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동의 뉴질랜드 낚시; 사회적 동물
낚시터에서 한국 사람 만나기를 무서워하는 한국 사람이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한국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낚시터에서의 한국 사람은 무섭다. 즐겁고 편한 분위기를 찾기 어렵다. 같은 한국 사람이면 반갑고 부담 없는 인사보다는 만만하게 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옆 사람과 줄이 엉기면 미안한 마음 대신 신경질이 앞선다. 텃세가 심한 편이고 비협조적인 편이고 고기에 탐욕도 부리는 편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따져들면 낚시뿐만은 아니다. 길거리나 사람이나 사람이 모인 장소에 따져들면 낚시뿐만은 아니다. 여간해서 타협이 되지 않고 동업이 되지 않는다. 이곳 현지인 들과 같은 장소에서 낚시를 해 보면 덜 부담스럽고 돌발 상황에 상당히 협조적임을 경험하였을 것이다. 마오리도 백인과 다를 바 없다. 중국 사람은 고기 욕심은 강한 편이나 텃세나 경쟁심은 현저하게 덜하다 필자가 일본에서 낚시터 현장의 일본 낚시꾼에게 지나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지나치게 미안해하고 대화의 내용도 지나치게 겸손하다.
예를 들면,"잘 잡으시는군요, 과연 낚시의 대가이십니다" "뭘요, 소위 걸음치다 개구리 밟은 격이지요" "너무 지나침은 조금 부족함만 못하다"라는 속언이 있지만 고기잡이에 인사불성으로 집착하는, 같은 일행끼리도 경쟁하는 한국 낚시꾼과는 거리로 따질 수 없는 차원이다.
자신의 인격을 돌보지 않고 잡은 고기를 자신은 먹지 않는 사람도 있고, 나눠줘 버리는 사람도 있고, 어디 두었는지도 모르게 팽개쳐 버리는 사람도 있다. 집에서는 희생적인 봉사자로서 훌륭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좋은 이웃으로서, 정치 경제 사회적 식견은 한국 사람을 능가하는 민족은 없다.
왜 그럴까? 정답은 <사회성 결여>이다. 사회성은 예절에 그 기초를 둔다. 우리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어린아이에게 예절보다 기 살리기를 우선했던 부모들의 의도와는 달리 나이를 먹을수록 기는 죽어만 가고 예절과 질서의식이 부족하여 국제무대에서는 별반 대접도 받지 못하는 지경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 초등학교 시절 배운 이 한마디가 그토록 큰 의미가 숨겨져 있음을 70을 넘긴 지금 깨닫게 된 것만으로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새삼 몸서리친다.
전 언론인 유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