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게임에 빠진 아이, 이민가정의 갈등 고민 상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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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터뷰] 게임에 빠진 아이, 이민가정의 갈등 고민 상담합니다

일요시사 0 855 0 0

이현숙 심리상담사가 말하는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 


코로나 시국에 밖에 나가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은 요즘, 위의 질문과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게다가 집에서 즐기는 온라인 게임의 종류가 무궁무진해졌고, 가상세계에서는 무엇이 되든, 어떤 일을 하든 상상만으로도 가능하기에 그 안에서 펼쳐지는 모든 일들에 아이들은 쉽사리 현혹된다. 이번 시사인터뷰에서는 심리상담사 이현숙 씨를 통해 게임문제는 물론 학부모로서 고민이 될 만한 몇 가지를 알아보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모색해보기로 한다.  



Q. 저희 아이는 온라인 게임에 빠져 지냅니다. 게임을 하고 있을 때면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예민한 반응을 보입니다. 본인이 목표하는 게임 레벨까지 올라가지 못하면 우울해지고 어떤 일도 의욕이 사라지는 듯 보입니다. 하루에 몇 번, 시간 제한을 두는 규칙도 정했지만 게임을 안 하는 시간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앉아있습니다. 부모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A. 여기서 중요한 건 아이와 부모의 관계입니다. 평소 아이와 부모의 관계에 따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아이가 게임하는 것이 못마땅하더라도 부정적인 감정과 말을 표현하는 것보단, 본인이 해야 할 일과 게임의 시간 분배 등을 문제 해결의 포인트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긍정적인 표현도 도움도 없이, 제시한 규칙마저 일방적이기에 오는 실패의 원인을 아이에게서만 찾기 때문에 갈등이 불거지는 사례들을 자주 봅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규칙을 누가 정했냐는 것입니다. 규칙을 정할 때의 방식이 중요합니다. 부모와 자녀 간에는 협상(Negotiation), 동의(Agreement), 보상(Reward)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 해도 무엇을 지시하고 따르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하고 불만을 야기시킵니다. 먼저, 자녀 스스로가 필요한 활동은 무엇이고 하루에 얼만큼 게임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런 후 그 게임시간에 대해서 아이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이 될 때까지는 부모가 부정적 표현없이 알려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는 데는 6개월이 필요하고 습관이 사라지는 데는 한달만 있으면 됩니다. 그만큼 부모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한데 그것이 힘들어서 부정적인 감정들이 생기고 짜증이 난다면 그것은 부모의 문제이지 아이의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25살까지 전두엽이 성장하기 때문에 깊고 넓게 보지 못해서 당장 있을 부모의 호통조차 예상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그 나이대의 자녀들의 특징임을 이해하고, 전두엽이 다 자란 어른인 부모가 길잡이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한번 말로 알려주고 다 해내기를 바란다는 건 감나무 밑에 앉아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아이의 연령대에 따라 부모의 역할이 다릅니다. 만일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그리고 Year 9 정도라면 구체적으로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활동들을 제시하고 어릴수록 함께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업에 필요한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라는 것이 아니고 스포츠나 취미생활 등을 지원해주면서 게임시간 외의 시간들을 멍하니 있게 하기보다는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그런데 나이가 이미 14살이 넘어가면 이 또한 어렵기 때문에 아까 제시한대로 서로 얘기를 나누어서 게임시간을 산정하고 제한하고 동의를 해서 시도하기로 하고, 시도를 잘 해내면 보상이 따르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모든 절차가 합의와 동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가 중요한 것입니다, 만일 관계가 좋지 않다면 이 모든 부분들은 소용없고 일단 자녀와의 관계개선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Q. 한국 내 가정과 달리 이민 가정에서 비롯되는 부모와 자녀 간 고민들은 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자녀들이 이민자로서 겪는 아픔 속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모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A. 이민가정은 한국 문화와 서구적 문화가 공존하고 언어도 두 가지 언어가 함께 쓰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부모가 두 가지 특성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자녀들과 갈등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어가 어려운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의존하면서 관계에서의 다이나믹도 다르게 되고 자녀들도 부모에게 의지할 수 없는 부분들이 더 많이 생기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학교시스템이나 NCEA라던가 대학과 취업 등의 진로에 대해서도 부모의 이해가 부족하면 자녀와 부모 모두가 혼란스럽게 되고, 서로 원망을 돌리게 됩니다. “네가 영어가 되니까 잘 알아서 해야지, 학교 보내줬으면 현지 아이들처럼 독립적으로 해내야지”라는 기대를 보이거나 혹은 “한국에 있는 학생들에 비해 천국 같은 이곳에서도 못하면 어쩌라는거냐”는 등의 비판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녀들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전혀 알아주지 못하는 부모라는 인식이 생기면 앞으로 자신들의 어려움에 대해 전혀 의논하지 않을 테니까요. 


슬픈 얘기를 하자면, 대학 오픈데이에 가면 아침 일찍부터 부모와 함께 온 학생들은 모두 현지 백인들입니다. 동양인 부모가 보이면 대부분 중국말을 하고 있고 한국인들은 삼삼오오 친구들과 돌아다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 나라도 중산층 이상의 부모들은 한국 부모처럼 교육에 상당히 신경을 씁니다. 그래서 그런 곳에 가면 온 가족이 한 아이를 위해 나타나는 것도 종종 보게 됩니다. 안그래도 언어적 문화적 이방인인 아이들이 부모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입니다. 한국 부모들은 과외에 몰두하고 성적과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대학 진로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부해라 왜 성적이 이러냐, 내가 투자한게 얼만데…”라고 말하게 되고 원망하게 됩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 말을 좋아하는데, 그 말은 얼마나 많은 관심과 사랑과 격려가 필요한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디를 보내고 데려다 주고 데리러 가고, 그게 다가 아닙니다. 부모가 가장 하기 쉬운 교육이 학원보내고 액티비티 보내고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것입니다. 과정을 함께 하며 인생을 나누고 아이의 멘토가 되어주고 성장하며 필요한 것들을 함께 알아보고 의논해보고 고민하며 같이 해주는 것이 진정한 부모 노릇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함께 할 때 중요한 것은 지시적이어도 강압적이어도 안되고 일대일의 평등한 관계로서 부모와 자녀가 마주보아야 가능합니다.



Q. 학교 선생님께 건의할 일이 생기더라도 한국 정서로는 선생님께 불편한 이야기를 한다는게 쉽지 않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자란 부모가 아닌 경우 이런 고민을 참 많이 하는데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런 고민은 어디에 조언을 구해야하는지 조차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A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다릅니다. 자녀가 초등학생인 경우는 선생님께 바로 건의드릴 수 있으나 중학교만 올라가도 교실에 따라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그 때부터는 그야말로 아이가 부모와 소통이 잘 되어서 어려움을 알아채고 선생님께 건의를 드릴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가면 아주 드물게 선생님들이나 학생주임(Dean) 선생님께 이메일이나 미팅을 요청하여 만나서 건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부모들은 한국에서의 경험때문에 얘기를 해서 ‘선생님이 아이를 더 안좋게 생각하면 어쩌지’하는 염려를 하여 주저하게 되는 데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도 안됩니다. 무엇보다 단계가 중요합니다. 선생님께 두 세번 정도 건의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으면 초등학교에서는 교감에게 의논하고, 이는 중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등학교 정도면 자녀들이 부모가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직접 개입이 어려울지라도 자녀들이 해당 교사에게 이메일로 건의하고, 안 이뤄지면 학생주임 선생님께 이메일하면서 부모의 이메일 주소를 참조해서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좀 더 오해가 있고 억울하다면 미팅을 신청해서 해당 선생님과 학생주임 선생님이 학생과 부모와 만나는 방법도 가능하고 효과적입니다. 어떤 분들은 얘기가 잘 안되면 바로 교장에게 항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옳지 않고 반드시 여러 번의 시도 후에 교감도 해결하지 못하면 교장에게 건의하고 미팅을 하면 됩니다. 



Q. 앞서 살펴본 사례 외에도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인 교민들도 계실텐데,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어떤 지원을 받아볼 수 있을까요?


A. 보통 정신적으로 힘들어져서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혹은 공황발작 등의 문제가 오게 되면, 먼저 GP에게 가서 의논한 후 상담을 요청하도록 권합니다. 한인이라면, GP가 한국인 상담사가 있는 기관으로 연계(referral)해 줍니다. 혹은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한 키워드를 구글에 검색, 예를 들어 <Depression, Korean counsellor, Auckland> 검색어를 넣으면 해당 정보가 나오기 때문에 한국인 상담사가 있는 기관을 찾으실 수 있게 됩니다. 한국정보지나 신문 웹사이트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리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는 학교에 요청을 하면 상담사를 연결해줍니다. 학교에 요청하면 좋은 이유는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서도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상담사와 의논하면, 필요한 경우 학생주임(Dean, 딘)과의 미팅을 통해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들도 해소해주고 다른 에어전트에도 연계해주기 때문에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현숙 심리상담사(MNZAC Registered Counsellor, Auckland Uni. Mcouns Hons.)는 엡섬 걸스 고등학교 교사, 행복과 감사센터 협력 상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3년 간 심리상담사로서 우울증, 반사회적 증상들, 공황발작이나 장애, 중독, 인간관계 문제 등 광범위한 문제들을 상담해왔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수많은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길잡이로서 널리 알려져있다.   


이현숙 심리상담사는 늘 첫 상담자에게 ‘어려울 때 곁에서 도울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다.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는 사람에게는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옆에서 지켜주는 누군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현숙 씨가 현재 협력 상담사로 활동 중인 ‘행복의 길’ 프로그램은 그런 맥락에서 상담자들에게 큰 지원군이 되어 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심리상담의 보다 큰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도록 감사의 삶을 통해 생활 속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어려움을 공유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글 박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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