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참전 용사 포함 어르신 600여 명 참석해 즐거운 놀이마당 가져

교민뉴스


 

한국전쟁 참전 용사 포함 어르신 600여 명 참석해 즐거운 놀이마당 가져

일요시사 0 926 0 0
<제 6회 설날 경로잔치>에 다녀 와서

“오늘이 한 평생 제일 행복했다 전해라~"
한국전쟁 참전 용사 포함 어르신 600여 명 참석해 즐거운 놀이마당 가져


설렘
올해 만으로 여든다섯인 어머니는 며칠 전부터 들떠 있었다. 뉴질랜드 이민 생활 16년 차, 그래도 두고 온 고국만 생각하면 늘 아쉬움이 가득했다. 북한(평양) 피난민 출신인 어머니는 유독 사람을 그리워하셨다. 특히 오늘같이, 온종일 웃음이 떠나지 않을 잔치 자리는 빠질 수 없었다. 


 어머니는 일찌감치 꽃단장을 하고 집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 쉰이 넘은 아들 승용차를 타고 잔치에 가는 것이 즐거우셨던지 차 안에서도 웃음꽃을 활짝 피우고 계셨다. 벌써 올해로 여섯 번째 잔치 자리, 그런데도 아들은 먹고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동행하지 못했다. 오늘 모처럼 시간을 내 모자(母子)가 나들이에 나섰다.

 
안녕
타카푸나 그래마 스쿨에 도착했다. 주차 요원의 안내를 받아 차를 세운 뒤, 행사장에 들어갔다. 그 사이 몇몇의, 웃음조차도 싱그러운 키위 학생들이 인사를 건넸다.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였다. ‘안녕’이라니…. 그러나 그 ‘예의 없음’(?)이 하나도 섭섭하지 않았다. 그들의 해맑은 표정 속에서 어떻게든 어르신을 잘 모시겠다는 의지를 읽었다. 행사를 돕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자리를 함께 한 학교 학생회 임원들이었다.

 행사장으로 꾸며진 강당 안에 들어서는 순간 활짝 핀 백만 송이의 웃음꽃을 보았다. 강당 안을 가득 채운 600명에 가까운 어르신들의 기대에 찬 웃음, 200명에 이르는 자원 봉사자들의 섬김의 웃음 그리고 창문 틈으로 스며들어온 조상들의 뿌듯해하는 웃음이 다가왔다.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설날 잔치는 그렇게 웃음꽃을 피우며 시작됐다.



 동심
 열 시 반이 조금 넘어 잔치가 베풀어졌다. 어르신들로 구성된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이 고운 한복을 입고 <꽃밭에서>, <산 넘어 남촌>을 불렀다. 선율을 따라 행사장에 화사한 꽃 내음이 퍼져 나갔다. 노래를 듣는 내내 ‘어르신 아이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성혁 오클랜드한인회 회장, 멜리사 리 국회의원, 차창순 오클랜드총영사와 몇몇 내빈이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했다. 뒤를 이어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하이웰 채리터블 파운데이션(Hiwell Charitable Foundation) 임헌국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예순 언저리로 보이는 그가 아이처럼 수줍게 웃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한 해 중 오늘이 제일 기쁩니다. 저희 부모님 같은 어르신들을 잔치 자리에 모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1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여섯 해 동안 설날 잔치를 마련해준 임 대표를 향해 어르신들이 큰 박수를 쳤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마음씨가 좋아도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착한 일’(선행)이다. 동심이 그 일을 가능하게 해 주었을 것이다.

 
포식
열두 시가 조금 지나 뷔페 식사가 마련됐다. 교민 음식점 ‘화로’를 비롯해 많은 요식업체가 잔치에 함께했다. 연어회, 불고기, 닭튀김, 순대 등등… 더할 수 없는 산해진미 설날 먹을거리가 식탁을 가득 채웠다. 잔치는 잔치였다.

 점심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어르신들은 막걸리와 맥주를 주고받으며 담소를 나눴다. 어쩌면 처음 만남일 수도 있는, 조금은 어색한 자리가 오랜 지기를 만난 것 마냥 금세 편해졌다. 풍성한 음식과 한 잔의 술이, 실컷 먹고 마실 수 있는 자리가 그렇게 만들어 주었다. 

 


놀이
잔치 자리에 음주‘가무’가 빠질 수 없는 법. 식전 축하 공연부터 강당 안은 흥으로 가득 찼다. 한국에서 특별히 초대받아 온 가수 진미령 씨의 노래가 어르신들의 마음을 10대 아이들로 돌려주었다.

 식사 뒤 본격적인 놀이 자리가 마련됐다. 얼굴 빛이 홍조를 띤 한 소녀 할머니는 <내 나이가 어때서>를 열창했고, 마음만큼은 선 머슴아 같아 보였던 한 할아버지는 요즘 장안의 화제인 <백세인생>을 멋지게 뽑아냈다. 그 할아버지는 마이크를 휘어잡고 “구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가겠다고 전해라”를 외쳤다.

 멜리사 리 국회의원도, 민주평통 도언태 회장도, 행사를 주관한 하이웰 임헌국 대표도 한 곡씩 맛깔나게 불렀다. 잔칫날 흥겨운 노래 자리 그 어디에서도 ‘어르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추첨
잔치 끝 무렵, 행운권 추첨 시간. 어르신들이 주머니에 보관하고 있었던 행운권을 한 장 두 장씩 꺼냈다. 갑자기 얼굴이 모두 한 방향을 향했다. 강당 무대는 그 어느 때보다 집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짜자 자 잔~~”

 드디어(?) 번호‘들’이 발표됐다. 명색이 행운권 추첨이었지만 ‘행운’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쉴 새 없이 번호들이 경매장 목소리처럼 울렸다. 어떻게 하든지 더 많은 어르신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도우미가 직접 갖다 주기도 했다. 상품은 삼단 육각 휴지부터 고품질 양털 이불까지 다양했다. 교민 업체가 설날 잔치에 물질로라도 함께하기 위해 준비한 후원품이었다. 순서는 반 시간 가깝게 이어졌다. 그만큼 선물이 많았다는 뜻이다. 

 

헌신
이날 잔치는 이름도 빛도 없는 도우미들의 헌신 덕분에 더 윤이 났다. 타카푸나 그래마 스쿨 학생 임원회와 한국 학생들, 오클랜드대학생들, 음식과 물품 전달을 위해 손발이 되어준 이름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하이웰 식구들.

 전통 차를 손수 만들어 대접한 예명원과 박덕임 씨의 가야금병창, 멋진 노래로 즐거움을 더해준 K Pop 지은해 씨, 세종태권도 단원들도 잊어서는 안 될 귀한 분들이었다.

 특별히 행사 내내 자리를 뜨지 않은 한국전쟁 참전 용사 부부들의 헌신도 가슴속에 새겨야 할 것 같다. 65년 전에 고국을 위해 피땀을 흘린 그들이 이제는 다 팔순을 넘겼지만, 대한민국(교민 사회)이 부를 때마다 언제든 기쁜 마음으로 참석해 주는 그 헌신에 마음을 여밀 뿐이다.   

 
오후 네 시.

 잔치는 끝났다. 어떻게 하든지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었던 주최 측은 선물 보따리를 어르신 모두에게 건넸다. 이날 설날 잔치는 그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은, 그러나 다음 해까지 기다리기에는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막을 내렸다.

 어머니와 함께 차에 올랐다.
내가 물었다.
“즐거우셨어요?”
어머니는 말했다.
“그럼, 정말로 살 맛이 난다. 근데 어쩌지? 벌써 내년이 기다려지니….”

 하루 여섯 시간 잔치가 힘이 드셨는지 어머니는 곧 선잠에 빠졌다. 나는 그 꿈에 부디, 어머니가 어렸을 적 고향 집에서 부모 형제와 나눈 설 잔치가 잠깐이라도 재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했다.

 내가 평소 못한 효도를 대신 해준 하이웰 채리터블 파운데이션에 고마움을 전한다.


글. 프리랜서 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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