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사회, 다음 세대를 잇는다27 Re:connect NZ이송민 NGO 활동가
“오클랜드 남쪽 초등학생 대상 애프터스쿨 추진하고 있어요”
장애인.양로원 음악 봉사도…한인들 재능기부와 경제적 지원 당부
아름다운 사람, 이송민.
인터뷰를 끝내고 차에 오르면서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기서 ‘아름다운’은 마음을 말한다. 외모도, 물론 아름답다. 이 연재물을 위해 많은 젊은이를 만났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뜻깊은 만남이었음을 먼저 밝힌다.
그를 통해 우리가 사는 뉴질랜드가, 이 세상이 더 근사하게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인터뷰 내내 나는 기분이 좋았고, 이를 지면에 옮길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우리 모두 그에게 조금만 힘을 실어준다면, 이 세상 애정의 온도가 2도쯤은 오를 것 같았다.
후배 세 명과 함께 2016년 초 시작해
송민은 NGO 활동가다. 리커넥트(Re:connect)라는 민간 공익 단체의 공동대표다.
“지난해 초 발족했어요. 제 오랜 꿈이 드디어 실현된 거지요. 제가 잘 아는 후배 둘(김인아, 황혜선)과 나중에 합류한 최유진이 공동대표로 섬기고 있어요.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교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요.”
어릴 때부터 꿈이 NGO 활동가였다는 이송민. 그는 1998년 한국에서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니다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을 왔다. 왜 그의 꿈은 간호사나 교사가 아닌 NGO 활동가였을까?
“원래 꿈은 변호사였어요. 국선변호사 같은. 어렵고 힘든 사람의 아픔에 동참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제가 도울 방법도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고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저만의 단체를 만들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NGO가 제 성격에 딱 맞는다고 봤고요. 앞으로 어떻게 체계화시켜 나갈지 고민이 많아요.”
송민의 가족은 힘들게 뉴질랜드 영주권을 받았다. 어린 송민도 그때 마음고생을 조금 겪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되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열 살 꼬마 마음에 간직한 그 순수한 다짐은 20대 중반 한 송이 꽃으로 아름답게 피어났다.
오클랜드대학에서 정치학·사회학 전공
매시 하이 스쿨(Massey High School)을 마친 송민은 오클랜드대학 정치학과와 사회학과에 입학(복수 전공)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인 대학생들이 쉽게 택하지 않는 전공이었다.
“힘 없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었어요. 국제 정치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사회 쪽 공부를 주로 했어요. 특히 NGO 분야에 많은 시간을 썼어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제 의지가 뜨거워졌어요. 언젠가 제가 만든 NGO로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다는 마음에요.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2015년 3월, 송민은 한인 사회가 처음으로 배출한 멜리사 리 국회의원(국민당 3선)의 보좌관이 됐다. 정치에, 아니 사람 사는 세상에 본격적인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보좌관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는 대부분이 경제적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기분이 좋았어요. 제(멜리사 리 의원) 역할이 그들의 말을 잘 듣고 도움을 주는 것이니까요.”
나는 “그런 분들이 그렇게나 많이 오냐”고 물었다.
송민은 웃음을 머금고 “더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그 답의 진정성이 느껴져 나는 기분이 좋았다. 국회의원은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였다.
멜리사 리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보람 느껴
같이 일하면서 느낀 멜리사 리 의원의 장점을 한 가지만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정말로 정(情)이 많으셔요. 어떻게 하면 교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계셔요. 어떤 선을 넘어서까지 도움을 줄 수는 없겠지만,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느껴져요. 저 역시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요.”
한 예로 최근 멜리사 리 의원의 도움으로 한인 가족이 귀중한 영주권을 얻었다. 법적으로는 힘든 일이었지만, 인도적으로는 꼭 되어야만 할 상황이었다. 그 일의 중간에서 궂은일을 해온 송민은 그 일을 통해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인터뷰 중간, 사무실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느낌상 한국 사람에게서 온 민원 전화였다. 송민은 10분이 넘게 친절하게 응대했다. 뉴질랜드에 살면서 겪게 되는 이런저런 문제로 고생할 때 한 번쯤은 송민(멜리사 리 의원)에게 ‘민원’(?)을 넣어도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물었다.
“삶의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송민은 이렇게 답했다.
“반딧불 인생을 살고 싶어요. ‘내일은 없다’는 마음 자세로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을 추구하고 있어요.”
나는 다시 질문을 이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은요?”
송민은 약간은 고민 끝에 답을 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의미 있게 읽었어요. 제가 추구하는 삶의 여러 답을 주었지요. 요즘도 틈만 나면 훑어봐요. 이 세상에서 정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해준 책이에요.”
지난해 성탄 콘서트 마련해 본격 활동 전개
다른 젊은이(1.5세대)와 견줘볼 때 한인 사회(1세대)와 공식.비공식적으로 접촉할 기회가 많은 그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친구들이나 후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한인 활동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그들이 들어갈 수 있는 틈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길 안내하기나 의자 나르기 같은 단순 봉사 활동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모든 행사의 일원이 되어 적극적으로 동참할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어요. 한인 사회의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리 마련이 필요하다고 믿어요.”
다시 NGO 얘기로 돌아가자.
송민이 세운 리커넥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즈음해 연 작은 콘서트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그날 행사는 장애인 가족을 초청, 소박한 음악 잔치로 꾸며졌다. 이 세상에서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자리였다.
리커넥트의 다음 계획.
“오클랜드 남쪽 빈민 지역에 사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교’(After school)를 운영하려고 해요. 학교 과제도 도와주고, 음악도 가르쳐 줄 생각이에요. 자연스럽게 한국을 알릴 수도 있을 거고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부탁드려요.”
리커넥트는 그 밖에도 최근 양로원 방문 봉사를 시작했다. 노년의 세월을 외롭게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을 음악으로 위로해 주겠다는 뜻이다. 공동대표 가운데 한 명(김인아)이 음악(피아노)을 전공해 이 일은 앞으로 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봉사 활동의 폭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리커넥트는 이제 갓 돌이 지난 어린 아이예요. 이 아이가 잘 크려면 저희(공동 대표 4명)의 돌봄은 물론 많은 분의 도움이 필요해요. 우리 지역 사회가 균형 있게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리커넥트를 돕는 방법은 다양하다. 몸을 쓰는 일부터, 재능을 기부하는 일과 통장 잔액을 늘려주는 일까지. 내가 알기로 한인 사회를 넘어서 지역 사회(현지인 사회)까지 봉사의 손길을 건네는 한인 주도의 공익 단체는 거의 없다. 그것도 이십 대 청춘의 아름다운 발걸음이니 듣기만 해도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송민이 마지막으로 내게 한 말.
“우리 모두 더불어 잘살았으면 좋겠어요. 조금씩만 힘을 보태 주세요. 이 말을 꼭 강조해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NGO 활동가, 이송민.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일이다. 이제 막 배를 정비하고 돛을 달았지만 멀고 먼, 거친 항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사실 ‘리커넥트’호의 열쇠는 송민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마음이 파도에 흔들리지 않도록, 그리하여 목적지까지 잘 도착하도록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글_프리랜서 박성기
Re:connect 소개
“사랑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섬기겠습니다”
비전과 목적
Re:connect는 사회와 다시 연결되고, 이웃과 이웃이 다시 연결된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단체입니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식어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 서로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또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가서 섬기며, 모두가 함께 연결되어 좀 더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들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또한 주변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입니다.
계획
현재는 장애인 특수학교 및 로컬 데이케어(Local Daycare) 센터, 그리고 양로원과 연결되어 음악을 통해 사랑을 전하며, 그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2017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또한 South Auckland 지역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 위한 준비단계에 있습니다. 저희와 같은 비전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환영합니다.
Re:connect 연락처와 은행 계좌
이메일: re.realencounter@gmail.com
전화번호: 021 084 50486, 021 310 341, 021 025 62611
계좌번호: 12-3629-0694541-00(ASB)
예금주: Song Min Lee, Inah Kim, Hyesun Hwang(셋 중 한 명만 쓰면 됨)
[이 게시물은 일요시…님에 의해 2017-03-09 13:12:21 시사인터뷰에서 복사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