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봉 시조시인 / 수필 작가 ; 칠월의 맛
폭우와 강풍으로
두들한 상흔을 안고 두 달이 지나간다
모두들 아픔으로 지나치는 곳곳에 기억은
을씨년 스런 계절 변화에 간사스러운 마음은 저울질에 묶이고
옹골진 산천에 향내음 조금씩 싸 그러 트리던
추억을 줬던 매미 소리와
남 서풍 흔들어대던 코스모스 꽃
자연스레 풀씨로 흔들리며 땅속 깊게 터를 잡는 초겨울
유난히도 낮달 있는 햇살이 좋아
무수히 꽃망울을 터트렸을 동백꽃 찾아
깊숙이 자리 잡은 달달한 곳을 향해 퍼즐 맞추어가듯
보타니 공원을 걷는다
비 온 뒤 촉촉해진 푸른 잔디에
쉼터로 단장해 놓은 듯 산뜻한 잔디 냄새
한바탕 풀각기가 끝날는지
여물은 참새 때 춤사위가 요란하다
여름 입구에 향기 가득했던 장미꽃
근육질이었던 모양새도 후줄근해지고
액자 속의 주인공은 낯선 자로 남은 길 따라간다
남자보다 높은 순위를 입에 물고
이리저리 뛰는 개똥밭에 매듭짓는 시를 쓰는 사연들
꾸역꾸역 건강을 들고 나온 사람
이야기 들고 나온 사람들에 살아가는 공통점에
호탕한 걸음으로 또 걷는다
곤충들 집합소였던
계절에 젖어 들은 빛바랜 라벤더 향마저
꺼무죽죽 수묵화로 변해버렸다
쌍 단오리 줄이어 부르수 탱고 이어지는
며칠째 햇살에 달궈졌던 호숫가
세월에 장사 없다는 억지를 빈자리에 한 뭉치 놓으면
주님이 반갑게 풀어놓을 것 같은 싱그러움의 이야기 공원
은유를 들고 40분 남짓
물 흐르듯 겨울풍경을 그리다 보니
굽이진 도랑 언저리에
아쉽다 할 만큼 피고 지는 빨강 분홍 하얀 동백 꽃잎
크레파스로 그려 놓은 듯 널브러져
한 움큼 사진기에 넣는다
맑은 공기를 가슴에 품고 휠체어에 앉으신 할머니
하얀 찔레꽃처럼 고운 웃음으로 이야기하는 딸이
부럽기도 하고 애틋 함에 서성이기도 한다
딸은 없어도
가볍게 기댈 수 있는 사랑이 있어 오늘따라 감사함을
조화롭게 배열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