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9회 재외동포문학상 대상 작품

교민뉴스


 

2017년 19회 재외동포문학상 대상 작품 <수필 부문>

일요시사 0 839 0 0

~~!


뉴질랜드 백동흠

 

점심 때를 맞아 아시안 푸드코트에 생기가 넘쳐난다. 택시 운전하다 출출하던 차에 발길 향한 곳, 음식 충전소다. 직장인들이 음식을 먹으며 웅성대는 얘기 소리로 정겨운 분위기다.

“땡큐우~, 육개장 플리즈!

Koreants 음식점에서 여종업원이 외친다. 당차게 울려 퍼지는 우리 한국말 메뉴 음식 이름에 건장한 체구의 사모안 젊은이가 벌떡 일어난다. 배식구로 가서 주문했던 육개장 쟁반을 받아들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지켜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영어로 풀어 쓰지 않고, 고유어로 외쳐도 단골들은 용케 알아듣고 찾아다 먹는다.

“땡큐우~, 포오크 바비큐 플리즈!” 하니 돼지 불고기 시킨 마오리 아줌마가 일어서서 나간다. “땡큐우~, 순두부 플리즈!” 하자 순두부를 주문한 중국사람이 일어선다. 우리 음식 맛과 외국 요리 향이 어우러지는 식당가 분위기가 전통시장처럼 들썩인다. 푸짐한 양의 음식도 먹고 여러 생활 정보도 나누는 고국의 기사 식당 같다.

한국 타이 중국 키위 말레이시아 대만 일본 음식점들이 함께 모여있는 아시안 푸드코트여서 음식도 다양했다. 옆좌석을 보니 훤칠한 모습을 한 젊은 키위가 땀을 흘려가며 돌솥비빔밥을 비벼서 들고 있다. 참 신기하다. 육개장이 어떤 맛인지, 순두부가 왜 좋은지, 비빔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까. 단골 음식을 하나씩 골라서 저마다 좋다고 사 먹는 다민족 사람들의 모습에서 어떤 동료의식 같은 걸 느낀다.

 

“힐튼 호텔 플리이즈!

웬 아가씨가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다가와 택시 옆 좌석에 턱 하니 앉는다. 얼굴이 새까맣다. 목적지를 말하는 입안에서 치아가 하얗게 빛난다. ‘웬 흑인 아가씨?’ 오랜만에 흑인 손님을 태운 날이다. 어딘지 모르게 관록이 느껴진다. 펜로즈 비즈니스 파크에서 시내 힐튼 호텔까지 교통 사정도 좋다. 명랑 쾌활한 손님 덕에 운전하는 이도 덩달아 즐거운 마음이다.

“한~~~~~?

서툴게 우리말로 묻는다. ‘아니, 우리말을 어떻게 저렇게 알지?’ 호기심이 솟아오른다. 비즈니스 출장으로 서울·부산·광주에도 다녀왔단다. 어쩐지 관록이 느껴지더라니. 클린턴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맡았던 그 흑인 여성을 닮았다. 우리말로 묻는 말에 잘한다고 맞장구를 쳐주자 한껏 기분이 좋아진 듯 환하게 웃는다. 자신이 아는 한국어를 뽐낼 때라고 느꼈는지 서툴게나마 섞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흥미 있게 들어주고 장단 맞춰 주다 보니 차 안 분위기가 훈훈하다.

우리 고국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비즈니스 강국으로 역할을 하니 더불어 좋은 것도 많다. 남들이 친정집 이야기를 좋게 하면 시집온 사람도 듣기 좋아하듯, 외국 사람이 우리 고국에 대해 좋은 추억을 말하니 듣기가 퍽 좋다. 인종을 뛰어넘어 서로 어울려 교류하며 하나가 되어가는 만남의 시간, 참 좋은 세상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서로 맞장구치며 이야기하다 보니 시내 바닷가 호텔 앞이다. 흑인 여성 국무장관(?)이 택시 미터 요금을 묻는다. 전라도 사투리 말투에 난 그만 기절초풍하고 만다.

“월~~?

 

지난달에 여대생을 태웠을 때도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이야기하다 보니 고국에 대해 많이 알고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경북 영주에서 1년간 영어 원어민 교사로 근무한 학생이었다. 대학을 휴학하고 바로 체험한 사회생활이어서 좋은 추억이 됐단다. 한국 음식에 대해 아는 게 많았다. 김치 불고기 비빔밥 국수 소주 삼겹살 상추 부침개까지….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 음식이 뭐냐고 물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했다.

“깬~~!

?

‘깬~~프 가 뭐야?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자,

“상추 말고 깬~~!

! 졌다. 어떻게 이런 걸 다 아나? 깻잎씩이나. 삼겹살에 상추보다 깬--프가 최고란다. 세상에, 고소하고 톡 쏘는 깻잎 맛도 알다니… . 상상도 못 한 일이다. 한국에서 어디가 좋았나 물었더니 시골 산골이란다. 젊은 나이에 의외의 취향이다. 제일 싫은 곳은 서울이라고. 다른 이들은 서울이 대단하다고들 이야기하던데 이것도 예외다. 사람과 차가 너무 많아 어지럽다고 말하는 데야 할 말이 없다.

천상 뉴질랜드 표 아가씨다. 불편해도 자연스러운 게 좋지, 편리하고 답답한 도시는 아니란다. 이제 이십 대 초반인데도 세상을 대하는 성향이 개성 있고 뚜렷하다. 산간지역 절을 다녀온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템플 스테이 추억이 잊히지 않는 감동이었다고. 동양철학에 매료된 아가씨였다. 여유로운 옛날 건축양식도 좋고 주변 산세가 참 조화로웠다고 소감을 이야기하였다. 자연에서 느끼는 평화로운 감정은 누구에게나 좋은 것 같다. 여대생의 이야기를 듣던 내가 오히려 고국 산사 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두루두루 돌아다니는 것보다 이제는 좁지만, 깊이가 있는 문화 체험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가끔 한 마디라도 우리말을 하는 손님을 태울 때면 그렇게 친근할 수가 없다. 남미에서 왔다는 젊은이들을 쇼핑몰에서 태웠을 때 경험도 특이했다. 그들이 이곳에 유학을 와서 한국 유학생과 기숙사를 함께 썼다고 했다. 그 영향으로 한국어를 꽤 익혀서인지 기본적인 말은 곧 잘했다. 아들 또래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자식 둔 아버지의 마음에 잘해주고 싶어 꽤 신경을 써줬다. 처음에는 잘한다고 칭찬해주다가 나중에는 까무러치게 놀랐다. XX! 같은 비속어나 욕을 서슴없이 해댔다. 큰일이었다. 그런 말을 쉽게 알려준 한국 젊은이를 찾아 야단칠 수도 없고 참 난처했다. 나쁜 말인 줄도 모르고 불쑥 내지르는 외국 젊은이들을 나무라기도 뭐했다. 그런 말은 F-word(fuck을 대신해서 쓰는 욕설)이니 사용하면 안 좋다고 타일러주었다. 쑥스러웠던지 눈을 말똥거리며 모호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쇼핑한 물품과 상자를 기숙사에 내려주자, 나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한다고 했다. 그 말이 친구에게나 하는 반말인지도 모르고 천연덕스럽게 내뱉으며 손을 흔들었다.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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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


진심이면 다 통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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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panic! It’s organic!”

세상사 허둥대지 마, 진심이면 다 통하는 세상이야. 뉴질랜드에서 영어 가정교사로 만난 마아가레트 할머니(90) 말씀이 귓전에 맴돈다.

 

 오랜 시간, 이민 택시를 달렸다. 족히 백만 킬로미터쯤, 지구 스물다섯 바퀴쯤 거리다. 세상의 숱한 사람을 태우면서 별별일들을 보며 깊이 느꼈다. 인생도 세월도 함께 실어 날랐다.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으로 읽혔다.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 이야기를 구슬에 꿰었다. 정성이 담긴 것을 고국에 보냈다. 아무런 기별이 없었다. 나만의 짝사랑으로 그치나 연민에 빠졌다. 드디어 기쁜 소식이 이메일로 날아왔다. 4년 만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겸허히 수상의 기쁨을 새긴다. 재외동포문학상 심사위원님들께서 부족한 글을 뽑아주셔서 다시금 일어선다. 더 배우고 익히며 깊어지고 싶다.

 

 해외 변방에서 세월이 갈수록 우리말 우리글이 시골 고향처럼 그립고 그립다. 자신이 좋아하는 큰 일 하나를 하기 위해서, 마음에 선뜻 내키지 않은 작은 일 열 가지를 감내하는 것이 이민생활이려니. 행복한 인생, 멀리 있는 한방 성공이 아니다.

 생활 주변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삶, 나이 들수록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점점 더 나를 좋아하는 것이 행복이다. 이번 주말에는 아내 소띠 모임, 부부들과 함께 저녁을 먹어야겠다. 삼겹살 상추쌈에 깬~니~프! 를 얹어서 볼이 터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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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수필 응모작들은 예년보다 수이 높다는 것이 위원들의 의이었다. 이역에서 살아가면서 나름으로 든든한 리를 내린 경은 늘 수필 응모작들의 내실하게 하는데, 번엔 그런 성를 기억할 만한 작품들로 분들이 았다. 다른 해 같았으면 을 작품들이 선외가 된 것이 위원들로선 아쉬웠.

대상을 은 백동씨의 <~~>뉴질랜드에서 시를 모는 동포의 글이다. 이 작품은 해학적이다. 위원들은 이 글을 다가 음을 터뜨렸. 해학은 우리 문학에서 드물고 수필 분에선 더욱 드문 특이다. 평범한 일상사들에서 음을 아내는 작가의 도와 력이 자기만의 포트을 성관에 안착하도록 했. 해학이 넘치는 글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수필 부문 심사 위원: 복거일, 김형경, 이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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