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아름다운 청년, Foster Our Future 공동 설립자 정재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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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아름다운 청년, Foster Our Future 공동 설립자 정재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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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셋 도원결의’…“잠재력 있는 학생들에게 힘 되겠다 

마오리·남태평양 출신 대상으로 멘토 연결해 줘 가슴 속 품은 꿈 이루게 해

 

도원결의.’(桃園結義, 복숭아 과원에서 의형제를 맺다.)

삼국지에 나오는 이 말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행동을 같이할 것을 약속한다는 뜻이다.

정재현 군을 그린레인 맥도널드에서 만났다. 한눈에 봐도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웃음만큼은 20대 중반의 젊은이답게 싱그러웠다. 오클랜드 의대 졸업반인 6년 차, 그는 지금 오클랜드 남쪽에 있는 미들모어병원 응급실에서 실습생으로 일하고 있다. 표정으로 봐서 간밤에 숱한 환자를 본 게 분명했다.

차에서 한 시간 자고 왔어요. 늘 힘들고 바쁜 가운데서도 이 일만 생각하면 기운이 생겨요.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하는 데 제 재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이 일이란 포스터 아워 퓨처’(Foster Our Future)를 말한다. 한국말로 옮기면 앞날을 준비한다로 할 수 있다.

 


의대 동기 셋 뜻 같이해 2015년 말 시작

재현은 2015년 말, 의대 동기인 성기현, 진슈(중국 의사)와 뜻을 함께했다. ‘뉴질랜드 병원판 도원결의였다.

저희는 좋은 환경과 조건에서 교육을 받았어요. 그 덕에 의대생이 되었고, 또 의사가 되었죠.(진슈는 현역 의사다) 사회에서 본 혜택을 다시 사회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특히 그 가운데서도 여러모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마오리와 남태평양 출신 학생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요.”

포스터 아워 퓨처.

마오리와 남태평양 출신 칼리지 학생들에게 멘토를 연결해 주는 사회적 단체다. 지난해 의대생을 희망하는 다섯 학생에게 도움을 주었다. 올해는 숫자를 늘리고 영역을 넓혔다. 학생은 열 명, 대상은 의과 지망 학생은 물론 공대 쪽 학생과 상대 쪽 학생에게까지 이어졌다.

저희가 선발한 멘토를 멘티(Mentee, 도움을 받는 사람)랑 연결해 주는 일이에요. 지난해는 오클랜드 남쪽에 있는 마누레와 하이 스쿨(Manurewa High School)에 다니는 학생 가운데 뽑았고요. 올해도 그 학교 학생을 중심으로 도움을 주고 있어요. 데사일(Decile) 1 급인 빈곤층 최하 10%에 들어가는 지역이에요.”

대상 학생은 Year 13이 대부분이다. 다들 곧 대학 입학을 눈앞에 두고 있다. 누구보다 멘토가 절실하게 필요한 학생들이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일이 진행돼 저희가 올해는 숫자를 더 늘렸어요. 저희뿐만 아니라 이 일에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같이 어울려 사는 사회 만들어야

재현이 이 일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2년 전 타우랑아병원에서 실습하면서 사람은 환경과 조건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는 물론 대부분의 한국 학생이 좋은 환경과 조건에서 공부한다고 믿어요. 그 혜택을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싶었어요.”

재현은 의대 실습생으로 일하면서 경험한 것을 조심스럽게 들려줬다.

몇몇 남태평양 출신의 젊은 엄마가 자기 자식을 외면하는 것을 보았어요. 애를 낳자마자 정부 기관에 넘기거나, 집에다 내버려 두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고,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 사슬을 끊는 데 앞장서고 싶었어요. 아직은 제힘이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같이 어울려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해요.”

이 사업은 전액 무료로 운영한다. 일종의 장학금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재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저희 단체의 대표인 기현이가 하는 일이 있어요. ‘Justin the Tutor’(JTT)라는 곳이에요. 바이오 메드(Bio Med)나 헬스 사이언스(Health Science) 1학년 학생들에게 특별 교습(학원 형식)을 해 주고 있어요. 의대 본과에 들어가도록 도움을 주는 일이지요.”

지난해 JTT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을 전부 다 포스터 아워 퓨처에 투자했다. 주로 멘토에게 주는 사례비와 차비, 워크숍 비용 등으로 쓰였다. 자신들의 재능을 잘 살려 뜻깊게 사용한 것이다.

일종의 사회적 기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처음 이 일을 시작한 저희 셋은 의과 쪽이지만, 그 밖에도 공대나 상대 같은 다양한 쪽으로 영역을 넓혀 나가려고 해요.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거든요.”


 


1년 동안 이비인후과 석사 과정 마치기도

재현과 기현(Justin)은 동기에 견줘 한 해가 늦다. 친구들은 다 현역 의사로 일하지만. 이들은 아직 의대 6년 차다. 이유는 실력이 좀 더 뛰어나서다.

저와 기현이는 중간에 석사 과정을 일 년 했어요. 저는 이비인후과를 전공했고요. 앞으로 그쪽 전문의를 할 생각도 있어요. 꼭 그게 아니더라도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재현은 만 여덟 살 때 부모를 따라 이민 왔다. 뛰어난 성적으로 웨스트 레이크 보이스 하이 스쿨(Westlake Boys High School)을 거쳐, 오클랜드대학 의대에 들어갔다. 포스터 아워 퓨처의 공동 설립자 진슈는 하이 스쿨 친구다.

Year 13 때 양로원에서 일을 거든 적이 있어요. 뇌졸중으로 고생하시는 노인분들도 계셨어요. 그분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하는 힘든 일을 하루 열 시간이나 했어요. 그때 많이 배웠고, 훗날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다지기도 했지요.”

재현이 교민들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제일 중요한 게 홍보인 것 같아요. 저희가 하는 일을 교민이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한인 1.5세나 2세 등 저희 일에 힘을 보태줄 사람의 후원과 동참도 기다리고 있고요. 저희의 최종 목적은 사회를 바꾸는 거예요. 지금보다 조금 더 아름다운 사회로요.”

재현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어쩌면 우리도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해요. 마오리나 남태평양 출신 이민자들을 향해 거북한 마음을 갖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들도 환경과 조건이 좋았다면, 그런 상황에 빠지지 않았을 거예요. 같이 잘 사는 사회, 같이 웃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죠.”

 

운용 관리자 역할 맡아…‘도원결의열매 맺기를

포스터 아워 퓨처의 대표는 성기현이고, 이 인터뷰의 주인공 정재현은 운용 관리자(Operation Manager)로 뛰고 있다. 도원결의의 또 다른 인물인 중국 의사 진슈는 현재 노스쇼어병원에서 일하면서 교육 담당 관리자 역할도 하고 있다. 기현은 현재 교환 학생(병원)으로 가 있어 따로 만나지는 못했다. 모두 천금 같은 시간을 쪼개 세상 빛을 밝히는 뉴질랜드의 보물들이다.

천하(중국)를 한 번 멋지게 정복해 보겠다는 큰 뜻을 품고 복숭아 과원 밑에서 결의를 다진 유비, 관우, 장비처럼 세상(뉴질랜드)에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겠다는 다짐을 의대 교실에서 한 기현과 재현, 중국 의사 진슈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대들은 진정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젊은이들이다.”

_프리랜서 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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