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영국 여왕 훈장 수상’ 김미라 예명원 원장
“술자리 뒤에는 다툼이 있지만 찻자리 뒤에는 다툼이 없다”
지난 6월 7일 뉴질랜드 예명원 김미라 원장이 영국 여왕 공로 훈장을 수상했다. 김미라 원장은 예도 예(禮), 차의 싹을 뜻하는 명(茗), 집 원(院)의 의미를 담은 예명원이란 단체를 지난 8년간 이끌며, 다민족 행사와 여러 단체의 행사에 참여하면서 전통 다도를 통해 우리의 한국문화를 보급하는 노력을 한 결과 ‘한국 문화 보급과 뉴질랜드-한국 관계 증진’이란 명분으로 영국 여왕 훈장을 수여받게 되는 영광을 안았다.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한 마디.
생각지도 못한 훈장을 받은 것은 정말 기쁜 일입니다. 그간 묵묵히 함께 해온 예명원 식구들과 교민분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전에도 한국과 뉴질랜드에서 이런 저런 상을 몇 번 받아봤지만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입니다. 한국에서 장관상을 받고 뉴질랜드에서 대사상을 받았을 때에는 우리 한국인들만의 사회 속에서 받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뉴질랜드 주류 사회에서 우리 한국을 알리는 것에 대한 공로상이기에 더욱 기쁘게 느껴집니다.
지난 8년간 여러 행사에 참여해 다도(茶道)를 지속적으로 알리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차의 원산지와 근원은 중국입니다. 아무래도 뉴질랜드에서는 한중일 중 역사와 국력, 문화소개 등 한국 전통문화 알리기가 뒤쳐져 있습니다. 이제라도 지속적으로 더 열심히 한국 전통문화를 뉴질랜드에 알리고 다음 세대에 전수해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사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이해하기 쉽게 다도를 설명한다면.
찻잎을 따서 다려 마실 때까지의 과정 중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행위로 정의하면 되겠습니다. ‘술자리 뒤에는 다툼이 있지만 찻자리 뒤에는 다툼이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차는 정신을 맑게 하는 효능을 가진 일종의 약초입니다. 그래서 예부터 수도자나 학자들이 음다를 즐겼고, 그들을 통해서 그 명맥을 유지해 왔습니다. 다도에서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예’와 ‘순수함’을 강조하고 맑은 마음을 유지하도록 노력합니다.
한국 다례, 다도만의 특징이 있다면.
차를 마시는 행위를 중국에서는 다예, 즉 그 행위를 예술로 생각하고 일본에서는 다도, 즉 정신 수양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은 민간에서 다례, 즉 예절에 중점을 두고 승려를 위시한 수도자나 학자들은 다도, 즉 정신 수양에 중점을 둡니다.
조선 오백년 동안 불교의 배척으로 스님 위주의 다도가 많이 위축되고 사대부 집안의 부인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규방다례가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예명원도 행사에서는 주로 규방다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다도의 예법에 대해 알려주세요.
찻자리에서 차를 다리는 사람을 팽주라고 합니다. 먼저, 팽주가 차 주전자에 물 붇는 소리와 물 끓이는 소리를 음미합니다. 그리고 상포를 걷고 찻잎을 우려낸 뒤 찻잔을 진열하고 찻물을 따르고 하는 작은 손 동작 하나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한 찻잔을 손님께 드리는 다도의 몸가짐과 손님과의 목례 등도 예를 갖춰 행해야 합니다. 다상 앞에 놓이는 작은 꽃장식과 차와 함께 내어놓는 다식, 곁들이는 잔잔한 배경 음악까지도 주인의 안목을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손님은 찻잔을 받으면 먼저 찻잔의 질감을 손의 촉감으로 즐기고 눈으로 차의 색깔을 감상하고 코로 차의 향을 즐긴 다음 차의 맛을 음미합니다. 참고로 찻잔 안쪽이 누렇게 색이 변해있으면 그 손님은 주인에게 최상급 손님이란 의미입니다. 그 찻잔은 주인이 가장 애호하여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다도 행사가 있다면.
5년 전에 오클랜드 박물관에서 Culture Festival이 열렸는데, 그곳에서 중국 다도 행사장(3층 홀) 내 한 켠에서 작게 행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로부터 2년 후 똑같은 행사에서 우리 예명원은 3층 홀 전체를 쓰는 단독행사를 진행했고, 중국팀은 4층 홀 한 켠을 배치받는 입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런 행사에서 우리 전통차를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현지인들에게는 어떻게 소개하는지.
영국을 비롯해 영국의 영향을 받는 나라들은 홍차를 매우 즐깁니다. 차를 크게 구분해 발효차와 불발효차를 설명하고, 발효도에 따라 녹차, 황차, 청차, 백차, 홍차, 보이차 등 이렇게 6가지로 나뉨을 알려주고 골고루 맛보게 하여 홍차 외에도 여러 차가 있음을 알게 합니다.
다도 행사를 통해 사람들이 꼭 알아갔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먼저 우리 한국 전통문화가 중국이나 일본 못지 않게 오랜 세월 체계적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과 차의 정신은 평등이라는 점, 그리고 찻자리에서는 어떤 계급의 상하 구분 없이 예로서 차를 마신다는 점을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현대의 바쁜 일상에서 물을 끓이고 차를 다리고 천천히 나누어 마시는 느림의 여유도 즐거움이라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박성인 기자
사진 예명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