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사연 읽어주는 여자, 엠마 TV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길을 걷고 있는 성한나
"사연을 읽어 드립니다"
바야흐로 크리에이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곳 뉴질랜드에서도 많은 교민들이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그 중 유튜브 채널 ‘사연 읽어주는 여자, 엠마 TV’는 시댁, 이혼, 파혼 등 다소 자극적인 소재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내며 수많은 구독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시댁과의 갈등, 결혼에 대한 고민 등 주변에서 공감되는 이야기를 일명 ‘사이다 썰’로 풀어주는 통쾌함이 엠마TV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2.34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엠마 TV의 주인장 성한나 씨는 2019년 12월 29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초보 이민생활의 지루함과 고된 육아의 힘듦을 달래고자 유튜브를 자주 시청하던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듣지만 말고 너가 해보면 어때?” 무심히 건넨 남편의 권유를 주춧돌 삼아 엠마TV를 시작했다.
성한나 씨는 주부이자 두 아이들의 엄마다. 그러나 지금만큼은 주부이기 이전에 콘텐츠를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을 하며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길을 걷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연 읽어주는 여자, 엠마 TV’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사연을 찾아 읽어주는 라디오입니다. 사연은 주로 각종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제보된 사연과 개인적으로 제보해주는 사연, 그리고 신문 기사에 나온 사연들을 조합하고 편집을 거쳐 읽어드리는 채널입니다.
본래 전공은 무엇인가요? 방송일에 종사한 적은?
방송일을 한 적은 없고요, 한국에서 사회복지학와 신학을 복수전공한 뒤 NGO에서 일하면서 공부방을 운영했고, 해외직구블로거로 일을 하다 뉴질랜드로 이주했습니다. 뉴질랜드 와서는 SNS마케팅 업무를 다년간 진행하다가 둘째 아이가 3살이 되는 시기부터는 전업주부로만 있었네요.
주부로서 유튜버가 되는 일은 어떤가요? 콘텐츠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혼자 하실텐데 거기에 육아까지 하려면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저는 현재 두가지 채널(엠마티비, 엠마와 썰)에 1일 1영상을 업로드하고 있어요. 날마다 약 2개의 영상을 제작하고 있는데, 실제적으로 녹음자체는 2~3시간 정도이지만 편집까지 포함하면 6~8시간 정도를 소비하게 돼요.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아이들을 보며 일도 하는게 생각보단 쉽지 않다는 걸 실감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은?
뉴질랜드 애청자분께서 보내주셨던 제보사연인데요. https://youtu.be/BXIluZ1EXR8 예비 처가에 식사하러 갔다가 장인어른의 차를 몰래 가져가서 사고를 낸 예비신랑에 관한 사연인데요. 제보자는 무개념 예비 시댁때문에 하루 아침에 파혼녀가 된 상황이었고, 이 내용을 직접 전해주던 그분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직접 제보받은 첫 사연이라 더욱 더 특별했던 사연이에요.
‘나도 한번 해볼까’하고 유튜버에 도전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유튜브를 취미생활로 생각하고 도전하시는 건 정말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가까운 사람들과 영상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유튜브는 많은 모순이 있어요. 주변에 많은 유튜버들과 소통해보면 본인이 원하는 방향의 채널과 유튜브 자체에서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저 또한 그랬고요. 기본적으로 유튜브는 구글 알고리즘에 의해서 움직이는데요. 시대를 읽고 사람들의 반응을 읽고 유튜브 자체에서 원하는 방향에 맞춰 만들어야 해요. 사업으로 말하자면 마케팅이라는 것이 매번 정답이 없고 흐름을 빨리 읽어야 하는 것처럼 영상을 제작하고 퀄리티가 있어야 하고 거기에 성실은 기본으로 포함돼야 하거든요. 그리고 그 흐름 중에는 수많은 댓글과 싸울 수 있는 내적 단단함이 필수임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겪은 힘든 일은?
저는 운이 좋게 유튜브를 시작한지 한달 후 수익창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영상이 30만, 80만뷰를 넘어섰거든요. 그러나 구글에서 제시한 모든 약관을 숙지하지 못해서 생겼던 문제가 있었어요. 저는 가독성 있는 편안한 화면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구글의 제재로 한달간 정지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 약 300개가 되는 영상을 다 지웠어야 했고 그 이후로는 단색 화면이 아닌 직접 촬영한 뉴질랜드 자연을 각기 다른 배경영상으로 삽입하여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약 800명의 구독자가 떠나셨죠. 또한 제가 원하던 채널 방향보다 조금은 과도하게, 일명 ‘어그로 끄는’ 제목과 썸네일을 해야하고 (알고리즘 노출이 잘 되는 단어와 색감 등을 사용해야 하거든요.) 감동 사연보다는 사이다 복수극의 조회수가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과 그것이 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을 인정하고 타협하는 단계가 쉽지는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 과정 중에서 동남아지역 어떤 유튜버가 제 채널 영상을 다운 받아서 카피채널을 운영하는 것을 알고 조치를 취하는 시간이 수개월이 되었고요. 지금은 조금씩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제가 운영하는 채널은 대한민국 분들을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라디오 형식인데요. 사연을 통해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벤트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또 엠마TV가 어떤 면에선 재미를 드리긴 하지만 스트레스가 될 만한 사연도 많고, 저 조차도 소개하면서 혈압이 오를 내용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현재 구상하고 있는 콘텐츠는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요즘 많은 분들께 쉼을 드릴 수 있는 힐링 채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건강하고 재미를 드릴 수 있는 그리고 멀리 나아가는 채널로 개편해서 발전해 볼께요. 감사합니다.
글 박성인 기자
사진 성한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