 담아둘 생각은~
새들의 목마름에 언제 한 번이라도 생각이나 했던가, 없었다.
그러려니 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날들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내가 새가 되었다. 무엇을 먹을까? 어디서 목을 축일까?
햇살 따사로운 타샤튜더 정원에 놀러 갔다 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