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일상톡톡 26; 발들의 외출
일요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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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3 13:04
리타이어먼트 빌리지 버스 정거장이 보였다.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기다리고 있었다.
발 디딘 보도블록 커브에 버스를 가까이 댔다.
버스 앞문을 열었다. 발판 리프트도 내렸다.
갑판 같은 발판에 발 들이 오르기 시작했다.
먼저 성한 두 발이 성큼성큼 올라왔다.
지팡이에 의지해 한 발 한발, 세 발이 들어왔다.
네 바퀴 보행기를 밀면서 여섯 발이 따라왔다.
두발, 세 발, 여섯 발이 바닥을 짚고 자리를 잡았다.
덧없이 달려오는 세월 앞에 발이 하나씩 늘었다.
빈곤, 소외, 상실, 병고 짐들을 끌고 멀리들 왔다.
나오면 불편해도, 바람이라도 쐬어보는 시간이었다.
둘, 셋, 여섯이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며 위로했다.
김형석 교수의 경험담이 뉴질랜드에도 통하면 좋겠다.
100세를 살아보니 60부터 75세까지가 황금기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