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스무 해 맞은 재뉴기독실업인회(CBMC) 이현모 회장 인터뷰
“제3의 인생, 실버(Silver) 선교사로 더 멋지게 살 겁니다”
연대동문회·크리스천라이프 등 수많은 단체 세워…연합 중요성 늘 강조
이현모 CBMC 회장. 그는 ‘세우는’ 사람이다. 그가 거쳐 간 곳마다 하나님의 흔적이 드러났다.
‘바람이라 불리는 사나이’, 일명 ‘바불사’.
그는 늘 바람처럼 왔다가, 또 바람처럼 어딘가로 떠난다. 스무 해가 훌쩍 넘는 뉴질랜드의 삶도 그러했다. 그가 가는 곳마다 한인 사회를 위한, 한인 교계를 위한 단체가 세워졌다. 그 덕분에 오클랜드 한인 사회에 사람 사는 맛이 2% 아니 20% 정도는 늘었다고 생각한다.
그를 주축으로 해서 시작한 단체는 ▷재뉴기독실업인회(CBMC) ▷잌투스남성중창단, ▷시온합창단 ▷십대선교회(YFC) ▷사모홀리클럽 ▷크리스천라이프 ▷연세대동문회 ▷코리안가든 ▷오클랜드장로연합회 등. 단언컨대 명예를 탐내거나 나서기를 좋아해 한 일이 아니었다. 한인 사회와 교계의 연합을 위한 모임들이었다.
1953년 7월 27일 교회 종지기 아들로 태어나
재뉴기독실업인회 이현모 회장.
그는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휴전협정일에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전쟁의 포연이 사그라들고 평화의 기운이 피어나기 시작하던 날이었다.
그의 어린 시절의 추억은 교회로 시작해 교회로 끝난다.
“아버님이 시골 교회 사찰 집사로 섬겼어요. 요즘 말로는 관리 집사라고 하지요. 어렸을 때부터 아버님을 대신해 예배당 종을 치거나, 청소를 하는 등 주로 교회 주위에서 지냈지요.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교회 생활 위주로 살았어요.”
그때 이 회장이 자연스럽게 체득한 건 다른 사람을 긍휼히 여기는 삶을 살겠다는 거였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가지 못해요.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그래왔어요. 아마 여러 단체를 세운 것도 그런 마음에서 시작했을 거예요. 같이 어울려 행복하게 살자는 뜻에서요.”
연대 상대 졸업 후 한일합섬에 취직해
이 회장은 1971년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입사한 회사는 한일합섬. 섬유 수출을 주로 하는 회사였다. 그는 회사에 다니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이집트 등 중동에 있는 나라를 숱하게 다녔다. ‘아랍권 수출 전문가’였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한국의 섬유 수출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입지도 줄어들었다. 그는 제2의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나이 마흔. 1994년 4월 7일 아내, 두 딸과 함께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뉴질랜드가 점수제 이민을 도입하자 대한항공 비행기는 한인 이민자로 가득 찼다.
“모세가 마흔이 됐을 때 중대 결정을 내린 것처럼 저 역시 그랬지요. 그 뒤 삶은 하나님이 철저하게 지켜 주셨어요. 지난 삶을 돌아볼 때 딱히 아쉽거나 후회할 일은 없어요. 제 나름대로 봉사하는 삶, 남에게 힘이 되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니까요.”
새 땅 오클랜드에 발을 디딘 지 3년 뒤인 1997년 7월, 그는 재뉴기독실업인회(CBMC)를 창립했다. CBMC는 ‘비즈니스(직장과 사업장)에 그리스도를 모시자’라는 신조로 설립된 국제적인 기독교 평신도 단체다.
이 단체는 해외 지부로 미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뉴질랜드에 설립 인가를 해주었다. 산파는 이현모 회장이었다.(초대 회장은 유시몬 장로. 이 회장은 1~4대까지 총무로 일했고, 현재 5대 회장을 맡고 있다.)
교계 신문 ‘크리스천라이프’ 창간이 큰 보람
CBMC는 그 뒤 스무 해를 한결같이 하나님 나라를 넓히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힘을 보탰다. 십대선교회와 코리안가든이 대표적인 단체다.
십대선교회(YFC, Youth for Christ)는 유학생 전도를 목표로 2003년에 설립됐다. 이 회장이 자기 돈을 들여 전담 목회자를 한국에서 모셔왔다. 그 뒤 물질적 정신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쉽게도 몇 해 전 문을 닫았지만, 십대선교회가 오클랜드에서 대표적인 청소년 선교단체로 활동해 왔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코리안가든은 사소한(?) 봉사 활동을 계기로 큰 열매까지 맛보게 한 단체다. CBMC 창립 후 회원들은 뉴질랜드 사회에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공원 청소였다. 이 사실이 현지 사회에 전해져 노스쇼어시(市)는 한인 사회에 공원 부지를 내줬다. 아직 ‘진행형’이긴 하지만 한국의 멋을 현지 사회에 널리 알릴 날이 곧 오게 될 것으로 믿는다. 회원들은 지금도 한 달에 하루 시간을 내 공원 청소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이 열 개에 가까운 단체를 만들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뜻깊게 생각하는 단체는 어딜까?
“크리스천라이프지요. 2006년 1월 초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 연합을 이뤄보자는 뜻에서 창간했어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10년 넘게 이어져 와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크리스천라이프는 2주에 한 번 발행되고 있다.<2017년 11월 5일 현재 322호 발행>
지역신문 ‘노스쇼어 타임즈’에 소개된 코리안가든 관련 기사.
열 번째 작품, ‘실버선교회’ 내년 초 설립
이 회장은 곧 65세가 된다. ‘타이어를 다시 바꿔 껴야 하는’(Re Tyre) 나이다. 남들 같으면 “이제 좀 조용히 살겠다”며 서서히 삶의 후반부를 준비해야 하는 무렵이다.
그런데도 이 회장은 새 단체를 만들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다.
“내년에 ‘실버선교회’를 조직할 거예요. 다른 말로는 시니어선교회라고도 하죠. 65세가 넘은 분들을 중심으로 노년의 삶을 하나님과 지역 사회를 위해 쓰겠다는 뜻이죠. 인근 섬나라나 동남아시아의 어려운 나라를 대상으로 하려고 해요.”
실버선교회는 은퇴자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개인이 갖고 있는 다섯 달란트짜리 재능을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겠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영어 같은 언어, 건축 같은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나아가 금전적인 지원까지 해 나가겠다는 마음도 품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받는 노인 연금의 일정액을 선교와 구제에 쓰겠다는 얘기다.
이 회장이 구상하는 열 번째 작품, 실버선교회는 내년 초 오클랜드장로연합회(회장: 현석호 장로)가 주축이 되어 설립할 예정이다.
사회봉사·정치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오클랜드에서 사반세기에 가깝게 교회 연합과 한인 봉사에 힘써온 이 회장은 한인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뉴질랜드가 너무 고맙죠. 깨끗한 자연환경에다 뛰어난 복지 제도, 그리고 훌륭한 인권 체계까지 갖추고 있으니까요. 한인들이 시간을 내 뉴질랜드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탰으면 좋겠어요. 각종 봉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정치에도 관심을 갖고요.”
이 회장은 버켄헤드 같은 집에서 16년째 살고 있다. 남들은 더 좋은 차를 사고, 더 멋진 집을 찾아다닐 때 그는 한인 교계와 한인 사회가 더 아름답게 빛나기를 꿈꾸며 지냈다. 감리교의 창시자, 요한 웨슬리 목사의 가르침대로(이 회장은 현재 오클랜드감리교회의 장로로 시무하고 있다) 그는 수입이 늘어도 매월 생활비는 비슷한 액수만큼만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은 돈은 교회와 지역 사회를 섬기는 일에 보태야 하며, 그렇게 사는 게 하나님이 바라는 기독교인의 삶이라는 확신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라고 다짐한다.
이 회장에게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구약성경 전도서 4장 12절을 읽어주었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짐작대로 교회 연합을 강조한 말씀이었다.
한 주에 한 번 암 환자 병원 방문 도와줘
“저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마음이 안타까워요. 한국에서부터 그래왔어요. 천 원짜리 한 장, 혹은 백 달러라도 손에 쥐여줘야 마음이 편해요. 아마 어렸을 때부터 힘들게 살아 그랬을 거예요. 앞으로도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하나님과 사람 앞에 부끄러움이 없는 삶으로요.”
이 회장은 그동안 은행 융자를 내 적지 않은 돈을 교계와 한인 사회를 위해 내놨다. 그 밖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시간까지 합친다면 그가 쏟은 정성은 하늘나라에 충분히 이를 것으로 믿는다.
뉴질랜드에 사는 많은 사람이 65세가 되면 은퇴를 한다. 좀 더 안락하고 즐거운 삶을 추구한다. 하지만 곧 65세가 될 이 회장은 좀 더 뜻깊고, 남도 행복할 삶을 만들 것을 꿈꾼다. 제2의, 아니 제3의 삶을 그렇게 빛내고 싶어 한다.
“요즘 한 주에 한 번 암 환자를 병원에 데려다주는 봉사를 하고 있어요. 그걸로는 부족해 뭔가 또 다른 걸 찾고 있는데 혹시 좋은 데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바람 같은 사나이, 이현모 회장.
그가 몰고 다니는 바람은 분명 세상의 먼지를 쓸어내는 미풍(美風)이라 믿는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면서 세상을 밝게 하는 그를 보며, 내 인생의 앞날도 그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글_프리랜서 박성기
사진_레이휴 스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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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사업장에 그리스도를 모시자”
창립 초기 국제 CBMC 회장 부부가 방문해 재뉴 기독실업인회 임원들과 함께 찍었다.
“비즈니스(직장과 사업장)에 그리스도를 모시자.”(Connecting Business and Market Places to Christ)
CBMC는 세계 대공황이 시작되었던 1930년 미국 시카고에서 설립된 평신도 중심의 국제적인 초교파 선교단체다. 전 세계 94개 나라에 조직되어 있으며, 국제 본부는 미국에 있다.
한국CBMC는 1952년 시작돼 현재 40개 나라(국내 288개 지회, 해외 153개 지회)에 441개 지부를 두고 있으며, 7천5백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 CBMC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