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일상톡톡 29; 사이다 옆 고구마

교민뉴스


 

백동흠의 일상톡톡 29; 사이다 옆 고구마

일요시사 0 1034 0 0

‘어라~ 옆에 앉은 할아버지를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하시네~’

걸프하버에서 모처럼 남편 할아버지와 버스에 올라탄 단골 실비아 할머니.

운전석 룸미러로 언뜻 보이는 뒤 좌석 두 분의 모습에 궁금증이 묻어났다.

평소 실비아 할머니는 얼마나 명랑한 분이셨는가. 왜 저러시지. 

할아버지와 버스에 올라 옆에 앉아서 한 마디도 말이 없으셨다.

버스에 혼자 탈 땐, 옆에 앉은 다른 분들에게도 먼저 말을 걸며 버스 안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버스에서 내릴 때면 운전석 돈 통 옆에 밀크 캬라멜 한 알도 살짝 두고 가고. 

그 사탕 안 먹어 본 운전사는 없었다.

 여러모로 배려도 좋은 분. 목소리도 즐거운 톤이라 듣기에도 정이 갔다. 

칠순 중반 나이에도 즐겁게 사시는 모습이 부러웠다. 

일주일에 두 번은 요양병원에 있는 친구 문병을 다니셨다. 

주로 말동무를 해준다고 하셨다. 

 당연히 버스 운전사들 사이에서도 버스 승객 중 가장 인기 있는 분이었다. 

실비아 할머니와 함께 사시는 할아버지는 참 복 많은 분이겠다 생각도 해봤다. 

실비아 할머니를 친구로 둔 분도 좋을 것이고. 일어나 휠체어 탄 할머니를 부축했다. 

노약자석 옆에 고정시키며 할아버지를 보고 싱긋 웃었다. 

할아버지가 운전사 마음을 읽었는지 예의 좋은 얼굴로 손을 흔드셨다. 

운전사가 자신을 관심 있게 본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계셨다.

‘운전사 양반, 우리 이렇게 살아. 할멈은 다른 사람한테는 아주 잘해. 

톡 쏘는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옆에 있는 나한테 고구마처럼 말도 없어.’

‘사이다 옆에 고구마. 할아버지, 저도 같은 과 인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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