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일상톡톡 21; 핏줄이 땡기네

교민뉴스


 

백동흠의 일상톡톡 21; 핏줄이 땡기네

일요시사 0 1296 0 0

-앤디!  나, 할아부지 됐네.

-우와! 선배님 경축드려요.

스마트폰을 통해 실려 온 선배 목소리가 문풍지처럼 떨렸다.

뉴질랜드 이민 동기였던 선배는 초기 정착 시 앤디와 목수 일을 함께한 터였다.

홀연히 20여 년 전, 호주 재이민 바람을 타고 시드니로 날아가 정착했다.

-원 세상에, 고목에도 새싹이 돋아나는구먼.

-그러게요. 오래 살고 볼 일이에요. 인생 뒤 끝이 좋아 기뻐요.

외국 나와 살며 가문이 끊기나 조바심이 일었다고. 나이 든 세대라 별수 없었단다.

뿌리를 살리려고 갖은 애를 썼던 일들, 말도 말라며 목소리가 촉촉이 젖어있었다. 

이제 나이 칠십인데, 뭘 더 바라겠냔다. 대를 잊는 뿌리가 뻗어나서 흥분된다고.

그 얼마나 고대하고 기도했을까. 외 아들 하나도 늦은 나이에 낳았는데.

그 아들이 오랫동안 독신을 고수해서 애간장이 쪼그라들 정도였다니 말 다 했다.

우격다짐에 어르고 달래서 겨우 늦장가를 보내놓고 은근히 손주를 기다렸단다.

웬걸, 며느리가 몇 번을 유산하며 포기상태까지 가며 몇 년이 휙 지나갔다고. 

천신만고 끝에 엊그제 간신히 손주가 시험관 아이로 세상에 빛을 본 거였다. 

-앤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네. 저 어린 핏줄이 내 가슴에 불을 지르는구먼.

-그려요. 인생 황혼에 손주 보는 낙이 크겠어요. 부디 건강 잘 챙기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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