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봉 시조시인 / 수필 작가> 보이는 것이 보석들
형식도 없이
자연과 더불어 겁 없는 주인공이 된다
뉴질랜드 곳곳을 다니며
짤막한 글들과 함께 여행하는 맛도 짙은 향기가 있다
새로운 풍광과 새로운 세상에
시야를 넓히고 풍요로움과 즐거움으로
경이로움을 주는 이벤트랄까!
도도하고 독특한 자연의 화려함이
설렘이었던 이민 생활에 때로는
고향의 그리움을 보송보송하게 만들기도 한다
쏟아지는 햇살과 청명한 하늘에
때 묻지 않은 곳곳에 새로운 것을 바라보며
늘 두둥실 떠 있는 파란 하늘에 반해 여행을 다닌다
부와 성공을 피해 숨어 있는 자연을 바라보며
감탄이 무색하리만큼 아름다운 조화에 말 그대로
가는 길 곳곳에 천혜의 풍경에 감사하며 오늘도 시작한다
추위가 가득히 찾아오는 늦가을
멋진 아들의 아나운서에 우리는 신났다
쭉쭉 뻗은 소나무가 있는가 하면 다종에 나무들
새소리와 어우러진 뉴질랜드 국화
푸르름이 덧입혀있는 고비의 싱그러움은 멈추지 않는다
단풍을 만들어내는 햇살이 가득하다가도
지역에 따라 표지판 보기도 힘들 정도로
거친 빗줄기에 여행은 조심스럽지만
쉬면서 커피 향을 즐기는 것도 낭만이 있다
타마고에 부스러기 돌들을 섞은
판판한 아스팔드 길을 가다 보면 간간히
뉴질랜드 공법 미끄럼 방지에 중요한
껄끄러운 아스팔트에 모두들 안전 여행을 할 수 있다
목적지를 향한 곳곳마다 특성을
구수하게 설명하는 자상한 아들이 고맙다
이민을 온 지 긴 세월 보내며 알아가고 알아가는 지혜
그새 팽팽해진 광활한 들녘이 보인다
생기 있던 푸르름이 갈색으로 변해가는 푸른 초원에
젖통이 아프도록 탱탱 부른 젖소들과 얼룩소들도 보인다
운무에 가린 낯익은 집들이 모여 있어
대화의 맥은 또 사랑으로 이어간다
시골길이라 굽이굽이 돌고 때론 직선으로
낯선 길에 서니 차가운 바람에 형형색색 변해가는
단풍 든 조화에 선물을 받은 듯
갓길에 주인 없는 수채화로 그려지는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려있는 감나무 단맛에
가을을 배워가며 삶의 지혜자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새들
책갈피에 말렸던 단풍 든 이파리
여고 시절의 누구에게나 오는 아름다운 감성 아닐는지
가을빛에 호강스러운 감탄사로 이어지는 행복 만점
한국과 비교가 안 되지만 춘천 수력 발전소를 보듯
감회가 있는 " Cromwell 수력 발전소"
칸칸이 물 뿜어내는 풍경이 장관이다
주변엔 풍화에 시달린 병풍처럼 두른 큰 바위들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 "큰바위얼굴 "생각이난 다
각박한 시대에 옳은 사람을 아직도 기다릴
주인공 어니스트처럼
어설프게 세월 보내는 한정적인 각도에
나에게 묻는다 옳은 것이 무언지!!
친구에게 엊저녁 보낸 답글이 왔다
나이에 걸맞은 열여덟 살 같은 친구
오클랜드 한동네에서
저녁해를 등지고 매일 걷던 수다쟁이 들이었다
늘 기도 속에 만나는 세 친구 중 하나
3시간 이후면 만난다
저녁은 우리가 낸다고 알리니 느긋해진다
널브러진 와이너리 농장 떡잎 진 이파리 밑에는
곰삭은 포도가 주렁주렁 남아있다
서서히 옹기종기 모인 작은 마을
글 쓰는 사람. 풍경을 그리는 사람.
클래식 쳄버 연주자들에 웅성대는 비릿한 바다도 보인다
잔잔한 노을에 젖어 들은 마을에 도착
몇십 채의 집들이 오손 도선 모여있어
추억으로 남은 고향 같은 마을 얼싸안은 친구
반겨줬던 그 얼굴엔 달곰한 사랑도 있지만
그리움도 외로움도 있는 듯 눈시울이 붉어졌다
따뜻한 차 한잔도 소중한 시간
맛집을 가는 길에도 검무튀튀 해지는 갈대가 스쳐간다
서산에 모여든 노을빛마저 오랜 세월을 담은 듯
나눔은 한동안 잊히질 않을 만큼 이야기는 이어진다
-생텍쥐베리 어린왕자 읽었던 중
"어느 날 난 미흔 세번이해지는것을 보았어요"
그리고 조금후에 넌 이렇게 덧붙였지.
"아저씨도 알거예요
누구나 슬픔에 잠기면 석양을 좋아하게 된다는걸..."
"그럼 마흔세 번 석양을 본 날은 몹시 슬펐겠구나?"
그러나 어린왕자는 대답하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