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에 한 번은, 외식(1) Upper Queen St. 지역
일미식당 25년째 한 자리 지켜…‘대가’ 감자탕 중국 손님들 매료
‘누나’ 직장인 즐겨 찾고, ‘닭한마리’ 서른 살 동갑 부부가 운영해
오클랜드를 대표하는 거리는 ‘여왕의 길’, 퀸 스트리트(Queen Street)다. 오클랜드의 오늘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거리에는 수많은 건물과 분주한 발걸음이 있다. 하루를 살아내는 역동적인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그 가운데 퀸 스트리트 고개 위쪽에 있는 어퍼 퀸 스트리트(Upper Queen St.)는 한국 식당이 무려 11개나 된다. 한 때 ‘한식의 메카’라 불렸던 곳이다.
‘행복한 가정은 한 주에 한 번은 외식을 즐긴다’고 한다.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 웃음꽃을 피울 때 그곳이 바로 ‘지상 천국’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일요시사>가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 열한 곳을 찾았다.
▣ 강남역(한식당)
식당 건물이 시골 역처럼 생겼다. 잠깐 들러 출출한 배를 채워도 좋을 것처럼 편하게 다가온다. 주인 최진수 씨는 이곳에서 16년째 강남역을 운영하고 있다. 한 주인이 한 곳을 이렇게 오래 지키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한국 사람이 즐겨 먹는 음식은 순두부 육개장, 외국 사람은 불고기나 비빔밥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많이 찾았는데, 요즘 들어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아졌다. 음식을 싸 가지고 가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한다.
최 사장은 음식에 MSG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며 만약 손님이 찾아낸다면 상금(?)을 주겠다는 말을 했다. 그만큼 재료에 신경을 쓴다는 뜻이다. 최 사장의 철학은 ‘맛있고, 값싸고, 청결하고, 친절하고’다. 이 모든 게 다 어우러져야 식당의 격을 높인다고 믿는다.
☎ 309 1588 ☞ 329 Queen St.
▣ 본가네(한식당)
“뭐든지 드시고 싶은 것을 드시라고 해요. 후회 안 할 테니까요.”
주인 김명희 씨는 웃으며 말했다. 어떤 음식이든 자신 있다는 뜻이다.
김 사장이 2010년에 인수, 7년째 운영하고 있다. 손님의 80%는 외국 사람이다. 본가네의 자랑은 수입고기를 안 쓴다는 점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가격이 조금 더 비싸도 손님 입맛을 즐겁게 하려고 100% 뉴질랜드산만 고집하고 있다.
또한 매주 100포기에 가까운 김치를 손수 만든다. 육수도 직접 우려내고, 그 밖에 모든 걸 다 주방장의 세심한 손길 속에 손님에게 내놓는다.
10년 동안 카페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김 사장은 “손님에게 최고의 맛을 대접하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퀸 스트리트에 올 경우 한 번 찾아 주시면 후회하지 않도록 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 368 7420 ☞ 430 Queen St.
▣ 큐빅(돈까스 전문 식당)
직장인과 학생들이 즐겨 찾는다. 실내 장식도 젊은이들 맘에 들게 현대식으로 잘 꾸몄다.
3년 전 식당을 맡은 주인 이태희 씨는 “닭 허벅살을 주로 쓰며 신선한 재료를 늘 염두에 두고 식당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벅살은 닭살 가운에 가장 맛있는 부위다.
이 사장은 “손님을 만족하게 하는 게 경영 철학”이라고 덧붙였다. 한 번 찾아온 손님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식당을 꾸려 나가고 있다.
손님이 많이 찾는 음식은 런치 박스. 영업시간은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다. 테이크 어웨이(Take Away)도 가능하며, 포도주와 맥주를 마실 수도 있다. 식당 바깥에 식탁이 마련되어 있어 분주하게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즐기며 식사를 할 수도 있다.
☎ 368 1852 ☞ 430 Queen St.
▣ 중화루(중식당)
식당의 역사는 12년. 옛날 ‘강촌’ 자리에 ‘중화루’라는 간판을 달고 손님에게 중국 음식을 내놓았다.
“‘루(樓)’는 ‘식당과 숙소를 겸하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그 말에 맞게 손님들이 편하게 음식을 드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인이자 주방장인 이동호 씨가 내놓은 중화루 대표 음식은 간풍기다.
“중국 요리 중 끝이 ‘기’로 끝나면 닭고기 요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키위들이 즐겨 먹고 있습니다. 조금은 맵게 느껴지는데, 그런데도 잘 드셔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고기를 쓰고, 기름을 자주 갈아 주는 것을 아는 것 같습니다.”
이 사장은 “중국 음식점의 성격상 한국 사람이 더 많이 찾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간짜장 등 교민이 즐겨 먹는 중국 음식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 368 1000 ☞ 462 Queen St.
▣ 누나(한식당)
이름이 참 정겹다. 주인도 젊은 학생들이나 첫 직장인들에게 누나 같을 삼십 대 초반이다. 사장 이름은 김봄.
“평소 집에서 아는 동생들에게 음식을 자주 해 줬어요. 그 마음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요. 언제든 편하게 찾아 주세요.”
누나네가 대표 음식으로 내놓은 것은 치즈 왕갈비. 왕갈비 찜에 치즈를 올려 먹을 수 있도록 한, 누나가 개발한 음식이다. 함께 나오는 든든한 6첩 반찬이 식욕을 돋워 준다.
또 하나는 김치찜. 맛의 고향, 전주 출신인 김봄 씨는 어머니의 음식 솜씨를 이어받아 맛깔스럽고 풍성한 음식을 선사한다. 잘 익은 김치를 활용해, 시골 고향 누나가 해준 것 같은 정이 듬뿍 담긴 음식 맛을 즐기게 해준다.
7일 영업, 새벽 2시까지 문을 연다. 점심은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 377 6862 ☞ 470 Queen St.
▣ 아삭(한식당)
가게 이름에서부터 ‘아삭아삭한’ 맛이 느껴진다.
“튀김을 먹을 때 그런 소리가 들리잖아요. 그 느낌을 담아 상호를 지었어요. 순수 한국말이라 자부심도 있고요.”
아삭이 자랑하는 최고의 음식은 회무침. 늘 전날 저녁에 사 온 생선을 쓴다. 음식 애호가들이 즐겨 먹는 하프카, 타라키 등이다.
사장은 안종회 씨. 다른 식당에서 주방 일을 하다가 2008년부터 손수 식당을 꾸려 나가고 있다.
“A나 A+급 생선으로 요리해요. 제가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요리지요. 그 밖에도 감자탕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돈은 조금 더 들어도, 최상급을 쓰고 있어 음식 맛이 좋아요.”
“음식 만들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안 사장은 회무침 요리를 몇 번이나 말했다. 나름대로 입소문도 많이 났다며, 교민들이 한 번쯤은 찾아 즐겨 주기를 부탁했다.
☎ 369 5005 ☞ 472 Queen St.
▣ 후지산(일식당)
스무 해 넘게 일식 요리만 하는 주인 겸 주방장인 엄익종 씨.
“대부분 손님이 백인이에요. 중국 손님도 많고요. 상대적으로 한국 손님은 열에 한 명 정도죠. 한국 분들은 매운탕을 좋아하시죠. 특별한 요리법은 없어도 손에 익은 요리가 손님 입맛을 맞춰 줄 거예요.”
2011년 식당을 인수한 엄 사장은 손님들이 어떤 음식을 남기고 갔는지를 유심히 살펴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기가 만든 음식의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직하게 한 길만 추구하는 그의 철학에서 ‘일식 요리의 달인’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손님이 제일 많다. 후지산의 특징은 단체 손님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30명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영업시간은 밤 11시까지.
☎ 357 0866 ☞ 474 Queen St.
▣ 대가(한식당)
‘대가’(大家). 이름에서 무게가 전해져 온다. 주인은 ‘빅 보스’(Big Boss), 주방장은 ‘빅 셰프’(Big Chef), 홀 종업원은 ‘빅 가이’(Big Guy)다.
대가가 자랑하는 음식은 감자탕. 뉴질랜드 어디에 내놔도 자신 있다고 말한다. 감자탕은 하루45kg을 소화해 낼 정도로 인기가 많다.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한다.
대표 김광식 씨는 “온종일 우려낸 감자탕을 한 번 드셔 보시면 또다시 찾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가의 모든 음식은 10분 안으로 나온다. 바쁜 학생을 배려한 마음이다. ‘퍼줘서 망하는 식당은 없다’는 말을 김 사장은 늘 가슴에 담고 장사를 한다고 밝혔다. 감자탕 한 그릇에 $15. 주방에서 펄펄 끓는 모습을 보면 안 먹고는 못 버틸 정도로 입맛을 돋운다.
☎ 309 5060 ☞ 476 Queen St.
▣ 일미식당(한식당)
일미식당(一味)은 오클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한식당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92년 7월 초, 문을 열면서 한식의 맛을 키위들에게 소개했다. 고국 음식이 그리운 초창기 교민들에게도 엄마 밥처럼 정이 듬뿍 담긴 음식을 내놓았다.
현재 사장인 박경찬 씨는 “오랜 전통을 이어온 요리법을 지켜나가고 있으며 손님의 80~90%가 단골 손님”이라고 말했다. 6대 사장인 박 사장은 같은 해 초 이민을 와 일미의 역사와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박 사장은 최근 일미식당 역사의 새 장을 일궈갈 요리를 내놓았다. 순대전골이다. 오클랜드에서 유일하게 선보이는 순대전골을 통해 일미의 평판을 더 높여 나갈 계획이다.
한 자리에서만 25년째, 사반세기가 되었다. 손님들에게 늘 풍성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게 박 사장의 자부심이다.
☎ 303 0150 ☞ 480 Queen St.
▣ 닭한마리(닭 전문 식당)
서른 살 동갑내기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닭요리 전문점. 남편 부모가 운영하던 것을 1년 6개월 전, 아들 부부에게 넘겨줬다.
닭한마리 대표 김현 씨는 요리학교 NSIA를 졸업했다. 다른 식당에서 경험도 두루 쌓았다.
“평소 닭 요리를 좋아했어요. 보양식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많이 찾아요.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가 있어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고요.”
닭 한 마리의 무게는 1.4kg. 보통 14호로 불린다. 서너 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거기다 칼국수까지 넣으면 충분히 배가 찬다. 가격은 $45.
닭한마리는 15년을 이어 내려온 요리법을 지켜오고 있다. 김 사장은 “중국 손님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닭튀김 등 좀 더 다양한 요리를 개발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 369 5656 ☞ 490 Queen St.
▣ 산 BBQ(고기 뷔페 전문 식당)
어퍼 퀸 스트리트 정상(?) 부분에 있는 산은 고기 뷔페 식당이다. 한 명에 $22이다. 2002년 처음 시작할 때는 $13이었다. 15년을 한결 같이 같은 자리를 지켜온 주인 부부는 늘 손이 바쁘다. 손님들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을 내놓기 위해서다.
음식 숫자는 고기를 포함해 서른 종류 정도. 80 자리가 빈 곳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은 젊은 중국 손님이다. 신선한 재료를 쓰고, 음식은 그때그때 만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산 BBQ 대표 한종수 씨는 “늘 긍정적인 마음을 지니고 식당을 경영한다”며 “우리 부부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 주는 손님들께 늘 감사한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저녁만 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낮과 밤 두 차례 연다.
☎ 379 0370 ☞ 492 Queen St.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쓴 소설 《안나 카레리나》(민음사)의 첫 문장은 이렇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한 모양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의 이유가 다르다.”
‘행복한 가정’의 상징은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앉아 먹고 마시는 장면일 것이다. 맛난 음식을 먹으며 나쁜 얘기가 오가거나 얼굴을 붉힐 이유가 없다. 한 주의 어느 날, 한 번쯤은 외식을 해보는 게 어떨까?
글_프리랜서 박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