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동의 뉴질랜드 낚시; 낚시대회
낚시대를 전혀 만져보지 않고 낚시대회 우승을 한 사람이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낚시도사 이 부장은 회사 낚시 대회에 출전, 우승을 다짐하고 있었다.
"이왕이면 지렁이도 좀 끼워 주셔요." 낚시의 문외한으로 장비도 없이 이 부장 권유로 따라온 최 아무개는 뒤에서 술판만 벌이다가 이 부장의 낚시 모습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이 부장에게 낚시대 한벌을 빌린 것은 물론 미끼까지 끼워 받았다.
"잘 던져졌으니 손대지 말고 기다려보게." 최 아무개는 이 부장이 던져준 낚시대를 한동안 흥미롭게 지켜보다가 당최 소식이 없자 "내 낚시대 좀 봐주셔요" 하는 말을 남기고 다시 술판으로 사라졌다. 옆에서 말을 씹혀 우승은 커녕 오늘 낚시는 영 글렀다고 내심 투덜거리던 차에 참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어느새 최 아무개 앞에 놓였던 낚시대의 찌가 물속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얼떨결에 건져보니 이 부장으로써 평생 잡아보지 못한 월척이었고 그날의 최대어가 되었다.
위의 이야기는 상상력을 동원한 픽션이지만 뉴질랜드에 이와 같은 상황이 실제 있었다. 90년대후반 교회의 낚시대회를 Mangawhai Head에서 가진 적이 있다. 낚시가 끝날 무렵 우승자가 정해 지기 몇분을 남겨놓고 김 아무개는 마도로스 모자에 휴대용 의자에 걸터앉아 멋진 폼을 잡았으나 한 마리 잡지 못한 상태였다. 낚시를 꽤 잘한다고 소문난 유 아무개가 보기 딱하였던지 "어이 김 집사! 낚시대 이리줘 봐" 하고는 미끼를 갈아끼고 멀리 던져 주었다. 커다란 입질이 금새 왔다.
"가만! 고기가 큰 놈이니 함부로 당기면 안돼!" 유 아무개가 낚시대를 여유있게 감아 올리기 시작 했다.
그 날의 1등상은 김 아무개에게 돌아갔다.
물론 한국에서 실시하는 낚시대회는 규정이 매우 까다롭다. 당연히 낚시대를 빌려주거나 미끼를 끼워주거나 잡힌 고기를 꺼내어 주거나 하는 등의 협조행위는 금지 되어 있다. 낚시대회의 비중에 따라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뉴질랜드의 낚시대회는 온 가족 혹은 참여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 목적이니 살벌할수도, 한척도, 해서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