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웨라 핫풀이 철거되고 있다.
오클랜드 도심에서 1시간이 안되는 거리인 와이웨라 핫풀은 온천욕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한 번씩은 들렀으리라… 그런데 근래에 들어와서 러시아 부호가 사서 리노베이션을 한다고 하더니 어느 순간 다국적 개발회사로 넘어가서 요즈음 들어서는 철거가 요란하다. 와이웨라 핫풀은 가격이 비싸기는 해도 그래도 오클랜드에서는 가장 시설이 좋은 곳으로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가장 마지막 입장료가 근 30불이나 했지만 예전의 슈퍼마켓 영수증 뒤에는 다양한 할인이 오클랜드 주변의 식당이나 놀이터 대상으로 나와 있어 와이웨라 할인, 이곳은 1 + 1 이 주를 이루는데 그럴 때마다 한사람 가격으로 2사람이 들어가서 온천욕을 즐긴 적이 많았다. 즉, 제 돈 모두 내고 가기에는 좀 아까운 그런 곳이었다.
마오리어로 Wai 는 물, Wera 는 뜨거운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뜨거운 물 이란 뜻이니 결국 온천이란 말이 된다. 1848년에 Robert Graham 이라는 사람이 이곳을 헬스 리조트로 만들고 당시에는 오클랜드와 와이웨라 간에 정기선이 다녔다고 한다. 거기에 온천수 말고도 이곳은 양질의 자연수인 와이웨라 워터를 1875년 남반구 처음으로 병에 넣어서 판매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생수는 최근까지도 꽤나 유명 브랜드 이었다니 온천과 생수가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생각이 든다.
와이웨라 핫풀은 순수 미네랄 암반수로 천식과 아토피의 치료방법으로 의사들로부터 추천되었던 곳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와이웨라 워터는2008년 세계 생수 대회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와이웨라 핫풀이 쇠락의 길을 가게 된 이유로는 어려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볼 때는 가장 큰 이유로 새로운 모터 웨이의 완공이 아닌가 한다. 모든 차들이 오클랜드를 떠나 북쪽으로 갈 때는 반드시 와이웨라를 거치게 되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입장료가 비싸다는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적게 들어오니 이 온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자꾸 올릴 수 밖에 없었으리라.
Mikhail Khimich 라는 러시아 부호가 2010년과 2013년에 걸쳐 와이웨라 핫풀과 생수회사를 인수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온천탕을 대대적으로 개조할 계획을 세웠으나 실현되지 않았고 2018년 2월부터 입장객을 받지 않았고 그로부터 1년 후 파산신청을 했다고 한다.
수년에 걸쳐 재개발을 위한 많은 혼란스러운 계획 끝에 새로운 소유자인 Urban Partners라는 다국적회사는 2020년에 버려진 온수 수영장을 개조하기 위해 2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개발 전문회사인 만큼 앞으로 어떻게 와이웨라 핫풀이 다시 태어날는지 아님 우리들의 염원과는 다르게 아파트나 주택지로 바뀔런지는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지금 이곳은 열심히 철거 중이다.
나는 와이웨라 핫풀 출입구 정면에서 사진을 하나 찍고 오른쪽으로 한바퀴를 돌기로 했다. 아무도 오지 않는 핫풀에는 이미 데몰리션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여져 있다. 그리고 도로 건너의 와이웨라의 유일한 식당, Sugar Loaf Waiwera Beach Bar Restaurant 도 마치 미국 서부극의 한 장면처럼 그 자리에 예전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
이 식당은 영업은 하고 있지만 핫풀 손님이 없으니 과연 어찌 영업이익을 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동네 사람들이나 아니면 주말의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의 모임 행사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그 옆의 미니 골프장도 적막 강산은 마찬가지…아마도 사람이 없으니 보수할 필요조차 없어 보인다.
Waiwera Pl. 로 들어섰다. 좁은 길에 오른쪽으로 집들이 들어서 있다. 마치 노스랜드의 어느 바닷가 마을에 온듯한 그런 풍경이다. 도로 옆 화단을 정감 있게 많이 꾸며 놓았다. 지나 다니는 사람도 없다. 하기야 와이웨라 핫풀이 한창 운영을 할 때는 아마도 이 동네 많은 사람들이 스탭으로 고용이 되었어리라.
조금 더 가자니 와이웨라 핫풀의 사이드 문이 나오면서 여러 대의 중장비가 작업을 하고 있는데 반가운 이름 HYUNDAI 불도저 들이다. Pl 의 끝이 나오기 전에 좌측으로 Waiwera Spa Apartments라는 단지가 있는데 집이 32호 정도 되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오클랜드 도심보다는 순박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이렇게 Waiwera Pl. 은 끝이 나고 라운드의 길 끝에는 차가 몇 대 주차 되어 있었다. 그리고 동네 주민인지 한 부부가 산책을 나와서 바닷가에서 멀리 와이웨라 비치의 자그마한 섬을 보고 있는데 그게 참 보기에 좋았다. 그래서 이들을 배경으로 잽싸게 사진을 찍었다.
아스팔트 도로는 이렇게 끝나고 동네 아파트 단지를 좌측으로 두고서 잔디밭 오솔길을 걸어 나가면서 끝이 났다. 거기에 매월 첫 주 일요일에만 예배를 드린다는, 1915년에 세워진 정말 작은 교회가 있다. 이름이 ‘성공회 구세주 교회’ 쯤 된다. 이렇게 해서 오늘의 탐방은 끝이 나는데 동네가 좀 더 크면 좋으련만, 이거 뭐 한바퀴 도는데 10분이면 충분할 듯…
<오클랜드 권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