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上 海 (2)
Julia Yoon (09 489 5480 )
Travel Expert / Flight Centre Milford
은행에 가서 계좌까지 만든 후에 장을 보러 동네 마트에 가서 중국 맥주를 종류별로 잔뜩 샀다. 금색, 초록색, 검은색, 파란색, 빨간색 등등 너무나도 병 색깔이 다양한데다 괜히 내가 최고의 맥주를 가려보고 싶은 이상한 욕심에 무려 20병을 구매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상해에 있는 두달 내내 마실만큼 충분한 양이였다. 나의 의미 없는 도전의 후기를 남기자면, 기억에 남는 브랜드는 雪花 (Xuehua – 쓔에화라고 읽는데, 눈꽃이라는 뜻이다. 이름마저 너무 예쁜 맥주가 아닐 수 없다.), 青岛 (Tsing Tao- 우리가 흔히 아는 칭다오 맥주이다. 오리지널은 영원하다.), 哈尔滨 (Harbin- 매우 추운 도시로 알려진 하얼빈이다.) 정도인데, 쓔에화 맥주는 맛이 순해서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많은 맥주라고 들었고, 하얼빈은 끝맛이 좀 씁쓸하며 맛이 날카로웠다. 하지만 역시나 나의 선택은 칭다오 맥주였다. 다른 맥주가 그냥 커피라면 칭다오는 TOP가 아닐까..
둘다 맥주 한잔을 걸치니 또 배가 고파져 인간의 소화 능력에 새삼 감탄했다. 아무래도 상해는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다 보니 한국 음식점 프랜차이즈도 많은데, 그 중 하나가 교촌 치킨이다. 중국에서, 그것도 여행 첫째날에 교촌 치킨만큼 뜬금없는 메뉴 선택도 없지만 뉴질랜드에서는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 나에게는 나름 신나는 경험이었다. 치킨을 배부르게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 보이는 네일샵에 들어가서 뉴질랜드 달러 10불에 무늬까지 넣어서 손톱을 받았는데, 중국을 기념하여 빨간색 바탕에 금색 선이 있는 디자인을 골랐다. 뉴질랜드 네일샵과 조금 다른 점은 헤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뉴질랜드 달러 2불로 쇄골 밑에 심장 박동을 나타내는 선을 새겼는데 한달 정도 간다고 말씀해주셨다. 물론 경험 상 한달 동안 샤워를 하지 않으면 가능한 일 같고,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선명함이 일주일에서 이주일 사이 정도 지속 되었다. 사실 겨울이라 헤나를 뽐낼 기회도 없었지만 색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여행은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새로운 환경과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 사람인지, 그 반응과 호불호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것을 다 하고 나서도 저녁 9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영문을 몰라 우리가 너무 많이 먹은건지 친구와 고민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시차 때문이었다. 친구도 나도 내가 뉴질랜드라는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당일날 도착한 여행객이라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잠을 깨기 위한 노력으로 마라탕을 배달시켜서 먹었는데, 한국에 있는 ‘배달의 민족’ 앱처럼 중국도 배달만을 위한 ’饿了么’ (e le me – 배고파? 라는 뜻이다) 라는 앱으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 기호에 맞게 마라탕에 들어갈 재료를 정할 수 있는데, 그 졸린 와중에도 너무 맛있어서 눈이 감기는데도 국물까지 싹싹 비웠다. 친구는 내가 다 먹은건줄 모르고 국물은 변기에 버린거냐고 물어볼 정도로 만족스러운 야식 한끼였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에겐 상해가 작은 도시라는 인식이 강해서 여행 일정을 길게 짜지 않는 것이 쉽상이지만, 사실 상해는 찾으면 찾을 수록 보석같은 곳이 많은 곳이다.
상해하면 빠질 수 없는 동방명주는 흡사 오클랜드의 스카이 타워 같은 느낌인데, 야경이 숨이 막히도록 반짝인다. 사실 나는 각 여행지에 가면 꼭 높은 타워에 방문해야 하는 집착 아닌 집착이 있는데, 그 병은 상해 동방명주의 야경으로부터 시작되었을 정도로 한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하는, 그 어떤 예술보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입장료는 일인당 160원 (뉴질랜드 $32불)인데, 단체 손님으로 들어가면 140원 (뉴질랜드 $28불)으로 입장이 가능하다. 그대신 입장을 다같이 해야하는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바로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입장 후에는 개인 활동이 가능해서 돈을 아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동방명주는 여행 시작과 마지막, 두번을 방문하는 것, 그리고 낮보다는 밤에 방문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그 이유는 첫번째 방문이 상해에 대한 한눈에 소개받는 시간이라면, 두번째 방문은 특별한 추억들이 새겨진 모든 곳을 하나하나 다시 눈과 마음에 담으며 작별인사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여담은 첫번째 동방명주에 방문했을때 어떤 남자분이 계속 말을 걸면서 밖으로 나가려면 타야하는 엘레베이터 줄까지 따라 섰다.
통쾌하게도 탑승 인원이 그 남자분 앞에서 끊기는 바람에 엘레베이터를 못타게 됐고, 그 분 얼굴 앞에서 엘레베이터의 문이 닫힐때 그렇게 속이 시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국인처럼 보이거나 한국말로 대화를 하고 있으면 종종 다가와 대화를 거는 경우가 흔한데, 정말 친절하시고 순수한 의도이신 분도 있지만 과연 악의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어 여성분들끼리만 다니는 여행은 언제나 조금은 신경쓰며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