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일상톡톡 14; Closing
써니-가게가 closing한대서 한번 들렀는데, 사람들이 많네. 아니, 저기 제니도 와 있잖아. 제니! 물건 좀 골랐어?
제니-응. 써니 어서 와. 한국산 의류 물품 매장이 코로나 여파로 이렇게 문을 닫는다니 아쉽네. 오래 운영한 옷 가게였는데.
제니는 재킷과 바지를 하나씩 건졌다. 써니도 치마와 스카프라를 집어 들었다.
의류 가게를 나와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비 내리는 주중의 한낮은 한산했다. 카푸치노 잔을 입에 댄 제니가 창가를 응시했다. 써니가 롱 블랙 잔에 물을 부었다.
제니-세상이 세월 가며 하나씩 소멸되네. 엊그제, 한국 TV를 틀었더니 <개그콘서트> 프로가 closing 됐다고 나오데. 21년간의 장수 프로였는데.
써니-세상에나. 가끔 위로와 웃음을 주는 엔돌핀 자극제였잖아. 작년에 <콘서트 7080> 프로도 14년 만에 closing 해서 몹시 아쉬웠는데. 시대가 바뀌어 시청률이 떨어졌지. 유튜브를 통한 들을거리와 볼거리가 그 자리를 차지했고. 생성과 소멸이 자리를 바꿔가는 세상이었다. 만남과 이별도, 탄생과 죽음도, 개업과 폐업도, 사랑과 미움도, 여름과 겨울도 변해갔다. 제니가 다시 운을 뗐다.
제니-어머나, 저 밖에 장례 영구차가 지나가네. 까만 리무진에 뒤집어진 V자 흰 리본이 하얀 국화 송이 같네.
써니-사람의 목숨도 closing 되었어. 오늘은 테마가 온통 closing 단어로 도배를 하네.
제니-어라, 우리의 커피잔도 어느새 closing 된 빈 잔이네.
써니-그러네. 조금 전엔 집에서 나왔는데, 얼마 후면 집으로 돌아갈 때야.
써니와 제니가 헤어져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차창에 흐르는 빗물을 브러시가 갈라놓았다. 끊임없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아랑곳없이 빗줄기는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